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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안내실에는 달랑 모자만 들어 왔다.
"오후 2시부터 도슨트(전시 해설가)의 자세한 안내를 들으실 분은 안내실로 와 주십시오"라는 안내 방송을 두 차례나 하고난 다음에 정작 안내를 하려고 하여도 관람객이 한 분도 오지 않아서 안내를 준비한 도슨트로서는 약간 섭섭한 마음으로 돌아 서려는 순간이었다.
이날은 사실상 내가 정식으로 도슨트 활동을 하는 첫날인 셈이다. 지난달 3차례 활동을 했지만 그동안 맡았던 분들이 나오지 못하는 시간을 메우기 위해 임시 배치를 받은 것이었다. 정식으로 배치를 받고 요일을 정하여 활동을 하는 첫날이 이날이었던 것이다.
"오늘 안내를 받으시렵니까? 너무 사람이 없어서 그만둘까 하고 있었는데 반갑습니다. 조용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을 것입니다. 자, 가시죠."
모자분을 안내하기 위해서 안내실을 나서서 중앙홀의 아크로판토사우루스를 설명하기 시작할 무렵에 아주머니 한 분이 함께 이야기를 듣겠다고 다가서셨다. 이렇게 하여 관람객 세 사람과 나는 3층에서부터 차근차근 보면서 설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마이크를 쓸 필요도 없고 설명을 큰 소리로 하지 않아도 되는 데다가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질문도 들어가면서 재미나게 안내를 해드렸다. 2층을 보고 1층으로 내려 갈 무렵에 "저희들이 지금 병원에 예약을 한 약속 시간이 다 되어서 더 이상 이야기를 들을 수 없겠습니다. 다 듣고 갔으면 좋겠는데 죄송합니다" 하였다.
이미 1시간 40분 가량 설명을 하여서 사실상 끝내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이렇게 하여 설명을 끝내고 헤어져서 나는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간단하게 도슨트 활동 일지를 쓰고 정리를 하는데, 아들을 시켜서 음료수 한 캔을 전해주는 것이었다. 안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이미 달아난 아이를 불러 세울 수도 없었다.
"고맙다. 잘 먹을 게. 감사하다고 어머니께 전해라."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는 거리여서 소리치고 말았다.
이제 1학년이라는 아이가 똘똘하고 공룡에 대해서는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았다. 칭찬도 들으면서 아이가 질문을 하면 잘 알아듣도록 설명을 해주긴 했지만 많은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헤어졌다.
화요일에 있었던 일이고 오늘 토요일에 국립민속박물관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화요일 날에 가지고 갔던 서류 봉투를 가지고 나오려고 봉투 속에 든 서류들을 끌어내는데 웬 봉투가 한 장 툭 떨어지는 것이었다.
'어엉. 이게 뭐지?' 생각하면서 봉투를 집어 들어 보니 주소가 인쇄 되어 있었다.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알만한 곳이긴 하였지만 전혀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이게 뭘까?' 봉투 속을 보니 신권 만 원짜리 두 장이 들어 있었다. 이름이 전에 학교에 근무할 적에 운영위원이었던 분과 같아서 혹시 그분이 준 것을 잊고 있었나 생각했지만 주소도 다르고 신권이 들어 있는 것을 보니 전혀 그 분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그럼 누굴까?' 생각하던 나는 바로 화요일 자연사박물관에서 만났던 모자를 떠올렸다. 아마 그쪽에 산다고 했던 기억이 난 것이다.
'그런데, 이걸 언제 여기에 넣어 두었단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도 설명을 끝내고 내려 와서 그분들이 정리를 하는 동안에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 것이 생각났다. 그럼 그 동안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일단 전화를 하여서 돌려 드리자.' 이렇게 판단하고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전화는 결번이고 서울 전화로 바뀌었단다. 그래서 그 번호를 찾아서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통화가 되지 않는다.
'이런 답답한 일이 있나? 이걸 돌려 돌려야지 이걸 받는 것은 자원봉사자로서 떳떳한 짓이 아니지' 하고 생각하였지만 대책이 없다.
'어떻게 하면 돌려 드릴 수가 있을까?' 답답한 마음에 몇 번이고 전화번호를 눌러 보지만 대답이 없는 전화가 야속하기만 하다. 확실히 그분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제발 연락이 되어서 돌려 드릴 수 있었으면 마음이 홀가분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 디지털특파원, 개인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