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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 큰줄다리기 및 달맞이 행사’ 가 열린 진동면 동촌냇가 전경
‘진동 큰줄다리기 및 달맞이 행사’ 가 열린 진동면 동촌냇가 전경 ⓒ 김정수
정월대보름인 3월4일 마산시 진동면민속문화보존회가 '진동 큰줄다리기 및 달맞이행사'를 열었다.

@BRI@시인인 이종찬 기자와 필자의 고향인 의령의 수도사에 들렀다가, 오후 2시경 행사가 열리는 마산시 진동면 동촌냇가를 찾았다. 굵은 봄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그런데 비로 인해서 대부분의 행사가 종료되어 아쉬움이 컸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비녀쇠 행진부터 촬영할 생각이었는데, 비녀쇠 행진과 큰줄다리기도 이미 끝난 후였다. 무대에서는 인기가수 초청공연이 시작되고 있었다. 편승엽이 '찬찬찬'을 불렀다.

굵은 빗줄기를 그대로 맞으며 공연을 지켜보는 이들이 생각 외로 많았다. 달맞이 제례와 달집태우기 행사가 남아 있어 잠시 식당에서 비를 피하기로 했다. 이종찬 기자가 장어국밥을 잘한다는 식당으로 안내했는데, 마침 정전이었다. 테이블 위에 촛불을 켜놓은 채 막걸리 한 되를 시켜놓고 기다리기로 했다.

달집태우기 행사에 사용될 달집 앞에 제상이 차려졌다.
달집태우기 행사에 사용될 달집 앞에 제상이 차려졌다. ⓒ 김정수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달맞이제례가 시작되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달맞이제례가 시작되었다. ⓒ 김정수
한전에 전기고장신고를 하고 사람이 왔으나 비가 오는 상태라 수리가 쉽게 끝나지 않았다. 막걸리를 거의 다 먹도록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오후 4시 30분경 다시 행사장으로 나섰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진 가운데 무대에서는 계속 노래가 흘러나왔다.

궂은 날씨인데도 주변에는 약 200여 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자리를 뜨지 않고 축제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오후 5시 무렵 달맞이 제례를 위한 제상이 차려졌다. 카메라가 비에 젖지 않도록 하기 위해 레인커버를 씌우고 촬영에 들어갔다.

박경성 진동면장이 달맞이제례에 참가해 술을 올리고 있다.
박경성 진동면장이 달맞이제례에 참가해 술을 올리고 있다. ⓒ 김정수

달집태우기를 하기 위해 대나무막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달집태우기를 하기 위해 대나무막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 김정수
제상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진동면민속문화보존회 이준규 회장에게 시선이 쏠렸다.

"달뜨는 예상 시간이 오후 6시45분인데예, 지금 비가 와가 달이 안보이도 그때 가서 불 피웁시더."

이준규 회장은 달집 태우기만큼은 예정대로 진행해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를 진행하는 참모들의 의견은 달랐다. 폭우로 인해 나머지 행사도 앞당겨 진행한데다 지금 사람들도 얼마 안남은 상태라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결국 달맞이 제례가 끝나고 바로 달집태우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달집태우기는 달집의 짚단에 불을 붙이면서 시작되었다.
달집태우기는 달집의 짚단에 불을 붙이면서 시작되었다. ⓒ 김정수
오후 5시 20분에 달맞이제례가 시작되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이준규 회장이 술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정두홍씨가 축문을 읽어내려 갔는데, 빗물에 글씨가 번지는 바람에 알아보기가 어려워 애를 먹기도 했다. 다음은 박경성 진동면장이 술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몇 사람이 더 절을 올리고, 제례가 끝나자 풍물패가 나타나 징과 꽹과리를 치며 흥을 돋우었다. 달집 주변을 몇 바퀴 돌며 분위기를 띄운 후 달집태우기에 들어갔다. 불을 붙이려고 하자 언제 나타났는지 주변에 약 1000여 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다시 축제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달집에 불이 붙자 젖은 대나무가 타면서 허연 연기가 주변을 에워쌌다.
달집에 불이 붙자 젖은 대나무가 타면서 허연 연기가 주변을 에워쌌다. ⓒ 김정수
달집이 잘 타오르도록 주변에다 석유를 부었다. 대나무 끝에다 솜을 매달아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대나무에 어느 정도 불이 붙자 달집으로 걸어가 불을 붙였다. 달집 앞 짚단에다 불을 붙이자 금세 활활 타올랐다. 달집은 대나무를 엮어서 만들었는데, 불이 옮겨 붙자 '타닥타닥' 하며 대나무가 갈라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비를 맞은 대나무가 불이 잘 붙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붉은 불기둥을 솟구치며 잘만 타올랐다. 대나무가 비에 젖은 탓에 연기가 엄청 많이 났다. 매캐한 연기가 주변을 에워싸다시피 해 관람객들이 연기를 피해 멀리 달아나기도 했다. 화생방 훈련을 연상시킬 만큼 행사장 주변은 한동안 연기로 자욱했다.

달집이 붉은 불기둥을 내뿜으며 활활 타고 있다.
달집이 붉은 불기둥을 내뿜으며 활활 타고 있다. ⓒ 김정수
5분 정도 심한 연기가 나는 듯 하더니 나무 위쪽으로 불이 옮겨 붙어 불길이 커지면서 연기도 잦아들었다. 불기둥이 높이 솟구쳤을 때는 언덕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보며 촬영을 했다. 바람을 타고 오르는 불길이 용이 하늘로 솟구치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동천냇가에 반사되며 이글이글 타는 불길에 빨려들어 한동안 비가 오는 것도 잊고 촬영에만 열중했다. 저녁 6시가 넘어가자 달집이 한쪽으로 약간 기울기 시작했다. 그즈음 사람들이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6시 10분경에 행사장을 빠져나와 진동시장의 진동식당으로 이동해서 장어국밥을 먹었다. 정월대보름이라고 나온 오곡밥에다 장어국을 말아서 얼큰하게 먹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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