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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휴게식 건강검진센터를 운영중인 중급병원인 왕주국빈의원.
ⓒ 유창하
중국 상하이의 푸단대학, 교통대학, 상해중의대학 등 대학 부속병원을 방문해 보면 먼저 넓은 면적과 현대식 고층 병원건물에 놀라고, 각종 첨단의료기가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음에 또 놀란다.

그동안 익히 들어왔던 "중국 의료시설과 의료기술은 한국과 비교해 대단히 낙후되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다른 곳은 몰라도 중국 제1경제도시인 상하이에서만은 중국의 의료수준 전반이 한국과 비교해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얼마가지 않아 상하이는 아시아 의료 허브도시가 될 것이다"는 상하이 고위 정책입안자들의 말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상하이, 머지않아 아시아 의료 허브도시 될 것"

▲ 푸단대 부속 이비인후과 병원 로비에서 과별 전문의를 안내하는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는 환자 가족들.
ⓒ 유창하
중국 정부는 지난 2000년 WTO 가입 이후 의료시장의 경제화, 국제화, 자본의 다양화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해왔고 대표적 지역으로 상하이를 내세웠다.

상하이 의료시장은 그동안 중국 정부 창설이후 오랜 기간 정부가 운영하던 관영병원 체계에서 차츰 민간병원과 외국계 병원들로 중심이 이동되고 있다.

민영병원과 외국계 병원은 '시장주의 고효율' 원칙을 내세우며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중국 의료시장을 하나씩 잠식해 나가고 있다.

외국인이 많이 모여사는 상하이 민항구, 장닝구, 푸동신구에서 3~4년 사이에 들어선 중급 민영병원만도 수십여 곳에 달하고, 외국자본이 중국 병원과 합자하여 세운 크고 작은 병원도 많다.

기자가 2004년 11월 맹장염 수술을 하기 위해 입원한 적이 있는 홍차우병원은 비교적 이른 2001년에 설립된 민간 병원으로, 첨단 시설을 갖춘 중급병원이다. 당시에도 부인병 치료, 치질 수술, 결석제거 수술을 하러 오는 환자들로 병원에 빈 입원실이 없을 정도로 인기 있었다.

역시 2년 전에 홍콩 자본과의 합작에 의해 장닝구에 들어선 중급병원인 신더병원의 경우 미국과 독일에서 첨단의료기기를 도입하고 병원 마당 안에 별장식 입원실을 갖췄다. 또 외국인 의료진과 선진국 연수 의료인을 채용하여 고액소득자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민간병원 뿐만 아니라 대학 부속병원도 크고 작은 형태의 합자 병원을 운영한다. 동재대학의 부속병원은 미국 병원과 합자를 해 국제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외 푸단대, 교통대, 인제대, 상하이대 등 주요 대학 부속병원 역시 미국, 일본, 독일 등과의 합자를 통해 크고 작은 병원을 세우고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

상하이에 고급시설과 고급장비, 고급인력으로 무장하고 민간병원과 외국합자 병원이 들어서는 이유는 "수익구조를 못내는 공공병원은 문 닫고, 외국자본 민간자본 따지지 말고 의료기술 수준을 높여라"는 당국의 의료선진화 정책에 따른 것이다.

▲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외국 의대와 합자로 건설되고 있는 상하이 종합국제의료단지. 348만평 규모로 인천 송도단지의 2배에 달한다.
송도 국제단지 보다 더 큰 상하이 국제의료단지

상하이 경제성장의 상징인 푸동 인근 상하이엑스포 유치지역에 인천송도국제업무단지 크기인 178만평보다 배로 큰 348만평 규모의 '상하이국제의료존(SIMZ)'이 건설되고 있다.

상하이국제의료존에는 2010 상하이엑스포 개최를 앞두고 2008년까지 먼저 외국합자병원 의료타운이 완공되고 국제 수준의 의료기술을 배우는 국제의료대학이 들어선다. 향후 2020년까지 국제요양센터, 국가의료기관단지, 국제비지니스센터를 망라하는 대규모 종합국제의료타운을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상하이국제의료타운에는 현재 미국 하버드의대, 독일 하노버의대 등 세계 각국 의대의 합자병원이 건설중에 있고,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암센터, 소아병원, 부인과병원 등 전문병원들이 중국 정부의 의료개방 정책, 외국 병원자본 특혜(외국자본 50% 이상 지분 보장) 정책에 따라 유치되고 있다.

경제도시 상하이에서 세계적 의료시설을 유치해 현대의학과 중국의학을 결합하는 명실 공히 아시아의 의료계 맹주로 거듭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풍부한 임상실험을 거친 중국의료계가 강력한 정치적 추진력을 배경으로 하면서 현대의학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선진의료국가에 뒤지지 않기 위해 숨가쁜 추월작전을 펴고 있다.

▲ 초음파기를 새로 들여놓은 상하이의 중급 병원.
ⓒ 유창하
의료개혁의 부작용 "돈 없으면 돌아가라"

@BRI@그러나 상하이의 의료개혁개방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상하이에서 발행되는 신문인 <성시경제도보> 3월 8일자에는 과당진료비를 청구한 푸텐시 민영병원의 부당진료비 행태를 비난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 신문에 따르면 "광고를 보고 찾아온 병원 불임 환자에게 의사가 말하길 '1만 위안이면 80~90% 불임치료가 된다. 내말대로 해라'고 말하고선 치료비를 받더니 치료 후에는 또 다시 다른 치료 방법을 이야기 하며 2만 위안을 가져오게 하고 결국 나중에 환자가 '더 이상 가져 올 돈이 없다'고 말하자 결국 의사는 치료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신문은 상하이 민간병원의 홍보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하며 "병원 안팎에 각종 현수막과 치료사진, 병원의 정치적 배경 등을 전시하여 환자들로 하여금 믿을 수밖에 없게 한다"고 병원들의 과잉 홍보에 따른 폐단을 지적했다.

이처럼 민간병원은 의료장비 구입에 따른 무리한 투자와 채무부담 해소를 위해 과도한 경영행태가 만연하고 있다. 환자 진료비 액수에 따라 담당의사의 수당이 결정되는 제도 때문에 의사들의 과당 진료가 속출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상하이 소재 대형병원을 방문해 보면, 저소득층 서민들이 고액 수술비를 감당하지 못해 목숨을 포기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중국에서는 수술비와 치료비를 선불로 내지 않으면 위급환자라도 제대로 수술을 받을 수가 없다.

푸단대 아동병원에 입원한 갓난 아기를 5개월째 돌보고 있는 한 보호자는 "치료비가 19만 위안(한국돈 2500만원)이나 나왔다"면서 "중환자실에서 치료비가 없어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가는 환자를 많이 보았다"고 말한다.

돈으로 치료 여부가 결정되는 현실이지만 상하이 병원들은 이와 같은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외국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의료기술을 높이고 부유층을 겨냥한 '고급의료서비스 판매정책'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외국 자본이 투자된 외국계 병원들은 의료비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한국 교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오르는 상하이 물가는 그래도 견딜만한데 병원 치료비 겁나서 아프지도 못하겠다"는 우스개소리를 할 정도이다.

▲ 장기이식 전문병원인 인제대 푸동병원의 이식센터.
ⓒ 유창하
부유층 볼모로 의료 선진화 꾀하나

국제도시를 표방하는 상하이의 도시 특성상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이 많이 상주하므로 자연히 외국계 병원 이용자가 있고, 중국의 경제 성장과 더불어 외국계 병원의 의료수준을 신뢰하는 중국인 부유층의 이용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성형외과, 산부인과, 치과, 장기이식과, 소아과 등 치료비가 비싼 고급 의료서비스 시장이 상하이 의료시장에 대한 전체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세계 병원의 각축장인 상하이 의료계는 2010년 상하이엑스포 기간 전까지 중국의료수준을 선진국 수준까지 단숨에 끌어올리는 실험장이 되고 있다. 상하이가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도시이듯 상하이 의료계는 중국의료기술 선진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왕주국빈병원 한국인 중의사 국창근씨는 "2002년 광동 일원을 급습한 '사스(SARS)'라는 국가적 홍역을 겪으며 전반적으로 낙후된 의료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한 중국의료계가 과감한 의료 개방개혁 정책을 편 결과 의료기술수준이 급격히 향상됐다"고 말한다. 보다 유연한 시장경제 의료시스템으로 변경한 결과이다.

상하이가 의료 허브도시를 꿈꾸는 많은 아시아 국가 도시들 틈바구니 속에서 과연 의료 맹주 도시로 설수 있을지, 아니면 아시아 허브의 변죽만 울리다 말고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 홍콩자본이 투자된 신더의원에서 수술실 의료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직원.
ⓒ 유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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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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