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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환한 웃음만큼 아름다운 게 또 있을까.

교직생활 25년째다. 그런데도 해마다 3월 2일이면 풀꽃 같은 아이들과 만남에 마음 설렌다. 올해도 비켜날 수 없었다. 마음 뒤척임이 더했다. 그 이유는 딴 데 있는 게 아니다. 작년까지 줄곧 6학년을 도맡아 데면데면했는데, 올해는 자천타천으로 눈매 초롱초롱한 3학년 아이들을 만나고 보니 그저 아이들 속으로 풍덩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단 하루 동안의 만남이었지만 모든 게 좋았다.

@BRI@그 동안 평교사로 아이들과 더불어 생활하면서 그 이상 욕심내지 않았다. 아이들과 부대끼며 그들의 삶과 희망을 가르치지 않은 교사는 선생이 아니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렇지만 평생 소원하는 게 있다면 그것은 바로 똑 같은 것보다 다 다른 빛깔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다. 물론 얌전하거나 온순하며, 시키는 대로 길들여진 애늙은이를 담임하기는 편하지만, 그보다 자기 생각을 갖고 스스로 행동하는 아이들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그만큼 아이들과의 만남은 한 해 학급을 운영하는 데 있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스스로 설 수 있어야하고, 아이들은 잘 놀아야 잘 큰다. 그런 점에서 보면 부곡초등학교(경남 창녕군 부곡면) 서른 한 명의 아이들은 너무나 좋은 만남이다.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간에 참 좋은 인연은 만남 그 자체로 알 수 있다. 뭔가 통하는 것이다. 담임 소개를 한 지 얼마나 됐다고 녀석들, 이내 담임 손을 잡아끌며 매달린다.

개구쟁이들은 무조건 어깨를 짓누른다. 스스럼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좋다는 얘기다. 아이들에게 에워싸여 땀을 흥건히 쏟아도 싫지가 않다. 입을 모아 제 하고픈 이야기를 먼저 기를 쓰고 다가서려는 아이도 있다. 하지만 앞에 선 아이들의 벽이 너무 높다. 그렇지만 친구를 밀치고 그 사이를 비집고 나서는 아이, 아예 책상위로 올라가서 자기 존재를 밝히는 아이도 있다. 순간, 교실이 난장판이다. 행복한 비명이 여기저기서 불거진다.

3월 첫날, 교실풍경은 풋풋하게 살아있다. 지시적이거나 엄격함을 털어버린 교사라면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으로 인정받는다. 아이들은 교사들이 나눠주는 향기로 생기를 얻는다. 그렇기에 그들과 눈높이를 같이한다면 아이들의 신뢰는 충만하고도 남는다. 교실 가득 아이들의 웃음으로 환해진다. 무시로 부담 없이 마주치는 그들의 눈빛으로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거짓부렁은 통하지 않는다. 억지 춘향 하듯 아무리 부추겨도 곱게 따르지 않는다. 교사의 손길에 따뜻한 사랑의 훈기가 묻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떤 선생을 바랄까. 말씨가 친절하고 부드러운 선생, 마음이 온화하고 인정 많은 선생, 일처리가 합리적이고 차별하지 않는 선생이다. 당연하다. 누구나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매사 원만한 교사가 담임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일상적인 담임교사의 자질을 따지기보다 아이의 개성과 능력을 발현해낼 수 있고, 아이의 창조성과 가소성을 계발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배려할 수 있는 인격을 소유한 자라면 금상첨화다. 그런데도 요즘 그러한 선생을 만나기 힘들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고백컨대 필자 역시 부추김을 받을 만한 교사는 아니다. 그렇지만 해마다 참 좋은 인연으로 만나는 아이들에게만큼은 좋지 않은 기억을 안겨주지 않으려고 무척 애쓰고 있다. 적어도 교사로서의 철학과 정체감을 잃지 않고, 교육적 소신과 열의를 갖고 아이들 곁에서 떳떳하게 설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담임교사에게 아이들과 학부모가 바라는 것은 그리 크지 않다. 그것은 바로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는 교육, 저마다의 개성과 창의성을 일깨우는 교육, 똑같은 빛깔로 차별 없는 교육이다. 더 바랄 게 없다. 그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 교육현장은 일회성 구호가 난무하고 사교육으로 휘둘리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 아이들 눈빛이 저렇게 초롱초롱한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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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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