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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비단 글로벌화 시대를 맞이해 우리나라가 세계에 진출한다는 시대적 사명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배타적인 단일민족국가 한국에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한국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일명 선진 서양인에 대한 행동과 동남아나 제3세계 국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아직도 많이 다르다. 여전히 그들은 이 땅의 이방인일 뿐이며 언젠가는 자국으로 돌아가야 할 객들인 것이다.

외국인과의 결혼이 계속 증가 추세에 있고, (우리나라 농촌의 마을들은 이미 도시보다 더 국제화(?)가 되어있는 곳도 있다) 외국인 노동자, 교수, 심지어 방송인들까지 외국인은 이제는 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KBS의 <미녀들의 수다>나 <러브인아시아>는 그들을 이해하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는 프로그램들이라 하겠다.

▲ <미녀들의수다>
ⓒ KBS
먼저 <미녀들의 수다>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세계각국의 여성들이 나와 한국에서의 생활과 에피소드들을 한국의 남자 방송인들과 나누는 형식이다.

그들은 대부분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방송분위기도 럭셔리하다. 심지어 거기에 나오는 동남아 출신이나 중앙아시아 미녀들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실제로 그 나라에서 유학을 올 정도라면 어느 정도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다.

@BRI@여기에서부터 우리의 편견은 깨진다. 앗! 동남아 사람들이 저렇게 고상하고 기풍이 있어? 우리 인식 속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질문이 생겨난다.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방송에서 보여준 동남아 인들은 가난하고 못사는 나라 사람들이 한국에 노동자로 와서 학대받고 도망 다니는 블랑카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방송을 계속 보자. 억울해도 아무 말도 못하고 쫓겨나던 그들과는 다르게 아주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그녀들의 모습은 왠지 우리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우리의 편견은 서양인에게서도 깨진다.

세계최강 미국의 대표가 '흑인'이라는 것이다. 제작진의 의도가 깔려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는 미국의 대표를 흑인으로 내세운 건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레슬리라는 이 흑인여성은 한국말을 한국인처럼 맛깔스럽게 한다. 그만큼 노력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직업도 괜찮은 전문직 여성이다. 거기에 똑똑해 보이는 이미지이다. 그것을 보는 한국인들은 어떨까? 분명히 불편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할리우드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의 뇌 속에도 검은색에 대한 콤플렉스가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 게시판에도 그녀에 대한 질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마 레슬리가 그 상태에서 피부가 백인이었다면 더욱더 큰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을 것이고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을지 모른다.

▲ <러브인아시아>
ⓒ KBS
<러브인아시아>는 한국에 나와 있는 이웃 아시아인들의 삶을 조명해보고 그들의 애환을 이해해보는 프로그램이다. 그야말로 한국의 현실을 사는 아시아인들이다. 서로 문화가 너무 달라 때로는 실수도 하고, 서러워 울기도 하지만 삶의 행복을 찾아 웃으며 사는 그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의 모습이다.

바로 이점이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 앞서 말한 그동안 우리에게 비친 그들의 이미지는 '범죄'와 '학대'였다. 그래서 그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는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들어가 보면, 그리고 그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여건이 주어지면 결코 다르지 않은 삶을 산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이다. 때론 방송에서 비친 일부가 전체에 대한 편견을 낳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 현실의 벽을 깨 주는 것도 책임 있는 방송의 역할일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주는 또 하나의 효과가 있다면 바로 그들이 우리의 거울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보는 한국사람은 우리 자신이 보는 한국사람과는 이미 많이 다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서로 문화가 다르다는 핑계를 대기에도 민망할 때가 많이 있다.

그들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 속으로 들어와 있는 그들이 불쾌감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 배려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이 좀 더 성숙한 사회가 아닐까? (사실 내용을 듣고 있자면 우리가 느끼기에도 불쾌한 것들이 많다.)

물론 <미녀들의 수다>가 각국 미녀들을 등장시키고 또 하나의 성을 상품화한다든지 하는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또 그들의 의견이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것인 양 또 다른 편견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점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스타 마케팅의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프로그램들은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그것이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하는 단어 글로벌화(여기서 말하는 글로벌화는 요즘 논란이 되는 강대국 주도하의 세계화와는 다른 의미)에 대한 방송이 할 수 있는 작은 준비이다.

진정한 글로벌화는 서로서로 이해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글로벌화를 외치지만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식의 사고를 계속 가진다면 이것은 껍데기뿐인 글로벌화가 될 것이다.

이미 한국은 우리만의 한국이 아니다. 그토록 자부해왔던 단일민족국가에도 목숨을 걸 필요가 없다. 시대는 변하고 있고 많이 변했다. 이제 소통의 문제를 어떻게 잘 풀어갈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있을 때 가능하다. 방송의 역할은 이런 두 집단 간에 적절한 다리역할을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TV리뷰 시민기자단 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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