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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인권연대 교육장에서 '학교운영위원회, '노하우'를 공유하자'라는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22일 인권연대 교육장에서 '학교운영위원회, '노하우'를 공유하자'라는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 인권실천시민연대
“처음에는 학교 측이 내놓은 안건에 대해 표결을 하면 찬성이 12 반대가 3이었다. 그러다가 그 표결이 나중에는 7:8이 되었다. 학부모들이 처음에는 학교 측 의견에 반대하면 안되는 줄 알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반대해도 된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그렇게 바뀌고 난 후에 졸업앨범 업체 선정도 공개입찰이 아니었는데, 공개입찰로 바꿀 수 있었다.”

“학교가 위치한 동네는 전체가 비탈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자전거를 탈만한 공간도, 주민들이 운동을 할 만한 공간도 없다. 그래서 학교 운동장을 개방하자고 했더니 학교 측은 그렇게 되면 불량한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우범지대로 변한다며 반대를 했다. 그래서 경찰서에서 1시간마다 순찰차로 순찰을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야간 조명 전기료는 구청의 협조를 받았다. 그렇게 해서 운동장을 개방했더니 밤마다 온 동네 주민들이 바글바글해 운동회를 하는 것 같더라.”


@BRI@무슨 얘기일까? 바로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실제로 경험한 사례들이다.

지난 22일 인권연대 교육장에서 열린 ‘학교운영위원회, 노하우를 공유하자’라는 주제의 간담회에서는 학운위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실제 경험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는 실제로 학운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학운위를 보다 실질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되었다.

선출직으로 구성되는 학운위는 학교운영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구체적으로 학교 예·결산 심의와 급식업체 선정, 아이들 생활을 규정하는 학칙 개정 등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교육 관료에 의한 독선적인 학교운영을 막을 수 있는 좋은 통로이기도 하다.

하지만 1995년에 시범 시행되고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학운위는 처음에 지역 토호세력, 현직 교육위원, 교육청 공무원 등 권력 행사자들이 참여해 파행으로 운영되었다. 그나마 상황이 나아진 요즘에도 교육위원의 친인척, 퇴임한 교육관료 등이 참여하는 등 왜곡되어 운영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얼마 전부터 학운위를 젊고 건강하게 변화시키려는 움직임들이 있었고, 관심을 가진 이들이 직접 참여해 모범적인 개혁사례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적 열세 때문에 형식화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이번 간담회는 그런 고민들을 서로 얘기하는 자리였던 셈.

학부모, 교사, 학생이 함께 논의해야

안승문 초록교육연대 대표는 학부모와 교사,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안승문 초록교육연대 대표는 학부모와 교사,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 인권실천시민연대
간담회에서 기조발언을 한 초록교육연대 안승문(전 서울시 교육위원) 대표는 “생활 속 민주주의를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체험하게 하는 가장 좋은 장치가 학운위”라며 “학운위가 바로 서면 교육계에도 희망이 있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학교를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교사, 학생, 학부모가 무엇이든 함께 논의하고 머리를 맞대 고민하는 것”이라며 “위에서의 행정지침이나 정책에 의한 반강제적인 시행은 오히려 교육을 죽인다”고 지적했다. 구성원에 의한 민주적인 논의가 가능할 때 학교가 살아난다는 얘기다.

안 대표는 자신이 교사로 있던 학교의 사례를 소개했다. 학교에서 학생회 담당으로 있던 1999년 학생회의 공약이 두발자유화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일단 해보게 하자는 생각으로 첫 대의원대회에서 공약이행에 대한 토론을 거치게 했고, 머리 길이, 모양, 액세서리 등과 관련한 설문지를 만들어 아이들과 학부모가 합의를 거쳐 작성해 오도록 했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로 두발자유화를 하자는 쪽이 과반을 넘지 못했다. 이런 결과를 학운위에 올렸는데, 당연히 학부모위원들은 두발자유화를 강경 반대했고 교사위원도 반대 했다. 다행스럽게 사전에 잘 설득해 놓은 교장은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아이들에게 6개월 정도 기회를 주고 결정하자는 ‘유보적합의’를 중재안으로 제안했다. 현재의 두발규정은 일제의 잔재이기도 하고,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는 관행일 뿐이어서 아이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합의된 규정’으로 시행해 보자는 것이었단다.

새로 규정을 정해 시행했는데 놀랍도록 잘 지켜졌다고 한다. 연말에 교사와 학생들의 평가 설문에서도 78%정도가 잘 지켜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결국 학운위에서는 두발자유화를 확정하게 되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당시 학운위를 통해 남긴 1700만 원 정도의 예산으로 책상을 교체하기로 했다. 문제는 교사들이 원하는 책상과 학생들이 원하는 책상이 달랐고, 어느 학년에 줄지에 대한 의견이 달랐다는 점이다. 결국 이 문제도 교사들을 잘 설득해 선택권을 아이들에게 주어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이런 경험은 자체로 아이들에게 아주 소중한 민주주의의 경험이었고, 자부심도 대단했다. 연관성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그 이후로 왕따 문제가 줄어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학운위의 교육적 관점을 ‘실패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에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패를 하더라도 학부모, 교사, 학생이 서로 논의를 거쳐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해보는 것이 교육적 효과는 훨씬 크다는 것이다.

또 학운위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200-300명이 참여하는 학부모총회에서 이루어지는 학부모위원의 선출을 모든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학생회 대표들의 학운위 참여를 보장하고, 현재로서는 교장의 입장만을 지지하는 역할로 전락한 지역위원에게는 의결권을 주지 않는 과도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운위가 학교를 바꾼다

간담회에서는 다른 경험자들의 발표도 있었다.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3,4대 학운위원장을 지냈던 두리출판사 최용철 사장은 “학운위가 학교를 엄청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로 학운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사장은 학운위가 할 수 있는 일로 우선 두발 등 학생들의 일상을 바꿀 수 있고, 예산 등 학교의 기존 예산 집행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런데 학운위를 바꾸기 위해서는 ‘전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최 사장이 말하는 전술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학운위 개혁을 노골적으로 내세우지 말고, 교장과 학운위에 참여하고 있는 학부모들과의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이를 위해 교장과도 자주 만나 ‘회동’을 갖고, 학교 측으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아 학부모위원들과 함께 합동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학운위의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회의를 지역주민과 지역 언론에 공개하고, 매번 회의를 영상으로 남기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학부모들과 대화가 되면서, 급식업체 선정을 합리적으로 바꾸고, 학교운동장을 개방하고, 예․결산 심사와 집행의 흐름도 바꿀 수 있었다고 한다.

은평구 역촌동의 한 초등학교에 학부모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가수 이지상씨는 어려움부터 토로했다. 이씨는 “교장선생님을 잘 도와서 학교를 발전할 수 있게…”라는 어느 학부모 위원의 당선 소감을 소개하면서 교장에 의해 구성되고, 교장을 지지해야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참여하고 있는 학운위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게 있다”는 말로 밝은 전망을 내놨다. 아이들에게 강제로 신문을 보게 해 만들었던 학교발전기금을 “생각지 않았던 인물이 학운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만으로 교장이 부담을 느꼈는지 첫 회의에서 없애겠다고 했다”는 것.

또 초기에는 학교 측이 내놨던 안에 대한 지지가 절대적이었으나 이제는 반대가 더 많다며, “처음에는 표결로 하자던 학운위원장이 이제는 끝까지 논의하자고 한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씨는 “처음에 학교 측 의견을 지지하던 학부모가 나중에 자신이 그렇게 했던 것이 가슴 아프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며 “서두를 것이 아니라 학부모를 설득해 입지를 넓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초등학교에 학부모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지난 1년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학부모위원들과 친해지는 시간이었다”며 “올해부터 ‘나라의 방패가 되자’라는 가사가 있는 교가를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보려 한다”고 말해 역시나 학운위 구성원들과의 친밀감 형성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간담회 참가자들은 모두 학운위원들끼리의 네트워크나 정보공유 통로가 부족한 점에 아쉬움을 드러내며, 이런 모임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보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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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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