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짠짜라'가 서울역 앞 광장에 울려 퍼지자 '비정규직 차별철폐'라는 손팻말들이 일제히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며 식량주권 사수를 외치던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소속 중년 회원들도 눈 속에서 두 팔을 들어 '막춤'을 췄다.
8일 오후 3시 서울역 앞 광장에서 열린 '99주년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전국여성대회' 자리에서다. 민주노동당·민주노총·전여농 주최로 이날 행사의 주제는 '여성의 힘으로, 열어라 평등세상'.
여성농민노래단 '청보리사랑'이 무대에서 열창하는 동안 참석자 500여명은 비정규직 설움, 한미FTA 저지 투쟁의 어려움 등은 잠시 잊었다. 이날만큼은 여성들만의 축제였기 때문. 내친 김에 "앵콜"을 연발해 '서울 평양 반나절'이라는 전통 가요도 흥을 돋우는 데 추가했다.
"교육권·선거권 확보했지만 여전히 궁핍한 여성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르네상스호텔 노조, KTX 여승무원, 기륭전자분회 등 노동권 보장을 위해 1년 넘게 싸우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돌이켜보면 현실은 씁쓸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우리는 여성의 지위 향상과 차별철폐, 빈곤 타파를 위해 투쟁해 남성과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선거권을 획득했다"면서도 "하지만 99년이 지난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의 삶은 과거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다수의 여성이 비정규직 노동자이며, 턱없이 낮은 임금으로 남성과 불평등한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며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데다 4대보험을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여성들은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높여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최저임금 현실화 ▲보육의 공공성 강화 ▲식량주권 실현 등 여성 농민 지위 보장▲여성 빈곤을 가속화하는 한미FTA 반대 ▲진보 여성 총단결로 대선 승리 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김덕윤 전여농 회장 등을 비롯해 노회찬·심상정 등 민주노동당 의원, 정진화 전국교직원노조위원장, 윤금순 전국여성연대(준)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외에도 전국공무원노조, 민주노총 산하 단체 회원 등이 참석했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미FTA에 반대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해 이날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다.
이 행사에 앞서 같은 날 오전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는 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지역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올해 7월 시행되는 비정규법은 여성 노동자들을 더욱 비정규직으로 내몰 것이며, 해고와 불안정한 노동으로 여성의 빈곤 심화는 악화될 것"이라며 "비정규법의 시행을 앞두고 엄청난 현실을 바꿔내고자 하는 투쟁의 의지를 다져 향후 여성의 노동권, 모성권 쟁취를 위해 힘차게 나갈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한편 3·8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에서 여성 노동자 1만 5천여명이 노조 결성 보장, 임금 인상, 선거권 확보 등을 요구한 대규모 시위에서 유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