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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담회에 참석한 손수정, 민정, 김진경, 최우윤씨(왼쪽부터).
방담회에 참석한 손수정, 민정, 김진경, 최우윤씨(왼쪽부터). ⓒ 여성신문 정대웅기자
Q : 여성파워시대, 여성운동은 계속 필요할까
A :“이젠, 큰 틀에서 힘 필요”


[주혜림 기자]“호주제가 폐지됐다지만 여성문제의 이슈는 오히려 더 다양해지고 전문화됐다고 생각해요. 다양해진 여성운동을 묶어낼 수 있는 큰 틀에서의 힘이 필요한 때라고 봐요.” (민정)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졌고 남녀평등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피부로 느끼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어요.”(손수정)

이들은 여성의 권익이 신장됐음은 인정하지만 여성운동 역시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당장 자신에게 닥친 문제가 아니라고 여성주의에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 손수정씨는 “여성주의를 공부하면 할수록 불합리한 일들이 눈에 들어오고,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더라”며 젊은 세대에게 여성주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Q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A :“페미니스트는 개인적 성향”


“미국에선 ‘페미니스트’도 개인의 성향으로 인정하는데 한국에선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소개팅에 나가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했더니 다들 이상하게 봐서 놀랐어요.” (김진경)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들으면 피로감 같은 걸 느낄 때가 있어요. 젊은 세대가 페미니즘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봐요.”(최우윤)

젊은 세대들은 페미니스트에 대한 ‘과격한’ 또는 ‘투쟁적인’ 이미지를 거부한다. 단지 여성운동에 관심이 있고, 양성평등을 실천하고자 하는 진보적인 사람으로 봐달라는 것. 고등학교 때부터 여성주의에 관심이 있어 여성신문 통신원까지 하게 됐었다는 최우윤씨는 “여성이라면 당연히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든가, 남성이 페미니즘에 부정적일 거라는 인식도 편견일 수 있다”면서 페미니스트에 그 어떤 규정을 짓는 것을 불편해 한다.

Q :지금의 여성운동에 만족하는가
A :“여성운동, 전 계층 포용하는 평등운동으로 거듭나야”


“과거 선배들이 했던 전투적인 성격의 여성운동은 당시 시대상황에서는 정말 필요했다고 봐요.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남성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포용적인 여성운동이 진행돼야죠.”(최우윤)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운동에는 반대가 있는 법이죠.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대립만 하기보다는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고,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손수정)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이들은 모든 사람이 함께 잘사는 사회를 지향한다. 김진경씨는 “여성운동을 여성이라는 범주로 한정짓지 말고 트랜스 젠더, 동성애자의 문제도 여성운동의 범주에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Q :‘알파걸’이 대세일까
A :“알파걸은 소수에 불과한 걸”


“‘알파걸’이라는 신조어의 등장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봐요. 그만큼 어린 세대들은 남녀가 평등하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거니까요.”(민정)
“‘알파걸’ 이론을 설명한 책을 보니 표본집단이 치우쳐 있더군요. 일반적인 여성이 좌절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무시하는 개념인 것 같아요.”(최우윤)

여성운동의 혜택을 입은 세대면서도 페미니스트가 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믿는 10대 엘리트 집단 ‘알파걸’. 이를 해석하는 입장에는 근소한 차이가 있지만 “우리 사회에 진정한 알파걸이 얼마나 될까?”라는 김진경씨의 의문에는 모두 동의를 표시한다.

Q : 여성운동, 축제가 될 순 없을까
A :“여성운동에도 감성적 터치 필요”


“계몽하는 방식의 여성운동은 젊은 세대에겐 거부감을 일으켜요. 여성운동도 누구나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축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김진경)
“월경페스티벌을 처음 보고 여성주의에 대한 흥미를 느꼈어요. 관심이 생기니까 알아서 공부를 하고 참여하는 방법을 찾게 되더라구요.”(손수정)

여성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많아지고 여성 관련 이슈도 다양해진 요즘 여성운동의 접근방법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 의견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여성운동은 여성뿐 아니라 남녀노소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축제 같은 여성운동’. 민정씨는 “실제로 대학에서 진행되는 여성운동을 보면 공연이나 전시회 등 문화적 접근을 주로 하고 있다”며 “정치권에 감성정치가 일고 있는 것처럼 여성운동에서도 감성적인 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20대 여성들의 “나의 여성운동 본능”은

각 분야 20대 여성 4명의 방담회에서 오간 얘기들은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의 20대 여성들의 대체적인 생각인 듯하다. 페미니즘과 여성운동에 대한 이들 나름대로의 직설적 느낌 여덟 가지를 요약해본다.

1. 여성운동은 개인 ‘취향’, 좀 더 나아가면 공익활동이다.

2. 우리를 ‘여성’으로 묶어놓는 것 자체가 새로운 억압이다.

3. 여성문제, 머리 싸매기보다 즐겁게 풀어나가자.

4. 내가 원하는 것은 감성적이고 안락한 페미니즘!
5. ‘페미니스트’임을 굳이 알리고 싶진 않다. 왜? 부담스러우니까.

6. 누가 누구를 계몽하는가…단지 ‘공감’이 필요할 뿐이다.

7. 여성 간의 유대 못지않게 남성과의 전략적 연대가 필요하다.

8. 우리에게 특별한 롤모델은 없지만, 그래도 멘토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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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성신문은 1988년 국민주 모아 창간 한국 최초의 여성언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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