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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윤장호 하사의 영정 사진이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지나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나 또한 충격이었다. 매년 정기국회 때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국군파병연장동의안이 올라오곤 했다. 소위 '개혁파'라 불리는 다른 의원들의 투표행태와 마찬가지로 이라크 파병에는 늘 반대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파병에는 늘 동의했다.

근거는 이랬다. 이라크와 달리 아프가니스탄의 대테러전쟁에는 UN 안보리 결의 1368호와 1373호가 존재한다는 사실, 직접전투병과가 아닌 의료와 공병부대라는 이유 등이었다. 책임 있는 의사결정의 한 당사자인 나부터 윤장호 하사의 죽음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함을 고백한다.

그래서 주장한다. 윤 하사의 희생이 마지막 죽음이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파병연장동의안은 2007년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연장 2007년이 마지막이어야

첫째, 정부도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장수 국방장관은 지난 겨울 국회에서 "지금 현 상태로 보면 아프가니스탄의 경우는 동의ㆍ다산 부대가 내년말까지만 해 주게 되면 거기에 있는 다른 부대가 와서 우리 부대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저희들은 지금 판단하고 있습니다."(2006년 12월 6일 제262회국회 정기회의 국방위원회 회의록)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했고 구체적인 철군프로그램 요청에도 아프가니스탄은 늘 예외였다. 이제 윤 하사의 죽음을 계기로 아프가니스탄 철군프로그램이 반드시 구체화되어야 한다.

둘째, 2006년 12월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군부대의 대테러전쟁 파견연장 동의안 심사보고서'에서는 "비록 성과가 크다 하더라도 파견연장 문제는 아프가니스탄의 정국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사안"이라면서, "치안 불안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나, 동의 및 다산부대는 미군 주둔지(바그람기지) 내에 위치하고 있어 비교적 안전한 환경 하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 '05년 4월 이후 바그아닌기지에 대한 적대 행위는 없었음"이라고 했다. 파병부대의 안전성 여부가 파병연장의 중요한 논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구체적 상황변화가 있었음을 인정하자.

일부 보수언론은 '철군'을 '테러에 굴복하는 것'이라 규정한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우리는 테러에 절대 굴복하지 않는 단호하고 분명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했다. 철군은 굴복이고, 파병 연장은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하는 것이라는 논법이다. 이들의 사고 속에 테러와의 투쟁은 오로지 무력전쟁 밖에 없다.

셋째, 현재 한국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바그람 기지의 위상 또한 철군프로그램의 조속한 가동을 재촉하게 만드는 주요 요소이다. 이미 <뉴욕타임즈> 등 수많은 외신과 UN 고문방지위원회의 공식 보고서는 동 기지가 심각한 인권 침해의 '전초기지'가 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번 사건 이후 지난달 28일 발표된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성명이나 3월 2일자 <문화일보> 오애리 국제부장의 칼럼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의 지휘명령체계 또한 또 다른 위험요소이다. 2006년 10월부로 아프가니스탄 전역의 작전권은 NATO 주도의 국제안보지원군(ISAF)으로 전환됐다. 그리하여 ISAF는 치안유지 및 재건지원 임무를 담당하고 있고, 미군은 탈레반 반군과의 대 테러전에 전념하는 역할분담을 이룬다.

그런데 우리는 미군 제1병참기지이자 지상군 보급루트의 핵심역할을 담당하는 바그람 미군기지에 주둔중이다. 한국군 부대의 성격 자체가 선규정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번 테러 또한 체니 미국 부통령의 부대 방문에 맞춰 '기획된 일'이었다. 우리의 아프가니스탄 파병목적과는 전혀 다르게 성격규정이 되고 있다는 뼈아픈 예이다.

▲ 1일 고 윤장호 병장 추모 및 아프간, 이라크 즉각 철군 촉구 집회가 열린 서울 미 대사관 앞에 모인 시민단체 회원들이 "도대체 얼마나 더 죽어야 되는가?" 되물으며 아프간, 이라크 즉각 철군을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동의부대 진료활동 대부분 다국적군 대상... 현지인은 제한된 소수

넷째, 동의부대와 다산부대가 과연 파병목적에 합당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이제는 분명히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공병인 다산부대의 활동을 보자. 국회보고자료에 따르면 2002년에서 2006년 11월까지 아프가니스탄 파견 다산부대의 활동은 다음과 같았다. "▲미군 및 동맹군기지 토목 및 건축공사 지원 3622건(병원시설, 대형 복지시설, 암벽오르기 훈련타워, 교량 등), ▲주 아프간 한국대사관 경계지원('04.3.17 이후)"이 전부다. 대민지원이나 전후복구보다는 사실상 전투공병으로 기능했다.

동맹군과 현지인의 진료활동이 21만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이를 '과장'된 '거짓'보고라 규정한다. 동의부대의 파병목적상 진료대상은 다국적군이며, 기지의 성격상 주민에 대한 진료는 매우 제한된 소수에 한정된다라는 것이다. 결국 우리 군은 아프가니스탄 재건지원을 위해 파병된 군대가 아니라 전투를 위해 주둔하는 군대라는 말이다. 참여연대는 "정부와 국회는 아프가니스탄 파병부대의 실제 활동에 대한 진실을 공개해야 한다"라고 했다. 동의한다. 이런 현실이 윤 하사의 죽음을 몰고 온 진실일 수 있다.

나는 이 지점에서 나의 책임의 근거를 찾는다. 아프가니스탄 파병부대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관심과 정보가 부족했다. 아니, 스스로 알려하지 않았다. 그토록 외교안보사안의 밀행주의를 비판해 왔으면서도 이 사안만큼은 정부의 보고를 그대로 믿은 채 의사결정에 손쉽게 가담하고 말았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연장반대는 곧 '테러와의 전쟁에 반대하는 것'이고, 이는 마치 '한미동맹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에 나도 모르게 젖어있었다. 객관적 사실확인에 소홀했음을 고백한다. 철저하게 반성한다.

정부는 파병부대의 실제 활동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시함과 동시에 구체적 철군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퇴역 군인으로는 유일하게 노벨평화상을 받은 조지 마셜에 대해, 미 하원 의장이었던 샘 레이번은 말했다. "그는 설령 자신의 대의를 손상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진실만을 말했다. 의회는 항상 그를 존중했고, 다른 사람에게는 허락하지 않았을 많은 것을 주었다."

태그:#윤장호, #아프가니스탄, #최재천, #김장수, #파병동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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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영남대, 전남대 로스쿨 및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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