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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사기 '그 놈 목소리' 들어보세요" 저도 지난 3월 초 문제의 사기전화를 받았습니다.
ⓒ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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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국적으로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는 전화에 속아 금전적 피해를 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저도 지난 3월 초 문제의 사기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시의 20여분간의 통화내용을 5분여로 편집하여 그들의 사기수법을 소개합니다.

 

이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유난히 전화 감도가 떨어진다는 점과 조선족(?) 특유의 억양이나 단어를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가 통화 마지막에 "금융사기 아니냐, 거기 어디냐"고 항의하자 "우린 금융기관이다, 의심하지 말라"고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사기수법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되었는데, 동영상에서 나오는 내용은 2단계와 3단계입니다.

 

[1단계] "00 은행입니다. 카드대금 200만원이 연체되었습니다"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 조잡한 ARS 음성으로 카드연체 사실을 알리고 "상담을 원하면 9번을 누르라"는 메시지가 나옵니다.

 

이후 상담원이 연결되면 "O월 O일 서울 00백화점에서 200만원짜리 노트북 컴퓨터를 구입했는데, 납부하지 않아 카드대금이 연체되었으니 통장 잔액을 확인해보라"고 요구합니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자 "개인정보가 노출되어 누군가 몰래 카드를 발급받아 부정 사용하였다,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신고해주겠다"고 합니다.

 

상담원은 전화번호와 이름을 받아적고 전화를 끊습니다.

 

[2단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 수사대입니다"

 

잠시 후 '금융기관 리스크관리팀'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들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통보를 받았다, 귀하의 계좌를 원격접속해 보안설정을 다시 해야 한다"며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인근 현금자동인출기가 있는 곳으로 갈 것을 요구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거래하는 은행과 해당은행의 잔고 등을 자세하게 물어본 뒤 "지금 이 내용은 비밀 사항이니 주변사람들에게 알리지 말고 속히 은행으로 이동하라"고 요구합니다.

 

[3단계] "카드를 넣고 계좌이체 버튼을 누르시오"

 

얼마 후 범인들은 2단계에서 알아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한적한 은행 단말기로 가서 자신들이 불러주는 대로 기기를 작동할 것을 요구합니다. 기기 작동은 카드삽입→잔액조회→계좌이체→명세서 출력 순으로 진행됩니다.

 

특히 이들은 명세서를 보고 수수료가 얼마나 빠져나갔고 잔액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확인했습니다. 또한 계속하여 "설정이 잘못되었다"며 계좌이체 버튼을 누를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피해자들이 송금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자신들 계좌에 입금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듯 합니다.

 

당시 저는 실제 은행에 가지 않은 상태에서 거짓으로 대답만 하였습니다.

 

한눈에 봐도 수법 엉성... 차분한 대처로 막을 수 있어

 

보도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해외에 본거지를 두고 이른바 대포통장을 개설해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범행수법은 한 마디로 엉성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만약 여러분들도 이러한 전화를 받게 된다면 당황하지 말고, 우선 해당 금융기관에 자신의 연체내역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면 피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금융기관이나 경찰청을 사칭하며 통장잔고나 휴대전화번호를 요구하는 것은 100% 금융사기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겠습니다.


#보이스피싱#사기#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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