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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층에서 내려다 본 모습
32층에서 내려다 본 모습 ⓒ 정현순
지난 2월 중순경이었다. 이웃에 사는 몇 명의 친구들을 마트에서 만났다. 그들은 나를 보더니 "언니 잘 됐다. 할 얘기가 있어. 우리 3월4일 일본여행 갈 건데 한사람 더 있으면 좋겠다. 언니 가자. 가격도 괜찮은데." "글쎄 생각 좀 해보고 내가 전화해줄게"하곤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 생각을 해보고 남편과도 이야기를 해봤다. 남편도 내가 가고 싶으면 가라고 한다. 난 그들에게 간다고 연락을 했다.

그동안 난 큰손자를 돌봐주고 있었다. 그래서인가 몸의 컨디션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괜스레 의욕도 떨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거기에 먼 곳으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그땐 정말 이상했다. 입안이 다 헐고 혓바늘이 돋아 밥도 먹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던 것이다. 만약 내가 여행을 떠나면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불안감이 몰려왔다. '이번 여행 꼭 가야하나? 안가면 안 될까?'하는 갈등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그런 갈등은 가시지 않았다. 여행 출발 5일을 남겨놓았다. 망설이다 난 여행을 주선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나 이번 여행은 가지말까 봐. 몸 컨디션이 많이 안 좋다."
"안돼! 언니."
"왜 안 되는데?"

며칠 남겨놓고 취소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억지 전화를 해본 것이다. 그는 여행사에 직접 전화를 해보란다. 난 여행사에 전화를 했다. 여행사에서는 날짜가 임박해서 취소를 하게 되면 여행경비의 20%의 위약금을 내야한단다. 20%의 위약금을 내느니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솔했던 내가 후회스러웠다. 이왕 갈건데 조금만 더 참아볼것을. 그를 볼 생각을 하니 미안한 생각이 더 들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여행준비를 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난 그 친구에게 전화를 다시 했다. "가기로 했다. 내가 그래서 좀 짜증났지? 미안하다" "아니야 언니. 그렇지 않아도 여행사에 갔다 오는 길이야. 언니 그날 와서 결제하고 갔다고 하더라. 짜증은 났지만 나 다 잊어버렸어. 그 대신 언니 만나면 한바탕 해주려고 했지."

여행준비를 하면서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귀찮은 생각이 도사리고 나를 놔주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여행 떠나기 전날까지 손자를 돌봐주었다. 쌓여진 피로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여행준비를 하면서 셀레임이나 기다림보다는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 여행당일이 돌아왔다. 공항으로 출발하기위해 우린 약속장소에 모였다.

난 그 친구보기가 더욱 미안했다. 그는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1시간 10분만에 일본 간사이공항에 도착했다. 그곳에 도착하니 내 기분도 반짝 개어 있었다. 마음이 우울하고 의욕이 없을수록 집에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어느새 발걸음도,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뒤에서 따라오던 그 친구가 큰소리로 묻는다."언니 기분 어때요?" "응 나오니깐 좋은데. 잘 왔어." "그러게 여행은 좋은 것이라니깐. 난 아프다가도 여행 간다면 하나도 안 아파요."그가 하는 말에 모두들 공감이 가는지 한바탕 웃었다. 숙소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아늑한 호텔방에 커튼을 저치고 이색적인 풍경에 푹 빠져 들어 가본다.

깨끗한 일본의 풍경이 나를 사로잡는다. 여행은 역시 즐거운 것이다. 어깨가 바늘로 찌르듯이 아프더니 거짓말처럼 없어져버렸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번엔 여행이 나를 필요로 했나보다. 나 역시 여행이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나보다. 5명의 친구들과 나의 즐거운 3박4일의 일본여행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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