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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사실 프로그램 초창기 당시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었다. <스펀지>나 <연애편지>같은 쟁쟁한 경쟁프로그램들에 밀려 한 자릿수 시청률을 맴돌며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은 젊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얻으며 소리소문없이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화제를 불러모으기도 했다.

방영 초기부터 <무한도전>이 가진 은근한 중독성은, 멤버들 각자의 분명한 개성과 역할분담에 기초한 캐릭터화, 그리고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마이너한 이미지로 대표되는 서민형 연예인들을 앞세워, 어떤 불가능한 미션이든 과감하게 부딪쳐본다는 순수한 도전정신에 있었다.

엄밀히 말해 도전이라기보다는 자학에 가까운 <무한도전>의 코드는, 개그콘서트의 <마빡이>보다 한발앞서 '묻지마 몸개그'의 트렌드를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기때의 '무모한 도전'과 2기때의 '무리한 도전'을 거쳐 이제는 어엿한 독립된 프로그램이 된 3기에 이르러, 비로소 <무한도전>의 매력은 마니아를 넘어선 대중적인 매력으로 자리잡을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무한도전>은 웃음의 코드를 놓고 젊은 팬들과 중장년층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프로그램이기도하다.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기에, 다 큰 남자들이 맨날 소리지르고 아옹다옹하고 음식 하나에 몸을 내던지는 <무한도전>의 소동극은 산만하고 생뚱맞아 보인다. 자칭 '리얼 막장 버라이어티 3D 궁상 프로그램' 을 표방한 <무한도전>의 본질은, 마이너리거들의 성장 드라마에 있다.

'리얼리티 쇼'이자 '명랑운동회'이기도 하고, 시트콤이기도 한 <무한도전>은 형식과 소재의 제한없이 고정멤버 6명만으로도 풍부한 아이템을 만들어낸다. 간간이 게스트가 등장하지만 그 비중이 높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스스로 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주변부로 밀려나는 경우도 흔하다.

오랜 무명생활을 거친 MC 유재석을 비롯하여 박명수, 노홍철, 정준하, 하하, 정형돈 6등은 자칫 지나치게 튀는 개성으로 인하여 '비호감 일색'이 되기 쉬운 위험성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빈틈도 많고 약점도 많은 캐릭터들이 저마다 때로는 충돌하고 화합하는 과정, 멤버들의 사생활까지 온전히 드러내는 리얼리즘을 통해 오히려 대중의 공감대를 획득할수 있었다.

ⓒ MBC
역대 <무한도전> 미션중에서 가장 큰 화제를 불러모았던 '도전, 패션모델'이나 '빨리 친해지길 바래' '효도르 편' '영어마을' 등은 <무한도전>이 보여줄수 있는 매력의 최대치를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체조건이나 자질 면에서 수준 이하인 여섯 남자들이 당당히 최고의 패션쇼에 메인 모델로 등장하고, 팀워크가 중요한 버라이어티에서 실제로는 그리 친하지 않았던 하하와 정형돈의 어색한 관계를 폭로하기도 한다. 때로는 저마다 조금씩 개인적인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멤버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예능 프로그램들이 흔히 범하는 설정과 반복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무한도전>이 최근 동시간대 1위로 급부상하면서 급속히 대중화되어가고 있는 모습은, 초창기부터 이 프로그램을 사랑했던 마니아팬들에게는 썩 달갑기만 한 소식은 아닐 것이다. <상상플러스>가 그러했듯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올라갈수록 그에 대한 기대와 부담, 경쟁 프로그램들의 견제는 물론이고, 한편으로는 안티팬들의 비판도 높아진다.

<무한도전>의 매력은 근본적으로 마이너 정신에 있다. 일등을 모방하고 집착하기보다는 형식과 소재, 체면에 국한되지 않고 놀이패들이 있는 그대로 신명나는 잔치를 펼쳐보이는 것. 최근들어 정신무장을 강조하며 1기 당시의 무모한 도전 형식을 다시 끌어들이거나, 멤버들의 육체적 혹사를 요구하는 '몸 개그'를 부각시키는 가운데에는, 초심을 잃지않으면서 새로운 웃음 코드를 개발해야한다는 제작진의 고충이 녹아있다.

<무한도전>은 말 그대로 '무한도전' 일때가 가장 재미있다.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때로는 더위 혹은 추위와 싸우며 낮은 시청률에도 주눅들지 않고 쫄쫄이 하나로 몸 개그를 선보이며 최선을 다하던 멤버들의 피땀이 오늘날 무한도전을 구축한 원동력이었다. '언제 재미없다고 외면받을지 몰라도' 스스로 매너리즘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여섯 남자의 무모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 팬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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