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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병렬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우리의 역할은 재두루미가 날 수 있도록 바람을 막아주는 것 아니겠나?"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의 말이다. 선 의원은 23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재두루미에 비유하며 이같이 말했다. 재두루미는 비상할 때 바람을 막아줄 산이 필요한 조류로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을 좋아한다.

범여권의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정 전 총장의 움직임이 조금 달라졌다. "내가 불쏘시개냐"며 열린우리당의 외부영입인사로 언급되는 것에 불쾌감을 드러냈던 그는 이날 자신의 고향인 공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도자의 자질을 언급하며 "대선정국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일보 진전된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자신이 "어떤 방법으로 기여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정운찬'을 교집합으로 하는 열린우리당, 탈당파, 민주당 의원들이 만나 비공개 회합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정운찬 전 총장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김종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열린우리당의 선병렬, 지병문, 한광원, 박영선, 우상호, 민병두 의원, 선도탈당파인 우윤근, 이계안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모임은 지난 13일 국민중심당의 신국환 공동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선 토론회' 이후 두 번째 회합으로 김종인, 박영선 의원이 주도하고 있다.

'정운찬 영입 모임이 결성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참석자들마다 생각은 달랐다. 우상호 의원은 "통합론에 대한 방담 수준의 걱정과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며 "정운찬 영입 모임은 아니었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서 "정운찬을 돕자"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 '고건 낙마'를 지켜본 일종의 학습효과다. 선병렬 의원은 "정치권이 어려우니 도와달라고 하면서 정작 보호하고 조언하는 역할은 하지 못했다"며 "운명을 함께 할 것이라는 신뢰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운찬 신당'을 위한 탈당 방식은 아니다. 한 참석자는 "중요한 건 정 전 총장의 결단이고 선언"이라며 "정치권이 공개적으로 붙는 방식은 본인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정 전 총장의 '결단'을 돕기 위한 음지의 서포터즈 역할이라는 얘기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임에 친정동영계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동영 전 의장이 최근 '탈(脫)여의도 정치'를 선언한 뒤, 복지단체 등을 찾아 민생행보를 하고 있는 점과 맞물려 미묘한 흐름이 감지된다. 정 전 의장은 작년 당의장에 당선된 뒤, 첫 만남을 당시 정운찬 서울대 총장으로 선택해 관심을 끌었었다.

당시 이 만남을 기획한 의원은 "정운찬과 정동영은 서로 보완재 관계"라며 "정동영은 경제와 교육이 취약한 반면, 정운찬은 외교, 통일이 약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경쟁 관계로 가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 역시 충청, 호남으로 '반한나라 서부전선'을 포괄하게 된다.

한편 한나라당은 '정운찬 행보'에 강한 견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박영규 수석대변인은 24일 "지역주의에 기대어 눈치만 살피는 소심한 기회주의자"라고 비판했다. 정 전 총장은 작년 연말 공주를 방문해 "충청인이 나라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고, 이번 공주 방문에서도 "공주 출신으로 충청도의 덕을 봤다"며 "지역을 위해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지난 23일 오후 자신의 고향인 충남 공주 공주대학교에서 교육대학원생을 상대로 특강을 펼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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