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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기독교회관에서 개헌 관련 대학생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김민전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가 토론회 직전 어떻게 토론회를 진행할지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 허환주
"헌법이라는 한국의 하드웨어를 바꿈으로써 한국에서 발생하는 병을 고쳐야 한다. 개헌은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 장경태 열린우리당 대학생정책자문단 부단장

"현 한국사회에서는 하드웨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가 중요하다. 개헌보단 정치문화를 개선하는 것에 매진해야 한다" - 오신현석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당원

"한국의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 진단하는 대로 모두 처방을 하면 옳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 양준균 대학생인터넷 정당 불루엔진 회원


@BRI@대학생들이 개헌에 대해 입을 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1월 9일 특별담화를 통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는 개헌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뿐 아니라 사회 여러 분야에서 담론이 오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개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사회에 대한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 6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개헌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였다.

2일 4시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회의실에서는 '좋은헌법만들기 국민운동' 주최로 대학생인터넷정당 블루엔진,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열린우리당 열린정책연구원 대학생정책자문단 등 대학생 단체 3곳에서 각각 2명의 학생이 참여, '헌법개정, 대학생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대학생들 특유의 재기 발랄한 비유와 인용이 있어 토론회는 시종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토론회가 가볍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여기에 모인 단체들이 정치적 성향이 짙은 단체인지라 개헌에 대한 토론과 담론 역시 치열하게 오갔다. 하지만 기존 정당들이 주장하는 개헌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해 독창적인 대학생들만의 고민이 아쉬운 자리이기도 했다.

토론회에서는 개헌에 대한 논쟁 중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을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쟁점 1: 개헌 타당성] "안정된 국정운영 발휘"VS "국민을 먼저 고려해야"

대학생들에게 가장 논쟁이 되는 것은 현재 정치권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는 '원포인트 개헌이 타당한가'였다. 이에 대해 많은 논의가 오고 갔다.

원포인트 개헌에 대해 박석훈 열린우리당 열린정책연구원 대학생정책자문단원은 현 상태의 정치구조에서 단점은 내리고 장점은 올리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석훈씨는 "우리나라는 보궐선거, 총선 등 선거를 안한 해가 없었다"며 이러한 선거는 "대통령 임기 동안 정쟁, 분란을 야기시키는 요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포인트 개헌이 실시되면 "여대야소의 안정된 국정운영을 통해 정부는 국회의 발목을 잡히지 않는 강한 힘을 가지게 됨으로써 소신 있게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개헌을 찬성하는 박석훈씨가 왜 개헌이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허환주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 대해 다른 단체 학생들은 회의적이었다.

홍성규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은 헌법의 참된 의미를 생각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바른 헌법의 의미는 국민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며 "원포인트를 과연 헌법 개정의 최우선 과제로 생각해야 하는가"라며 의문을 던졌다. 헌법은 정치구조에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기본권, 행복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

홍성규씨는 헌법을 고칠 때 확실히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선과 대선이 20년만에 겹친다는 단순한 정치적 고려로 헌법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산적해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생인터넷정당 블루엔진 양준균 회원도 원포인트 개헌에 반대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달랐다. 정치적 의도를 가진 개헌이라는 것. 양준균씨는 "원포인트 개헌은 노 대통령의 또 다른 깜짝쇼에 불과하다"며 국민들과 함께 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것은 원포인트 개헌이 아니다"라며 "우선 정권을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정권의 불신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즉 정권이 불안한 것은 여소야대가 아닌 정부를 믿지 못하는 국민의 불신에서 비롯된다는 이야기다.

[쟁점 2: 개헌 효과] "아무 소용없다" VS "문제해결의 시발점"

그렇다면 개헌이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을까.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오신현석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원은 개헌이 한국사회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을 바꾼다고 모두 바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정치문화 자체가 바꿔야만 한국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문화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라고 주장했다.

오신현석씨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민주노동당에 유리한 제도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것은 국민의 민의 하나 하나가 반영될 수 있는 좋은 제도"라며 "이 제도가 도입된다면 한국의 정치는 좀더 진일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장경태씨가 개헌의 시기는 언제가 좋을지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허환주
연선옥 대학생인터넷정당 불루엔진 회원은 "개헌은 그렇지 않아도 강한 대통령의 힘을 더욱 강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현재 정부의 힘이 약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며 "(개헌이 되면 더욱 막강해질) 이러한 힘을 누가 어떻게 견제할 수 있겠나"라며 의문을 표했다.

이러한 반응들에 대해 박석훈씨 역시 개헌이 만능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서를 달았다. 그는 "다른 대안보다는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고 개헌을 설명했다.

박석훈씨는 "개헌은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시작점은 되겠지만 문제들을 일시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개헌을 통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덧붙여 "모든 것을 일시에 해결하려는 태도는 이상적이다"라고 말했다.

장경태 열린우리당 열린정책연구원 대학생정책자문단 부단장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산적한 문제들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원포인트 개헌을 먼저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로스쿨을 언급하며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로스쿨이 현재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것은 국정의 단절 때문"이라며 원포인트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쟁점 3: 개헌시기] "20년만에 돌아오는 지금" VS "국민적 합의 먼저"

그렇다면 대학생들은 언제가 개헌의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할까. 이에 대해서도 분분했다.

연선옥씨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그녀는 "국민들의 합의가 고려된 후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아직 국민들의 합의는 요원하기만 하다"며 개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임기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진행한 뒤, 최종 발의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단임제가 실시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며 "단임제의 장단점을 좀더 지켜보고 논의한 뒤 차기 정권에 의해 국민적 합의 후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석훈씨는 국정안정을 이유로 올해만이 개헌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20년만에 맞물려 있는 지금이야말로 개헌에 대해 논의할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여대야소를 통한 강한 국정운영을 발휘함으로써 정국이 안정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

이러한 그의 주장에 대해 연선옥씨는 "현재도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데, 여기서 더욱 강한 힘을 가진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박석훈씨는 현 제도에서 충분히 정부를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개헌이 권력분립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삼권분립이 되어 있는 체제 속에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 오신현석씨는 개헌을 하게 된다면 국민들의 행복을 위해 다양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허환주
토론이 끝난 뒤, 각 패널들은 준비해온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일정부분 만족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는 시종일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그리고 토론이 심각하게 진행됨에 따라 때로는 상대편의 반박에 의해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때론 강한 어조로 상대편의 논리를 반박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패널들은 토론이 끝남과 동시에 언제 그토록 열띤 토론을 했냐는 듯이 웃으며 서로 악수를 청하며 연락처를 주고받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었다.

'개헌은 ㅇㅇㅇ다'
[말말말] 재기발랄한 대학생들의 비유 돋보여

이날 토론회에서 단연 주목을 끄는 것은 패널로 참석한 대학생들의 비유와 예시였다. 대학생 패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개헌을 여러 사물에 비유해 설명함으로써 상대 패널에게 때론 공격적으로, 때론 자신의 주장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기발한 비유와 표현들은 토론회에 참석한 관중들을 연신 웃음 짓게 만들었다.

박석훈씨는 개헌을 한국사회의 '체질개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사회의 체질개선부터 이뤄져야 고질병도 고칠병으로 바뀌게 된다"며 개헌을 체질개선에 비유했다.

개헌을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라고 박석훈씨가 주장하자 이에 오신현석씨는 하드웨어가 바뀐다고 모든 것이 바뀌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한국사회는 한글2002가 필요한데 아직 한글97밖에 없다"며 정치문화의 개선 등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자 장경태씨는 "한글 97에서 한글 2002로 바꾸기 위해서는 컴퓨터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응수했다. 하드웨어인 개헌이 있어야만 소프트웨어, 즉 정치문화의 발전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

양군균씨는 이번 개헌을 시발점으로 하자는 의견에 대해 밥 짓는 것을 비유로 들었다. 그는 "밥 짓는데 첨가할 것이 있어 밥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게 되면 결국 밥은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즉 계속적으로 밥 뚜껑을 개폐하면 밥맛이 없어지듯 개헌을 계속적으로 진행하게 되면 나라 역시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박석훈씨는 홍성규씨가 말한 정치문화혁신은 현 상황에서는 이상적이라고 말하며 이를 위해서는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문화혁신을 위해서는 중요한 부분에서부터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창시절 과목을 언급, "국영수를 중심으로 기초부터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성적을 올리는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험이 한 달 뒤인데 1년 넘게 공부를 할 것이냐"며 개헌 시기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이러한 개헌을 국영수에 비유한 그의 발언은 관중들의 웃음과 호응을 얻었다.

이에 대해 홍성규씨는 즉각 반박, "국영수를 중심으로 공부한 것이 한국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폐해가 얼마나 큰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교육에서도 전방위 교육이 필요하듯이 개헌 역시도 전방위에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각자 패널들의 미래 꿈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양준균씨는 "20년 뒤에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되면 전국을 통합할 수 있는 묘안을 제시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포부를 언뜻 내비쳤다. 그러자 홍성규씨는 자신 역시 20년 뒤에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로 나설 것이라며 "하지만 그때 당신이 나오는 당의 이름은 한나라당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이나 이념은 바뀌지 않고 당명만 바뀌고 있는 한나라당을 꼬집은 것이다.

이러한 대학생 패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사회자 김민전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나 역시 20년 뒤에도 대선 후보 사회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 허환주

태그:#개헌, #토론회, #대학생, #노무현, #단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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