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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공덕동에 위치한 한겨레신문사 사옥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겨레> 사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 3인이 7일 '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선언했다.

곽병찬·서형수·오귀환 후보는 7일 점심 회동을 갖고 곽병찬, 오귀환 후보가 사퇴하고 서형수 후보를 합의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서형수 후보가 대표가 될 경우 임기를 전임 사장의 잔여임기(1년)로 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해직언론인 그 후 세대에 의한 본격적인 2기 체제 출범을 앞둔 <한겨레>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것이다.

이들 세 후보는 7일 저녁 7시 열릴 예정이었던 합동토론회에서 이 같은 합의 추대 사실을 공개했다. 곽병찬·오귀환 두 후보는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합동토론회는 취소됐고, 대신 세 후보의 전격 합의에 대한 사원들의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이들 세 후보는 합동토론회 직전에 배포한 세 후보 공동 명의의 '2기 <한겨레>를 위한 세 후보의 공감, 약속(공감과 약속)'을 통해 "1기 체제에 안주해서는 발전은커녕 생존조차 어렵다"며 "분열적 리더십을 극복하고, 통합적 리더십의 창출을 제도화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세 후보 합의 추대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모두 6개 항으로 구성된 '공감과 약속'에는 ▲대표이사 후보로 서형수 후보 합의추대 ▲새 대표 이사의 임기를 전임 대표이사의 잔여임기(1년)로 하며, 연임 불가 ▲새 대표 이사 임기 중 최우선적으로 통합적 리더십 창출의 제도화 ▲제도화의 추진 주체는 새로 선출된 경영진과 사내 대의기구인 겸임조합(노동조합과 우리사주조합의 통합 기구)로 하며 책임과 권한 부여 ▲새 대표는 2기 <한겨레>의 안정된 출범을 위해 전면적인 인적 쇄신 단행, 신진 세력의 혁신적 역량과 변화의 열망을 전면 반영 ▲사퇴한 두 후보는 새 대표를 도와 2기 <한겨레> 출범 준비에 적극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겨레> 파벌 문화에 대한 '후보들의 반란'

세 후보의 이 같은 합의는 전적으로 세 후보들의 독자적 결단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후보의 대리인(<한겨레>는 사장 후보들이 대리인을 지명, 공개적으로 선거에 관한 제반 활동을 대표하도록 하고 있다)들도 세 후보가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할 때까지 이 같은 합의 사실을 알지 못했을 정도다. 세 후보들은 사장 선거 출마 입장을 밝히기 전에도 한 차례 회동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BRI@세 후보가 이 같은 후보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것은 무엇보다 이번 선거 과정이 과열될 경우 <한겨레>가 아주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한 것이 가장 컸던 것으로 보인다. 전임 사장의 중도 사임 파동 자체가 <한겨레> 안팎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파동의 당사자들 까지 포함된 후보들의 선거 운동이 과열될 경우 그 누가 선출되더라도 <한겨레>를 힘 있게 이끌어가기 어렵다고 본 듯하다.

이와 함께 <한겨레>가 '통합적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표이사는 사내의 모든 파벌에서 자유롭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세 후보가 짧은 후보 기간을 통해 절감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들 세 후보는 역대 사장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과는 달리 사내 파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인사들이었다.

물론 이들 역시 <한겨레>의 파벌 문화에서 전적으로 자유로웠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각기 파벌문화에 대해 나름대로 '저항'하거나 아니면 그 폐해의 '희생자'로서 쓰라린 경험들을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 세 후보의 '합의'는 <한겨레>의 파벌 문화에 대한 '후보들의 반란'이기도 하다.

후보들의 반란이라고 볼 수 있는 점은 '공감과 약속' 곳곳에서 발견된다. <한겨레> 이사회는 전임 사장의 사임 이후 차기 사장의 임기를 '잔여임기'에서 '3년 임기'로 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토록 결의했다. 그러나 세 후보는 이번 대표이사의 임기를 잔여임기 1년으로 하고, 연임도 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권력'이 아니라, <한겨레>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디딤돌'이 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어볼 수 있다.

그 같은 의지는 현재와 같은 사장·편집국장 선출 방식 등에 대한 제도 개편에 차기 대표이사의 역할을 분명하게 규정한데서도 드러난다. 현재와 같은 사장·편집국장 선출방식으로는 파벌문화의 족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 세 후보 모두 '절감'하고 '공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한겨레>의 시민편집인인 김형태 변호사가 시민편집인 칼럼을 통해 전적으로 사내 여론에 의존하고 있는 <한겨레>의 경영권 창출 방법(사장 사원 직선제)에 이의를 제기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더불어 신진세력의 혁신적 역량과 변화의 열망을 반영해 전면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이 역시 기존 파벌 문화에 대한 세 후보의 '결별 선언'이라고 할 만하다. '1년 단임'을 배수진으로 치고 나왔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은 결코 작지 않다.

세 후보의 '공감과 약속'에 대한 신임 투표

세 후보는 극적인 합의추대를 통해 후보와 지지 세력과의 관계를 단숨에 역전시켰다. 현 시점에서 세 후보는 상대적으로 <한겨레>의 특정세력에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다. 하지만 선거과정에 돌입하면서 불가피하게 특정세력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런 국면을 세 후보는 '단일후보' 추대를 통해 극적으로 반전시켰다.

그 반동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반동의 진폭은 이들 세 후보의 '결의'를 <한겨레> 구성원들이 어떻게 평가하느냐 따라 달려 있다. <한겨레>를 살리기 위한 '충정'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후보들의 편의적인 '야합'으로 볼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들 세 후보의 '합의추대' 결정은 <한겨레> 사원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 어제 무산된 합동토론회 자리에서는 사원들의 선택권을 원천 봉쇄한 '후보들의 야합'이라는 거센 비난도 나왔다.

'후보들의 반란'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한 <한겨레> 구성원들의 평가는 9일 사장 선거 결과로 확인될 것이다. <한겨레> 사장선거 규정은 1차 투표 이전에 후보 사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사장 선거는 9일 예정대로 치러진다. 사장 후보 선출을 위한 내일 투표는 이제 세 후보의 '공감과 약속'에 대한 신임 투표가 됐다. 신임 정도는 투표율과 합의 추대된 서 후보에 대한 지지율로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태그:#백병규의 미디어워치, #백병규, #미디어워치, #한겨레, #사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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