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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영향으로 한복의 인기가 날로 올라가고 있다. 사진 위는 전통한복을 입은 모델과 화려한 기녀복을 입은 드라마 '황진이'의 주인공 하지원씨.
미디어의 영향으로 한복의 인기가 날로 올라가고 있다. 사진 위는 전통한복을 입은 모델과 화려한 기녀복을 입은 드라마 '황진이'의 주인공 하지원씨. ⓒ 우먼타임스
[이재은 기자]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여배우들 중 유난히 카메라 플래시를 많이 받은 이들은 바로 한복을 입은 배우들이었다. 쪽진 머리에 어깨가 훤히 드러난 한복을 입은 김민정, 회색 치마에 하얀 저고리의 퓨전 한복을 입은 최강희, 한복 드레스를 입은 문근영 등 부산국제영화제는 그야말로 한복을 입은 여배우들의 잔치였다.

해외에서도 한복은 국내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대문종합상가에서 '장씨주단'을 운영하는 장순복씨는 "대만, 중국, 일본 등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복을 사가는 일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앞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해외 주문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가 식지 않은 중국과 대만에서는 현지 연예인들이 한복을 입고 방송에 나오기도 한다. 대만 정치인들이 의녀 장금 복장을 하고 선거운동에 나서는가 하면, 대만의 유명 식당에서는 한식당이 아닌데도 모든 종업원들이 한복을 입고 서빙을 하기도 한다. 지난 2004년 세워진 뉴욕의 '한복 박물관'에는 한복의 아름다움에 반한 세계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BRI@그러나 정작 한국인들의 일상생활로 들어와 한복시장을 살펴보면 썰렁하기 그지없다. 드라마 '주몽'의 의상을 담당한 전통복식 제작업체 정훈닷컴의 박영주 사장은 "사극 붐을 계기로 한복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단지 관심만 많아졌을 뿐"이라며 "국내 한복시장은 침체된 상태"라고 전했다.

전통 한복집들이 밀집한 서울 광장시장은 최근 문을 닫는 점포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혼수를 주로 해온 강남 일대의 한복집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광장시장에서 40년 가까이 주단점을 운영해온 한 관계자는 "아이들 한복은 꾸준히 팔리는 편이지만 어른 한복은 한 달에 2~3벌 팔기도 힘들다"고 푸념했다. 어린이 한복은 4만~6만원이고, 어른 한복은 최고급으로 맞출 경우 40만원선. 고급 원단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만들어도 정작 선호도가 낮아 팔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복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혼수시장은 신혼부부들이 예복으로 입는 한복을 생략하면서 그야말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처럼 대조적인 상황 속에서 정부는 최근 한복 살리기 방안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지난 2월 15일 '한(韓)스타일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한글, 한식, 한복, 한옥, 한지(紙), 한국음악 등 6개 분야를 활성화해 세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복을 입으면 박물관 등 주요 문화시설에 무료입장 ▲온라인 한복 바로 입기 프로그램 개발 ▲한복 디자인 공모전, 패션쇼, 확대 ▲한복의 산학 연계를 위한 '한복진흥센터' 설립 ▲정부기관의 '한복 입는 날' 지정 등 다양한 방안을 내놓았다. 특히 문화관광부는 매주 수요일을 '한복 입는 날'로 정해 자율적으로 한복을 입고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김명곤 문화광광부 장관은 "현재 200억원 규모의 한복 매출액을 2011년까지 1200억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면서 "중국 치파오나 일본 기모노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처럼 한복도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야심찬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한복 알리기에 앞장서온 디자이너 이영희씨는 한복 부흥은 조기교육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어머니들이 앞장서서 한복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날에는 한복을 자주 입혀 우리 옷이 귀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면서 "앞으로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복 입기 강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 우먼타임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일주일에 하루 이상은 꼭 한복을 입고 집무를 한다. 매주 수요일은 문광부가 정한 '한복 입는 날'이기 때문.

문광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장관은 외부 행사가 있더라도 매주 수요일에는 반드시 한복을 고집한다"면서 "바지저고리에 두루마기까지 격식을 갖춰 입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장관은 양복만큼이나 다양한 한복을 구비하고 있다. 흰색, 하늘색, 비취색 등 차분한 색깔의 한복을 즐겨 입으며, 전통 연희극, 영화 '서편제' 등에 출연한 배우답게 한복 차림이 퍽 잘 어울리기로 정평이 나 있다.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역시 해외 방문 시에는 물론 국내 행사에 참석할 때도 한복을 자주 입는다. 선호하는 스타일은 단정한 맵시가 나고 원단이 돋보이는 한복.

자수 장식은 거의 없는 대신 양단, 모본단, 오간자 등 소재와 색상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려 우아한 멋을 내는 데 치중한다.

권 여사의 한복 디자인을 맡고 있는 김예진씨는 "영부인이 밝고 화사한 색상을 선호하는데다 전문가의 의견을 믿고 따르는 편이라 유행에서도 앞서 간다"고 말했다.

한복이 잘 어울리는 연예인 1위로 뽑힌 이영애씨도 국제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한복을 즐겨 입는다. 사극 '대장금'의 인기 여파로 그가 한복을 입고 등장하면 관객들의 호응이 더 좋다. 그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의상을 주로 입는다. 깊이 있는 감청색, 자주색, 진녹색, 옥색, 흰색 등 은은한 색깔을 좋아하고 디자인은 전통적인 스타일을 고집한다.

지난 2005년 '친절한 금자씨'의 여주인공으로 베니스영화제에 참석한 이영애씨는 영화 속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조선시대 규수 스타일인 단아한 붉은색 저고리에 짙은 밤색 치마를 입고 등장해 외신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젊은 여자 스타들 사이에서 한복은 개성적인 이브닝드레스로 애용된다. 홍콩 배우 성룡과 함께 국제영화제에 참석한 탤런트 김희선씨는 이영희씨가 디자인한 어깨를 드러낸 은색 한복 드레스를 입었다. 은은한 자수와 화려한 원단이 어우러진 드레스를 입은 김희선씨는 미국의 유명 영화 매니지먼트사 관계자의 눈에 들어 출연을 제의받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영화 '음란서생'에서 한복 맵시를 뽐냈던 배우 김민정씨는 단아함을 벗어나 섹시함을 강조한 파격적인 한복으로 주목 받았다. 비녀로 정갈하게 쪽진 머리와 대비되는 다리 각선미가 드러나는 흰색 치마, 어깨와 가슴의 곡선을 살린 대담한 디자인과 은색 하이힐은 한복과 서양옷의 색다른 조화를 보여주었다.

편안함과 활동성에 주안을 두고 디자인한 생활한복은 강한 이미지를 지닌 경제인들과 학계,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많이 입고 있다. 디지털 도어록을 생산하는 아이레보 하재홍 사장은 평상시에 생활한복과 운동화 차림을 하고 직원들과 격의 없이 지내기로 유명하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도 생활한복을 즐겨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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