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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네사 비크로포트의 'VB 47' 중. 2001년 이탈리아 베니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연 퍼포먼스.
바네사 비크로포트의 'VB 47' 중. 2001년 이탈리아 베니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연 퍼포먼스. ⓒ 여성신문
[박윤수 기자] 올 누드에 헬무트 랭의 롱부츠만 신은 모델들, 루이 뷔통의 비키니만 걸친 모델들,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줄지어 서있는 모델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낯설다.

오는 25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이탈리아 출신의 퍼포먼스 아티스트이자 사진작가인 바네사 비크로프트 회고전‘Vanessa Beecroft Retrospective’가 열리고 있다. 비크로프트는 여성모델들을 동원한 퍼포먼스 작업을 통해 여성의 정체성과 몸의 의미를 되새기는 작가다.

그는 1993년 ‘VB(Vanessa Beecroft) 1’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60차례의 작업 중 절반은 누드로, 나머지 절반은 누드와 비슷한 속옷 혹은 똑같은 유니폼을 입혀 작업했다.

이번 전시에선 1996년 독일 라이프치히 퍼포먼스 'VB 36'부터 2005년 독일 베를린에서 찍은 ‘VB 55'까지 10년간의 퍼포먼스 사진 40여점과 영상물, 조각 등이 소개된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엔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한국 모델 31명을 동원한 퍼포먼스 ‘VB(Vanessa Beecroft) 60’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작가는 누드를 원했으나 한국 정서를 고려해 모델들에게 살구색 타이즈를 입혀 진행했다는 후문이다.

마틴 마르지엘라, 이브 생 로랑, 마놀로 블라닉 등 명품 디자이너들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휘감은 여성모델들을 누드로 오랜 시간 동안 세워놓는 그의 퍼포먼스는 상업성에 대한 비난과 함께 여성의 몸을 상품화한다거나 가학적인 인간학대라는 야유를 받기도 한다.

페미니즘 미술과 포르노라는 엇갈린 논쟁 속에서 작가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완벽하게 꾸며진 모델들이 피로에 지쳐 쪼그려 앉거나 눕기 시작할 때, 모델들의 벗은 몸은 더 이상 눈요깃거리가 아닌 본연의 몸 자체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문의 (02)720-1020

장지아의 'OMERTA-침묵의 계율'
서서 오줌누는 여성, 금기에 대한 도전


장지아의 ‘Standing up peeing 5' 중 부분 확대 작품
장지아의 ‘Standing up peeing 5' 중 부분 확대 작품 ⓒ 여성신문
검은 배경 앞에서 얼굴을 가린 여성들이 옷을 벗은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서 오줌을 눈다. 한쪽에는 이를 찍은 사진이, 다른 쪽에선 촬영과정을 기록한 영상물이 상영된다. 비디오 속에는 해방감을 느끼는 듯 들떠서 낄낄대는 모델들의 농담까지 그대로 담겨 있다.

오는 4월10일까지 홍대 앞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리는 장지아씨의 개인전 ‘OMERTA-침묵의 계율’의 한 장면. 이외에도 오줌이 든 투명 플라스크를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장식하고('P-tree'), 빗과 같은 여성들의 물건에 소금 결정을 붙여 만든 오브제들을 관객들이 가지고 놀게 하거나(‘Fixation Box’), 이를 촬영한 사진을 오줌을 이용해 인화한 작품(‘Fixed Object’ 연작)도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것 또한 작가의 의도. 장지아씨는 “많은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이해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사회의 암묵적인 규칙을 깨고 ‘장지아만의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그의 작업은 대중적이기보다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장소 안에서의 커뮤니케이션과 같다는 것.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끄집어내 다루는 것이 예술가의 의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시 제목인 ‘오메르타(OMERTA)’는 마피아의 언어로서 ‘조직의 비밀을 절대 발설해서는 안된다’는 침묵의 규범을 뜻하는 말이다.

작가는 무차별적인 폭력에 꿋꿋이 버티고 선 작가 자신의 모습을 담거나(‘예술가가 되기 위한 신체적 조건2-모든 상황을 즐겨라’), 생리혈을 은유적으로 표현(‘꽃도장’)하는 등 파격적인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그는 “페미니스트 아티스트로 불리기를 원치는 않는다”고 말한다.

문의 (02)3141-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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