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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1·11부동산 대책과 1·31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값이 내리는 등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인근 주공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정부가 1·11 부동산 대책과 1·3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값이 내리는 등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 정도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동안에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직후에는 집값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다가도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되풀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2월 임시국회에서 분양가상한제·분양원가공개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는데다 차기 대통령 선거 이후 '부동산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팽배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조속한 입법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앞으로 정부가 어떤 부동산 정책을 내놓아도 시장에서 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 기사와 사설을 통해 지속적으로 주택법 개정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신문은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하기는커녕 1·11, 1·31 대책이 '건설 산업 위축' → '공급악화' →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등의 부정적인 전망만 늘어놓았다. 심한 경우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니 여기에 '투자하라'며 투기를 부추기는 듯한 기사까지 실었다.

한편 국회 건설교통위는 22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23일까지 주택법 개정안을 협의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벌써 일부 언론에서는 한나라당의 반대가 거세 합의처리가 어려워 이번 임시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23일 사설을 통해 주택법 개정안 처리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며 '입법무산 분위기'를 띄웠다.

조선일보, 공급부족 주장하며 '중대형 투자하라' 부추겨

@BRI@조선일보는 분양가상한제·분양원가공개에 대해 9일 b2면에 '건설사 90% "내년 이후 사업 축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설문결과 국내 건설사들이 "'1·11대책'에 대해 아파트 사업 물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며 건설사들의 사업축소를 우려하고 나섰다. 이어 15일에는 b1면에 ''보통사람'도 갈 수 없는 아파트'라는 기사를 싣고, 주택담보대출이 서민들의 내 집 장만을 어렵게 한다고 부각했다.

기사는 "연봉에 따라 대출금액을 제한하는 이른바 DTI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은행 빚으로 집을 불려 나가던 전통적인 내 집 마련 공식도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며 금감원이 '50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은 DTI 적용을 하지 않는 등 실수요자를 배려했다'고 밝혔지만 "5000만원만 빌려서 집을 장만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비꼬았다.

한편 '전세 또 '꿈틀''(2.2), '전세시장 또 불안 불안'(2.20) 등의 기사에서는 집값 안정세보다는 '전세값 불안'에 초점을 맞춰 부동산 시장을 다뤘다. 이런 기사들과 함께 '집값'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2월 14일 기사 '집값 올핸 약세…공급부족으로 내년엔 반등 예상'은 '주택공급 부족으로 2008년 이후에는 집값이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을 전했다.

'안갯속 강남 아파트 '뱃살'의 배신'(2.9)에서도 부동산 업계 인사들의 입을 빌려 "강남의 수요가 많은 만큼 어느 정도 하락하면 매수세가 유입돼 반등을 할 것", "요즘 나온 매물은 실제 집을 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가격을 '테스트'하기 위해 호가를 낮추는 매물", "40-50평대 아파트는 지금도 가격 조정만 되면 사겠다는 대기 수요가 있는 만큼 큰 폭의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등의 '가격 반등' 주장을 실었다.

나아가 '귀한 '중대형'을 찾아라'(2.16)에서는 "서울에서 40평 이상 아파트의 공급이 확연하게 줄어들면서, '품귀현상'을 빚을 조짐"이라며 '서울지역 중대형 아파트에 투자하라'고 부추기기까지 했다. 그뿐만 아니라 '집값 3개월새 11% 내리면 저축은행들 경영위기 맞아'(2.13)에서는 한국금융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주택가격이 3개월 사이 11%쯤 떨어지면 저축은행들이 부실해지고, 30% 떨어지면 은행마저 위기 상황을 맞아 금융 시스템이 불안해진다"며 그 이유가 "저축은행의 대출은 은행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높고, 채권 회수 순위가 뒤지기 때문"이라고 보도해 집값 하락이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나섰다.

이 기사는 금융연구원 보고서가 "경기 침체와 심리 위축 등 간접적 효과까지는 감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라며 집값 하락으로 인해 "예상 못한 어려움 맞을 수도 있다"는 '정부 관계자'의 경고를 싣기도 했다. 반면 정부 부동산 정책 입법화에 대해서는 '재건축·재개발도 분양가 상한 추진'(2.8), '임대주택법 입법난항'(2.16)에서 간략하게 보도하는 데 그쳤다.

▲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2월 임시국회에서 분양가상한제·분양원가공개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처리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중앙일보, "주택법 개정안이 집값 안정 역행"

중앙일보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입법화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규제 중심'이어서 실패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2월 16일 기사 '부동산 관련법 국회 통과 불투명'은 임대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건설교통위 안건에서 제외됐고, 주택법안은 "열린우리당의 분당 사태, 일부 야당의원의 반대로 국회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또 '공무원들 등 터진다'(2.8)에서는 작은 제목을 '임기말 청와대는 정책 쏟아내고/갈라진 여당은 입법 '나 몰라라''라고 달아 부동산 정책 등 정부의 각종 정책을 '입법화'하려는 과정에서 공무원들만 "고생"한다고 보도했다.

'세금폭탄·공급부족·규제완화·시장만능' 주장도 반복됐다. '지난해 주택 착공 9.7% 줄어'(2.2)에서는 "각종 부동산 규제가 쏟아진 지난해 주택 착공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올해 9월부터 민간택지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제가 적용되면 주택 착공은 더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사설 '비겁한 경제관료들의 무책임한 정책'에서도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근본 원인은 강남 부동산을 잡겠다고 무차별적인 규제를 남발한 끝에 시장의 수급기능을 마비시킨 데 있다", "세금폭탄을 때리고, 반시장적인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를 밀어붙이고, 급기야 주택 시장을 정부가 아예 대신하겠다고 나섰다"고 비난했다.

23일에는 결국 '여당도 우려하는 주택법 개정안 재고해야'라는 사설을 싣고 한나라당은 물론 '여권 일부 의원'도 우려하는 주택법 개정을 재고하라며, 민간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가 "장기적으로 민간 주택공급을 크게 위축시켜 집값 안정에 역행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건설업계 대변자'로 나선 동아일보

동아일보 역시 1·11 대책 이후 건설경기가 위축돼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2월 2일 '"A(아파트), 못 짓겠네!" "A(아파트), 모자라겠네!"'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를 싣고 "1·11 대책 발표 이후 건설업체들이 땅 확보를 전담하는 시행사에 대한 지급보증을 꺼려 아파트 건설사업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아파트 공급 부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역시 건설사들의 '고충'을 다룬 '"땅·땅·땅값 때문에"'(2.6)에서는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수도권 땅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며 "건설사들은 땅값을 낮춰 주지 않으면 주택 사업을 할 수 없다며 정부에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작은 제목으로 '제품값(분양가)이야 강제로 낮춘다지만 원료비(땅값)는 어떡합니까?', '서울 경기 아파트 사업비 70%까지 차지…"민간아파트 건설 답이 안 나와요"'라고 달아 건설사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대변했다. 이어 '"분양가 내려가면 품질 떨어뜨릴 것"'(2.9)에서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설문결과 조사대상의 64.5%가 '저품질 시공'을 꼽았다고 보도해 분양가 하락이 아파트 질 저하로 나타날 것을 우려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한국 집값상승률 높지 않은데 강도 높은 규제정책 이유 뭔가"'(2.16)에서는 12월 방한한 OECD 관계자들이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과도한 것 아니냐'며 한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20일 사설 '설에 본 냉랭한 지방 경기'는 "앞뒤 안 맞는 부동산정책 탓에 지방 부동산 경기는 얼어붙었다", "대조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청와대가 정책 실패를 인정했듯이 공급 부족 탓에 집값이 급등했다"면서 예의 '공급부족론'을 폈다. 이어 23일에는 '反시장 입법은 '시장의 보복' 부른다'는 사설을 싣고 주택법 개정안을 "반시장 입법", "입법 포퓰리즘" 등으로 몰아붙이며 입법화에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 동아일보가 23일에는 <反시장 입법은 '시장의 보복' 부른다>는 사실을 싣고 주택법 개정안을 "반시장 입법", "입법 포퓰리즘" 등으로 몰아붙이며 입법화에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은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아파트 분양권 전매금지 조치 등으로 사무실 건물을 '임대'로 내놓은 화성 동탄신도시 주변 부동산중개업소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한겨레·경향, '부동산 대책입법' 지속적으로 촉구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2월 임시국회에서 주택법을 처리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겨레신문은 '올해 아파트분양 물량 최대 3배까지 늘린다'(2.5)에서 지난해 건설사의 사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사상 최대 규모의 이익을 냈으며, 1·11대책으로 "건설사들이 아파트 공급 물량을 축소할 것"이라는 일부 수구보수신문들의 주장과 달리 "올해 주택 공급 물량을 지난해보다 크게 늘릴 계획이며 이익 목표도 지난해 이상으로 높여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사설 '고분양 값 고통속의 건설사 최대 호황'(2.6)에서는 건설사들의 호황이 "분양값 폭리 구조 덕분이고,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여당 분당 사태와 국정책임'(2.7 사설), ''나홀로 상승' 분당도 하락/집값안정, 이번달이 고비'(2.17), '집값 다시 뛰면 정치권 책임이다'(2.20 사설) 등에서는 부동산 정책의 조속한 입법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다뤘다. 사설 '집값 다시 뛰면 정치권 책임이다'는 "분양값 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 확대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시장은 다시 꿈틀거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며 "법안 처리가 무산되고 그 탓에 집값이 다시 불안해지면 정치권은 서민들의 불같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 "일차적 책임은 범여권에 있지만 한나라당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했다.

또 "집값이 내리면 어김없이 경기침체론이나 부동산발 금융위기론이 나오곤 한다. 경착륙은 막아야겠지만, 거품까지도 지키려는 일부 계층의 속내가 배어 있는 건 경계해야 한다"면서 '집값 하락에 따른 금융위기'론의 악용을 지적했다.

나아가 한겨레신문은 21일 1면에 ''집값안정' 주택법안 통과 파란불'이라는 기사를 싣고 건교위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주택법 개정안 찬반 견해를 조사한 결과 총 26명 중 70%에 이르는 18명이 개정안에 '찬성' 또는 '조건부 찬성' 의견을 밝혔다며 "이번 조사 결과대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집값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압박하기도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 '부동산대책 입법 2월 국회서 반드시 처리해야'(2.12)와 ''부동산 입법' 물건너 가나'(2.7)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후속입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입법' 물건너 가나'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집값 안정을 위해 추진해온 민간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도입과 분양원가 공개가 열린우리당의 분열로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며 이들 제도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택지비 산정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심의위원회 구성 등과 같은 후속작업이 늦춰져 분양가상한제와 분양원가 공개의 9월 시행은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사설 '부동산대책 입법 2월 국회서 반드시 처리해야'도 "부동산 시장의 안정 흐름이 지속성을 발휘하느냐의 여부는 무엇보다 '1·11 대책'의 후속 입법이 얼마나 제대로, 제 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며 "분양가 인하 등의 대책이 예측 가능한 정책이 되려면 조속한 입법화가 필수", "만일 2월 임시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 등 관련 입법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다시 집값이 요동치는 상황이 도래하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정부가 내놓은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이 완전하게 보장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부세 강화, 부동산담보 대출 규제 강화 등 일련의 부동산 정책이 일관되게 시행되고 그와 함께 분양가상한제·분양원가공개가 시행된다면 건설사들의 폭리를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차원에서도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신문의 부동산 관련 보도행태를 보면 '부동산 시장 안정', '서민을 위한 대책'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들 신문은 자신들이 끊임없이 주장해왔던 '공급부족 → 부동산 가격 상승', '규제완화와 공급확대 → 집값 안정'이라는 왜곡된 논리를 또 다시 동원해 주택법 개정안의 입법을 가로막는 한편 부동산과 관련한 일련의 규제 제도들을 모두 '반시장'으로 깎아내리는 데만 앞장서고 있다.

서민들이 조금이라도 혜택을 보는 정책에 대해서는 온갖 왜곡된 논리를 동원해 반발하면서 오직 건설사와 '부동산 부자'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이들 신문의 보도 태도는 스스로가 '反서민 신문' '부동산부자 신문' '건설사 신문'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민언련과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주요 일간지들의 부동산 관련 보도를 지속적으로 분석·비판해 그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올바른 부동산 정책이 마련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논평은 두 단체의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민언련 www.ccdm.or.kr/ 토지정의시민연대 www.landjustic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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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는 우리사회에 부동산 및 경제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일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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