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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식량난 속에서 북한 여성들은 생계 유지를 위한 1차적 책임자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개성공단의 시계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여성들
지속적인 식량난 속에서 북한 여성들은 생계 유지를 위한 1차적 책임자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은 개성공단의 시계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여성들 ⓒ 우먼타임스
일반적으로 빈곤 지역의 기근으로 인한 일차적 희생자는 여성이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온 식량난을 겪으면서 북한 여성들은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주도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가정 문제는 여성이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작용하는데다 남자들 대부분이 장사하는 것을 수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제난으로 기업소, 공장 등의 가동이 중단돼 노임을 받을 수 없는데도 북한의 엄격한 노동법 규정에 따라 남자들은 직장에 나가야 하고, 여성들이 가장을 대신해 생계를 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식량난을 겪는 과정에서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북한 여성들이 한 일은 다양하나, 이 중 가장 보편화된 경제활동은 장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내 작업반, 가정에서 집짐승 기르기, 텃밭·뙈기밭 경작 등의 부업을 하거나, 단체에 소속된 외화벌이 기구에 참여하거나, 개인적으로 직접 중국 상인과 접촉해 거래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성매매 등 자신의 몸을 도구화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가족 부양을 위한 경제활동이 크게 증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뿌리 깊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의식으로 인해 북한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감내해야 할 부담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북한 여성, 특히 어머니들은 가족을 위해 음식을 먹지 않거나 양을 줄임으로서 영양실조에 걸릴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 북한을 탈주한 새터민 여성들은 북한 어머니들이 한 공기의 죽도 남편과 자식을 위해 양보하는 '미덕'이 근본적으로 극단적인 가부장적 가정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한다.

설상가상으로 경제난으로 인해 탁아소 등 자녀 양육의 사회화 조치들마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여성들의 부담은 더 심해지고 있다.

식량난을 가족 단위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남편들도 부인을 따라 장사에 나서는가 하면, 여성들이 밖에 나가 장사를 하는 동안 밥 짓기, 청소, 아이 돌보기 등 집안일을 남편 스스로 하고 있는 변화의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BRI@그러나 기본적으로 북한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가부장적 생활방식이나 성별 역할분담 의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새터민 여성들은 식량난 이후 북한 여성들의 경제력이 강해지면서 가정에서 발언권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여성들은 세대주를 집안의 가장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부장 중심 가정생활에 저항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한다.

북한의 식량난이 여성들에게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 부양을 위한 경제활동을 통해 경제적 자립 능력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자아와 자신의 삶에 대한 의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2007년 신년 공동 사설에서 북한은 '지난 시기와 다름없이' 농사를 천하지대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힘으로서 1990년대 이후의 극심한 식량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2005년 생산량(450만톤)의 약 60% 정도이며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 규모가 급격히 줄어 북한의 식량 사정이 매우 어려워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은 식량 위기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빚어졌던 대량 아사의 참극을 다시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만약 불행하게도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다면 일차적 희생자는 역시 여성이 될 것이며, 이에 따라 북한 여성들의 삶의 환경과 질은 더 열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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