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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 83.7%가 왜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처벌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일선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인권침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광주광역시교육정보원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와 주한영국대사관, 교육인적자원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인권교육 국제워크숍'에서 조금주 상명대 교육학과 교수는 '2006년도 중고등학생 인권상황 실태조사'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사소한 처벌이더라도 충분한 소명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등 교사들과 학생들 간에 처벌에 대한 심각한 인식차이가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 생활규칙 절반 이상이 몰라
@BRI@국가인권위원회와 국가청소년위원회 공동 주관해 전국의 중고등학교 학생, 학부모, 교사 등 21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6년도 중고등학생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학교생활규칙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절반 이하(45.4%)에 그쳤고 절반 이상의 응답자들이 '어렴풋이 알고 있거나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특히 학교생활규칙에 대한 집단간 인지도가 학생, 학부모, 교사에 따라 커다란 차이를 보였다. 교사들은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78.3%로 가장 높은 반면 학생들의 55.5%, 학부모들의 45.1%가 '어렴풋이 알고 있다'고 응답해 대조를 이뤘다.
또 국공립학교보다 사립학교의 교칙을 더 많이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대안학교 교칙의 인지도가 가장 높았고, 인문계 고등학교가 가장 낮았다.
학교 홈페이지에 학교생활규칙을 공개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공개하고 있다'(43.9%), '공개되지 않는다'(8.3%), '모르겠다'(47.8%) 등으로 나타나, 학교 홈페이지를 통한 학교생활규칙 인지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사들의 67.6%가 '학급회, 학생회와 협의한다'고 응답한 반면 학생들은 35.6%만 '학급회, 학생회와 협의한다'고 응답했다. 또 '의견수렴 방법을 잘 모른다'고 응답한 학생이 17.9%, 학부모가 29.6%에 달해 교육주체들 간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음은 물론 의사소통 방법도 잘 모르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이용한 의견개진은 매우 저조해 거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대부분의 학교 게시판이 실명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의견개진을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선 중고등학생들은 '복장·두발·학생회 입후보자 성적제한 규정'등을 인권침해 사례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현재의 학교생활규칙들에 대한 준수정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모든 영역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절대다수가 '해당규칙이 있으나 마나 하다'고 응답했거나 '그런 규칙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응답했다.
그 중 '엄격히 지켜지거나 비교적 잘 지켜진다'는 규칙은 교복 변형, 무스·스프레이, 염색·퍼머, 매니큐어, 화장과 같은 용의복장 규정 중 눈에 잘 띄는 것들이었다.
두발 길이 생활규칙 ‘제대로 지켜진다’ 18.5% 불과
'두발 길이에 대한 학교생활규칙이 엄격하게 지켜진다'는 학생이 16%, '제대로 지켜진다'고 응답한 학생은 18.5%였다. '있으나 마나 하다'가 48.8%였으며, 두발 형태와 관련 '규칙이 엄격하게 지켜진다'는 학생이 27.8%, '제대로 지켜진다'가 34.2%였으며, '있으나 마나 하다'가 26.3%였다.에
그러나 학생들은 복장, 두발, 용모, 이성, 집회와 결사, 학생자치활동, 학생회 입후보자 성적제한 규정과 관련한 학교생활규칙에 대해 학생들은 인권침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학생들이 두발, 복장과 관련해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금주 교수는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에 관련 "제재를 가하는 측은 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받는 측은 인권침해라고 여기고 있다"면서 "교사들은 모든 규칙에 걸쳐 일관되게 해당규칙이 인권침해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세 집단 중 가장 낮았으며 학부모는 중간에 위치했다"고 밝혔다.
또 교사들의 인권침해 인식정보를 교사 내부 집단별로 상세히 분석해 본 결과, 경력 20년∼30년 사이의 교사들이 학교규칙의 인권침해 인식이 가장 낮았으며 경력 10년∼20년의 교사들이 가장 높았다.
특히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받는, 또 교사들이 가장 많이 가하는 처벌은 '훈계, 혹은 잔소리'로 나타났다. 그러나 훈계 또는 잔소리를 했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에 비해 받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훨씬 적어 실제로 청소년들이 교사의 처벌을 처벌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처벌이 가볍고 사소하다 하더라도 정당한 절차와 당사자의 충분한 소명기회를 가졌는지에 대한 질문에 교사의 86.7%는 '처벌을 하기 전에 충분히 통보했다'고 응답한 반면 학생들과 학부모는 각각 83.7%, 90%가 '충분한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해 학생들은 왜 처벌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처벌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의식 학생, 학부모, 교사 순으로 높아
또 학생들의 아르바이트와 관련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던 학생들의 87.1%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약속만으로 부업을 시작'했으며 84.5%의 학생들이 '약속한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거나 84%가 '약속한 시간보다 일을 더 많이 시키거나 심야노동을 강요당했다'고 응답했다.
'교사나 학교가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냥 넘어가야 한다'는 응답은 학생, 학부모, 교사를 막론하고 매우 낮게 나타났으며 교사들은 '상담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학생들은 '상담창구와 정부의 감시 징계'가 42%로 동일하게 나왔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학교의 3주체를 대상으로 한 '기본적인 권리인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대한 의식 차이에서는 학생들의 인권의식이 가장 높았고 다음은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내 청소년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시급히 시행되어야 할 대책을 묻는 질문에 교사들의 37.7%가 '학급당 인원수 감축'을 주장했지만 학생과 학부모는 '제도마련, 학교규칙의 자율적 제정'을 가장 시급한 것으로 꼽았으며 이와 함께 '교사에 대한 인권교육 강화'를 꼽았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조금주 교수는 "학교생활규칙에 대한 일정수준의 규제는 필요하나 이 규제가 또 다른 억압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학교생활규칙이 제정되도록 하는 수준의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조 교수는 "민주적인 학교생활규칙 제·개정 절차가 보장되어야 하며 특히 규칙 재개정 절차에 학생의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장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이와 관련 서울 장승중학교와 마산 합포고등학교를 우수사례로 꼽았다.
조 교수는 이와 함께 교사와 학생의 소통을 강화하고 보장할 수 있는 장치 마련, 교육 3 주체들에 대한 인권교육 강화, 교육과 인권의 가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청소년인권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희망교육21(www.ihop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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