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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겉표지 ⓒ 알마
'ADHD' 아동이라는 용어는 낯설다. 하지만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말은 낯익다.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못 참고 끼어드는 아이, 자기 고집대로 안 되면 때리고 던지고 소리 지르는 아이, 아주 잠깐만 집중할 수 있는 아이 등의 모습은 주변에서 수차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어린 시절에 잠깐 나타나는 걸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타 라이만 횐은 <산만한 아이 다정하게 자극주기>에서 그것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런 특징이 청소년기에도, 나아가 어른이 돼서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그런 모습이 보인다면, 즉 ADHD아동이라고 판단된다면 치료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치료를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의료진도 부족하고, 사회적인 통념 또한 아직 이것을 따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걸까? <산만한 아이 다정하게 자극주기>는 부모들이 직접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부모들이 나선다면, 인내심을 갖고 그것을 따라한다면 약물치료나 정신치료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라

저자는 여러 가지 상황을 들어 그에 대한 대응책을 설명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끊임없이 방해하는 아이'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가 전화 통화할 때면 옆에서 끊임없이 소리를 지르거나 일을 저지른다. 저자는 이런 경우, 흔히 그렇듯이 “전화 좀 하게 가만 좀 있어!”라고 소리를 지르지 말고 아이의 불안함을 이해하라고 말한다. 화를 내서 불난 곳에 기름을 붓지 말고, 아이가 왜 그러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라는 말이다.

@BRI@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인데 이럴 때는 약속을 하라고 한다. 전화통화를 짧은 시간만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점차적으로 시간을 늘려나가면 된다. 가령 처음에는 3분, 다음에는 5분과 같은 식이다. 동시에 아이에게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줘야 한다.

이것은 아이에게 조금씩 그것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훈련인 것인데, 중요한 것은 부모가 이 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키지 않았을 경우를 생각해서 아이와 약속한 처벌 규정을 만들어놔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는 자신의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를 인식할 수가 있는 것이다.

화나면 어쩔 줄 모르는 아이는 어떨까? 이런 아이들은 화가 나면 물건을 집어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든다. 더 심각한 문제는 주변 사람들, 특히 부모에게 상처가 될 말들을 한다는데 있다. 가족의 사랑만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은 시련을 겪어야 하는 셈인데 저자는 이런 아이들은 '격리'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격리라고 해서 학대와 같은 그런 것이 아니다. 아이가 화를 낸다면, 부모의 방에서 짧은 시간이라도 혼자 있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왜 필요한 걸까? 아이 스스로 화를 내게 한 문제와 그 결과를 생각해보도록 하게 하려는 것이다. 아이는 이곳에 들어가서도 소란을 피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격리 장소에 들어가 아이를 혼내거나 하면 안 된다. 철저하게 혼자 깨닫게 해야 한다. 대신에 '협동'과 같은 것이나 아이가 반성하는 기색을 보인다면 진심으로 우러나는 칭찬을 해줘야 한다. 아이 스스로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게 해주는 훈련인 셈이다.

폭언과 구타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는 어떨까? ADHD 아동은 놀라울 정도로 감정이 변덕스럽게 변한다. 때문에 부모로서는 아무리 신경을 쓰고 배려해줘도 아이의 기분이 갑작스럽게 변해서 당혹스러운 일을 많이 겪게 된다. ADHD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이 겪는 공통된 어려움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아이들이 이럴 때면 가능하면 진정할 때까지 혼자 시간을 보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감정 기복이 심한 것을 반대로 생각해보라고 한다.

갑작스럽게 슬퍼하거나 우울해하기도 하지만, 마찬가지로 즐거워하거나 기뻐하는 감정도 쉽게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흔히 아이들의 감정 기복이 나타나면 어른들이 초조해하거나 안절부절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라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그 때문에 아이를 때리거나 아이에게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것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아이의 기분을 반대로 이끌어낸다는 것, 또 홀로 둘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이럴 때는 그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 외에도 저자는 다양한 유형을 들어 대처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그 내용들이 알차다. 특히 그것들이 부모의 노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섣부른 약물치료나 미숙한 비전문가들의 진단 때문에 겪을 곤란까지 생각한다면 <산만한 아이 다정하게 자극주기>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틀렸다. ADHD아동에게나 그들 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부모에게 이 책은 효과는 그 이상이다. 책의 내용대로 따라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기대했던 것 이상의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정민호 뉴스게릴라는 문학동네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산만한 아이 다정하게 자극주기

우타 라이만 횐 지음, 이동용 옮김, 알마(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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