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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아옹다옹 서로 다투다가도 내가 술을 마시고 오는 날만 되면 서로 한 편이 돼서 나를 구박하는 아내와 딸.
평소에는 아옹다옹 서로 다투다가도 내가 술을 마시고 오는 날만 되면 서로 한 편이 돼서 나를 구박하는 아내와 딸. ⓒ 장희용
한 3개월 전부터 술만 먹으면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고는 버릇이 생겼다. 근데, 요놈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집에서 완전히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다. 며칠 전에 술을 마셨는데, 일어나자마자 아내가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잠도 못 잤다면서 투덜대는 게 아닌가. 그냥 못 들은 척하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에 조용히 세수하고 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데….

으~ 녹음기도 아니고 말이야! 그날따라 어찌나 구박을 하는지, 열두 번도 더 하는 게 아닌가. 이잇! "아니, 코 좀 골았기로 서니 너무 하는 것 아니야? 그리고 매일 술 먹고 코 고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 번씩 코 고는 것 가지고 그렇게 몰아세우냐!"

앗싸! 평소와는 달리 예상치 못한 나의 센 반격에 아내가 주춤. 이때다 싶어 그동안 당한 구박을 되갚을 겸, 기세 오른 내가 "이것 봐봐? 아무리 코 골았어도 그렇지 그 흔한 콩나물국도 없어요!" 하면서 오른 기세를 한껏 몰아갔다. 나의 승리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 희열의 순간, 전혀 생각치도 않은 복병이 나타났으니….

영원한 이 아빠의 동지이자 오른팔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7살 딸의 한 마디. "엄마 말이 맞아! 아빠 코 고는 소리 진짜 커. 나도 못 잤단 말이야!" 이런~ 배신자! 아빠가 씻겨주고 재워주고 그림책 읽어주고 얼마나 많이 놀아줬는데 엄마 편을 들어. 아무튼 요 녀석의 엄마 지지 발언으로 인해 전세가 한순간에 불리해졌으니, 기세 오른 아내 목소리가 커진다.

"그치 세린아! 아빠 코 고는 소리 진짜 크지? 그리고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엄마 진짜 바빴지? 엄마가 일부러 아빠 콩나물국 안 끓여 준 거 아니지?"
"응 엄마. 아빠! 어제 엄마 바빴어. 엄마가 힘들어서 콩나물국 못 끓인 거야."
"들었지? 딸내미 말 새겨들어. 그리고 딸이 영원히 자기편일 줄 알았남?^^"

7살 쪼만한 딸과 아옹다옹 실랑이 하면서 내심 말은 비장(?)하게 했지만, 같이 안 자면 나만 손해인 걸. 7년 공들여 아빠 편 만들었는데 7년 공든 탑이 한 잔 술, 코고는 소리에 이렇게 무너지다니!
7살 쪼만한 딸과 아옹다옹 실랑이 하면서 내심 말은 비장(?)하게 했지만, 같이 안 자면 나만 손해인 걸. 7년 공들여 아빠 편 만들었는데 7년 공든 탑이 한 잔 술, 코고는 소리에 이렇게 무너지다니! ⓒ 장희용
술 마신 날이면 아내는 일찍 자고, 딸은 시끄럽다고 아빠랑 안 자고

한편, 아내와 딸의 협동 작전은 더욱 가열차게 진행됐으니. 예전에는 들어오기 전까지 기다리던 아내는 요즘 애들 데리고 일찍 자 버린다. 이유는 단 하나. 내가 들어와서 코 골기 전에 자야한대나 뭐래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어제는 술 먹고 밤 9시 30분쯤 집에 들어갔는데, 침대에서 나란히 셋이 자고 있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밑에서 혼자 그냥 잘까 하다가 자는 애들이 사랑스러워서 좁은 데도 꾸역꾸역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서는 애들 옆에서 잤다.

근데, 새벽에 목이 말라 일어나보니… 이런~ 이게 뭐여! 그 넓은(?) 침대에 달랑~ 나만 혼자 누워있는 것이 아닌가. 어디 갔나 했더니, 밑에서 죄다 자고 있었다. 나 참! 나 잠든 사이에 코 고는 소리가 시끄러웠는지 모두 다 나를 피해 도주한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내에게 그럴 수 있냐면서 따졌다. 그랬더니 돌아온 말.

"시끄러워서 옆에서 잘 수가 있어야지. 어, 근데 침대에서 떨어질까 봐 태민이만 데리고 왔는데… 킥킥! 세린이는 자기 혼자 내려왔나 보다.^^"
"뭐? 장세린! 너 왜 아빠랑 안 자고 내려갔어?"
"아빠 코 고는 소리 땜에 자다가 깼단 말이야. 그래서 시끄러워서 내려왔지. 아빠는 술 만 먹으면 코 골아! 아빠 계속 코 골면 아빠랑 안 잔다."
"그렇다고 내려 가냐? 알았어 장세린! 아빠 배신했다 이거지? 이제 아빠도 너랑 안 잘 거야!"

ㅋㅋ.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또 한 녀석의 우군이 있었으니. 바로 4살 우리 아들. 이 녀석은 내가 코 골아도 세상 모르고 쿨쿨 잔다. 그래서 요즘 요 녀석 끌어안고 잔다.
ㅋㅋ. 하지만 아직 나에게는 또 한 녀석의 우군이 있었으니. 바로 4살 우리 아들. 이 녀석은 내가 코 골아도 세상 모르고 쿨쿨 잔다. 그래서 요즘 요 녀석 끌어안고 잔다. ⓒ 장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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