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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들어갈 때 입경카드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검역 검사서 카드도 작성합니다.
중국에 들어갈 때 입경카드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검역 검사서 카드도 작성합니다. ⓒ 이승숙
배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출입국 사무소로 갔다. 가로등 불빛 아래 보이는 거리는 영화 세트장 같았다. 밤이 깊어서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도 없고 차들도 없었다. 마치 SF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거리도 건물도 무미건조하게 보였다. 생명체가 하나도 없는 이름 모를 행성처럼 보였다.

중국 땅에 발을 딛자마자 핸드폰을 켜봤다. 그랬더니 메시지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는 거였다. 열어보니 '주중한국대사관'에서 보내주는 자동 메시지였다. 중국 땅에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대사관으로 연락을 하라는 문구와 함께 대사관 전화번호가 들어 있었다.

그 메시지를 보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우리 뒤에는 우리나라가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다 들었다. 낯설고 물선 이국땅에서 우리를 맞아주는 손길이 있다는 사실에 작은 감동까지 느꼈다.

"여보, 우리 뒤에는 우리나라가 있네. 걱정할 거 없겠다 그치? 우리나라가 우릴 지켜주는데 뭐가 무섭겠어?"
"그러게. 생각지도 않았는데 감동이네."

우리 뒤엔 우리나라가 있다

순조롭게 잘 진행되던 일정이 갑자기 꼬여 버렸다. 배에서 내려 출입국 사무소를 지날 때였다. 내 여권을 체크하던 출입국 사무소 직원이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짧은 영어로 물어봤지만 그 직원도 우리도 영어가 짧아서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답답한 일이 또 있을까.

말이 통하지 않으니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문 저 너머에서는 우리를 마중 나온 내 외사촌이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는 계속 발이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약 삼십 분을 기다리자 여권을 내주었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처남, 이 사람 왜 잡혀 있었던 거지?"
"응, 아마도 동명이인 중에 무슨 문제 있는 사람이 있나 봐. 그런 경우 가끔 있어. 내 친구 하나는 외국 나갈 때마다 공항에서 체크되는데 뭐. 이름이 같은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아마도 무슨 문제를 일으켜서 수배 중인 사람이 있나 보지 뭐."
"어쨌든 입국 한 번 요란뻑적지근하게 했네. 중국이 당신을 특별하게 모시나 보다. 여보, 아무 문제없이 통과했다면 기억에 남겠어? 오래오래 중국을 기억하라고 당신한테 특별 대우했나 보다."

중국은 낯선 땅이었지만 호의를 품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다. 작은 문제가 있었던 거조차도 추억거리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우리는 중국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기대와 호기심을 가득 안고 중국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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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을 '놀이'처럼 합니다. 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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