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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8차 협상 마지막 날인 12일 저녁 서울 하얏트 호텔에 마련된 브리핑룸에 예정에 없이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함께 입장해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미FTA 8차 협상 마지막 날인 12일 저녁 서울 하얏트 호텔에 마련된 브리핑룸에 예정에 없이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함께 입장해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8차협상이) 한미FTA협상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협상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진행됐고, 상당한 진전을 이뤄 기쁘다"(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

"산이 높을수록 전망은 좋지만, 정상이 가까울수록 날씨 변덕은 심하다. 한미FTA라는 산에 무난히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김종훈 한국 수석대표)


12일 밤 9시 30분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 1층 기자회견장. 대규모 협상으론 마지막이 될 한미FTA(자유무역협정) 8차협상의 두 수장인 웬디커틀러와 김종훈 수석대표가 기자들 앞에 나란히 섰다. 당초 예정에 없던 세레모니(?)였다. 두 수석대표는 사진과 방송기자들을 위해 서로 악수하며 환하게 웃었다.

'협상 타결 분위기를 너무 조성하는 것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농담성 질문에도 두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커틀러 대표를 1시간 전에도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내일(13일) 아침 일찍 한국을 떠난다고 해서 (회견장에서) 잠깐 보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악수하는 두 대표의 표정만 보면 한미FTA가 당장이라도 타결이 된 것 같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커틀러 "상당한 진전에 기쁘다"-김종훈 "정상 가까울수록 날씨 변덕 심하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변이 통역되는 가운데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팔장을 끼고 있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자신의 답변이 통역되는 가운데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팔장을 끼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커틀러 대표는 우선 이번 8차협상에 대해 "강도높은 협상이었고, 전반적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뤄 기쁘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경쟁과 통관, 정부조달 분야 등 3분야에서 완전 합의를 이룬 것과 금융ㆍ서비스ㆍ무역장벽(TBT)ㆍ통신ㆍ전자상거래 등에서 사실상 타결을 이뤘다는 점을 덧붙였다.

그는 또 한국에 머물면서 기업과 정치권 등 인사를 두루 만났다고 소개하면서, "어느 때보다 한국에서의 한미FTA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를 느꼈다"면서 "(한국인들이) 이번 협상에 대해 성공적으로 타결될 것이라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김종훈 대표도 "양쪽에서 적극적으로 절충을 시도해 일부 어려운 이슈를 제외하고 대부분 분과에서 타결했다"면서 "종합적으로 최종타결을 위한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산이 높을수록 전망이 좋다"면서 "정상이 가까울수록 날씨 변덕이 심하며, 남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미FTA라는 산에 무난히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변덕'과 '어려움'은 한미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핵심 쟁점들. 쇠고기 문제를 포함한 농업과 자동차, 섬유, 무역구제, 방송통신, 개성공단 등이다. 이들 문제는 사실상 실무급 협상에서 입장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오히려 농업과 자동차 등 분야에선 미국의 시장 개방 압력 요구가 더욱 거셌다.

커틀러 "자동차-쇠고기 전면 개방해야"-김종훈 "농업, 미국 자세 여전히 경직"

커틀러 대표는 지난 8일 첫번째 기자회견과 이날 마지막 회견에서도 한국의 쇠고기와 자동차 시장 전면 개방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지난 회견때 "쇠고기 시장 개방없인 한미FTA 타결은 어렵다"는 강경발언을 했던 그는 이날도 "한국의 쇠고기시장 재개방은 미국의 (FTA) 핵심 목적중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최근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미국을 광우병의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나라로 판정했다면서,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국의 농업시장에 대한 "예외없는 개방" 주장도 전혀 굽히지 않고 있다.

자동차 부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커틀러 대표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면서 "(한국의) 관세 철폐와 함께 미국 자동차에 대한 차별적인 세제 등 비관세 장벽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에 80만대를 수출하지만 미국은 (한국에) 4000대를 팔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왜 이렇게 자동차에 우선 순위를 두고 관심을 갖는지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과 자동차 분야의 미국쪽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것에 대해, 김 대표는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대신 그는 "미국쪽의 태도가 여전히 경직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 농업 협상팀이 계속 서울에 남아서 19일부터 시작되는 고위급 회담에 집중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리처드 크라우더 미 무역대표부(USTR) 농업담당 수석협상관이 한국을 방문해, 농업 고위급 회담에 직접 나설 예정이다.

김종훈 한국측측 수석대표가 협상내용을 설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훈 한국측측 수석대표가 협상내용을 설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협상 타결 의지는 강하지만... '이익 균형' 얼마나 이룰지 미지수

이밖에 섬유와 무역구제, 방송-통신, 개성공단 등의 문제도 워싱턴에서 열릴 고위급 회담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대부분 한국쪽에서 공세를 취하는 부분들이지만, 협상 전망은 그리 녹록치 않다.

무역구제에 대해 커틀러 대표는 "한국의 주요한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미국 입장에선 민감한 사안"이라며 "미국에 돌아가 수요일까지 빨리 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일부 유연성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운신의 폭은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전했다.

김 대표도 "섬유와 자동차 등 많은 부분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핵심쟁점은 가야할 길이 많다"면서 "무역구제도 다자간 세이프가드 적용 배제 등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으며, 개성공단 인정문제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상 타결까지 3주가 채 남지 않았고,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면서 "쟁점을 분석해서 실무급 추가 협의를 진행하고 수석대표간 고위급 협의를 통해 절충안을 마련해 나가면 3월말까지 협상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쪽 모두 최종타결에 대한 의지는 강하다. 따라서 3월말 협상 타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타결시한에 쫓기면서 한국은 농업과 자동차 등 주요쟁점에서 연이은 양보안을 내놓는 등 협상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와 쇠고기 등 농업 분야에서 자신들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협상의제로 이끌어가는 능력을 보이면서, 막판 타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찾아가고 있다.

김 대표가 줄기차게 이야기해 온 '이익의 균형'과 '국익'이 얼마나 최종 협정문에 담길지, 그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한미FTA 8차 협상 마지막 날인 12일 저녁 서울 하얏트 호텔에 마련된 브리핑룸에 예정에 없이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함께 입장해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미FTA 8차 협상 마지막 날인 12일 저녁 서울 하얏트 호텔에 마련된 브리핑룸에 예정에 없이 김종훈 한국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가 함께 입장해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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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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