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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레에 청소도구를 싣고 청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응하 할아버지와 이성종 학생.
손수레에 청소도구를 싣고 청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응하 할아버지와 이성종 학생. ⓒ 갈산2동사무소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라서 정부의 보조금으로 손자와 생활하고 있는데 혜택을 받는 만큼 사회에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청소 봉사활동이 힘든 일이긴 하지만 쉬운 봉사보다는 다른 사람이 잘 하지 않는 힘든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청소를 선택하게 됐고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친손자를 어렵게 키우고 있는 할아버지가 손자와 함께 매일 청소 봉사활동을 벌여와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인천광역시 부평구 갈산2동 주공2단지아파트에 사는 이응하(남·71)씨와 친손자 이성종(남·10·갈산초) 학생이 바로 주인공.

둘은 어느 해보다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올해 1월부터 매일 3∼4시간씩 골목길 청소와 무단 투기 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어 더욱더 화제가 되고 있다.

@BRI@이응하씨가 손자와 단둘이 살게 된 것은 3년 전. 아들이 사업을 여러 번 실패하고 빚을 많이 지게 돼 집을 떠났고, 곧바로 며느리도 집을 떠나게 돼 손자를 키우며 살게 됐다. 천주교 신자인 이 할아버지는 인천 서구에 살던 시절에도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치매노인이나 지체장애인을 위한 목욕봉사활동을 2년간 해왔으며, 이성종 학생도 봉사활동을 가끔 함께 해왔다.

이씨는 지난해 초 부평구 갈산2동으로 이사 오면서 평소 사회로부터 받기만 하는 자신이 무언가 보답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갈산2동 사무소를 방문해 동네 청소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청소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씨가 지난달 28일까지 봉사 활동한 시간은 127시간, 손자는 110시간에 달한다. 겨울방학 동안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소활동을 진행했으며, 지금도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활동을 계속 진행 중이다.

현재 이씨가 한 달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보조금은 노인수당을 포함해 35만원 정도. 이 보조금으로 아파트 관리비 15만원 정도를 내고 나면 나머지 돈으로 생활하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씨는 어렵게 살긴 하지만 정부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이에 대해 보답을 하는 것이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기에 이 일을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동네 주민들이 청소하는 모습을 보며 미안해 하기도 하고, 앞으로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겠다고 하는 등 주민 계몽의 역할도 하는 것 같아 보람 있는 것 같습니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기 전까지는 계속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살고 싶고, 손자에게도 이 활동을 이어주고 싶어요."

"할아버지와 함께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 너무 기쁘고, 일이 힘들긴 하지만 오히려 자랑스러워요. 커서도 항상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겠습니다."


한 달 살아가기에도 빠듯한 정부 보조금이지만 그에 대해 보답을 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오늘도 청소도구를 들고 골목길을 누비고 있을 이응하 할아버지와 이성종 손자의 모습을 통해 밝은 미래를 꿈꿔본다.

힘든 일임에도 당당하고 기쁘게 일하는 두 주인공에게서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힘든 일임에도 당당하고 기쁘게 일하는 두 주인공에게서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 장호영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upyeongnews.com) 3월 13일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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