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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월 23일 34년 만에 의료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내놓았지만, 대한의사협회·노동조합·시민단체들은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어, 의료법을 둘러싼 갈등이 점점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가 홍역을 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경화 한나라당 국회의원, 윤호중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현애자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의료연대회의 등의 공동 주최로 '국민과 의료공공적 관점에서 바라본 의료법 개정안' 토론회가 20일 오전 10시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는 의료법 개정과 관련해 각 정당 소속 국회의원과 의료연대회의가 공동 주최한 첫 토론회. 현재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으로 비춰지고 있는데, 이런 관점이 아닌 의료법 본래 목적에 맞게 국민건강권과 의료공공적 측면에서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토론하는 장이었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주최단체의 인사말과 김태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 축사, 내빈소개가 있었다.
강창구 의료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보건복지부가 34년 만에 내놓은 의료법 전부개정법률안이지만 지금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며 "시민사회단체는 의료법 개정안이 의료의 산업화를 부추기고 시장화의 결정판이라고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 운영위원장은 "오늘 토론회를 준비하게 된 것도 의료법의 본질적인 내용을 담아 실질적인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라며 "이 토론회를 시작으로 '국민건강증진'이라는 의료법의 목표 달성을 위한 의료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경화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문제는 공급자는 민간인데 보건의료분야는 공공분야라는 것"이라며 "두 성격이 상충되는 점을 정확히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법도 그런 부분에서 고민이 많이 됐고, 보건의료정책을 담당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토론회에 기꺼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윤호중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몇 십년 동안 부분개정 해 온 의료법을 전면개정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의료법을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또한 국민건강권을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고 말한 뒤 "우리 보건의료산업계 모든 것이 21세기에 맞게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제발제를 맡은 임준 정책부위원장은 "의료법은 의료인, 의료기관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데 목적이 있는 만큼 그것에 맞게 개정돼야 하는데, 보건복지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의료서비스를 국가발전의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의료인과 의료기관 규제를 완화하려고 개정하고 있다”며 “의료법이 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리 기능을 약화시킨다면 원천적으로 잘못된 개정안이라 규정하고 사전에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임준 정책부위원장은 첫째로 '형식적 민주주의를 가장한 참여구조의 비민주성'을 꼽았다. 이번 의료법 전면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건복지부는 2006년 8월부터 10차례 회의를 거쳐 의료법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그 구성을 보면 직능단체 6명이고 시민단체는 단 2명에 불과해 인적구성에 대한 불균형을 지적했다.
둘째로 '의료서비스공급 체계의 전면적 상업화'를 들었다.
임준 정책부위원장은 개정안 조항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그 피해정도를 언급했다. 임준 정책부위원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개설되면 1차 의료가 더욱 약화되고 병원의 외래기능이 더욱 강화되어 병원중심의 의료전달체계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클 것"이고 "비전속 진료가 허용되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병원 내 개설과 함께 개방형병원체제가 전면적으로 유입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비급여비용에 대해 유인·알선과 함께 할인이나 면제가 허용되고, 부대사업의 범위가 확대되면, 의료기관의 영리추구적 의료행태를 더욱 강화시켜 국민의료비가 증가되고 의료의 질은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큰 우려로 지적된 것은 바로 '의료법인의 인수·합병 허용'이다.
임준 정책부위원장은 "인수·합병을 허용하게 되면 형식적인 영리법인 규정만 없지 사실상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에 따른 차익을 목적으로 매입 또는 매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현행 법 체계에서 이를 제어할 방안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본력이 있는 대자본이 의료시장에서 독점적 지배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지적한 것은 '민간의료보험의 강화와 건강보험제도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임준 정책부위원장은 발제를 마무리 하면서 과제와 대안을 내놓았다.
그는 "보건의료는 사회적 규제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공공부문"이라고 규정하고, ▲주치의제도에 기초한 1차 의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개정할 것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개정해 지금의 의료법 개정안을 전면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경실련, 주제발제에 대체로 동의
이어 신현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과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의 토론이 있었다.
신현호 보건의료위원장은 주제발제에 대체로 동의했다. 이주호 정책기획실장은 노동조합 입장에서 "현재 의료법 개정의 핵심쟁점은 간호진단이나 투약이 아니라 돈벌이 병원 추구하는 의료산업화"라며 "보건복지부는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의견을 제출하면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기자회견, 성명서, 집회, 의견서 등을 제출해도 이에 대한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주제발제에 대체로 동의하면서, "병원 간 인수·합병은 보건의료노동자에게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고용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고, "현재의 인력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적정인력 충원으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래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대한의사협회의 우봉식 의료법 비상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은 자료만 제출하고, 내부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성익제 대한병원협회 사무총장은 주제발제와는 다른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토론에 들어갔다.
성익제 사무총장은 "지금의 개정안대로 개정되면,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병원경영이 활성화 되어 의료비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과 관련해, 성익제 사무총장은 "기본적으로 의원이 개원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투자된다"고 언급한 뒤, "현재 의원과 병원은 협력관계가 아니라 경쟁관계이기 때문에 환자들도 다시 병원에 가야 할 경우가 생기면 처음부터 검사를 해야 해 의료비가 낭비되고 있다"며 "병원에 의원을 임대하면 서로 협력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의료비는 감소된다"고 말했다.
또한 "부대사업을 허용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이익이 나더라도 다른 사업에 쓸 수 없고 병원 내에서 재투자해야 한다"며 "실제 매년 수가인상률은 2~3%인데 반해, 인건비 인상은 5~6%라 재정이 부족하고, 국가지원과 기부금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적자난 부분을 메꿀 수 있는 방법은 부대사업 뿐"이라고 말했다.
인수·합병과 관련해서는 "이미 병원경영이 악화돼 도산한 병원을 인수·합병하는데 막을 필요가 있냐"고 반문했고, 민간의료보험과 관련해서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률이 58%이고 나머지는 환자가 부담하고 있는데 부담이 너무 크다, 나머지는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시켜 커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의료법 개정하겠다"
윤호중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의료법에서 국민건강권과 관련해 의료공공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말한 뒤 "그러나 시대가 변해 공공이 효율을 기할 수 있는 부분, 민간에 맡겨 효율성을 끌어낼 수 있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의료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조화롭게 끌고 갈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과 기름을 적당히 섞어 놓으면 다시 물과 기름으로 돌아가지만, 녹말을 첨가하면 잘 섞이듯이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하는 속에서 시장원리를 도입해 잘 융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경화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앞서 인사말에서 말했듯이 보건의료정책에 있어서 굉장히 어려운 점은 공급주체는 민간인데 보건의료를 공공적인 틀에서 국가가 관리하는 시스템이라 서로 상충하는 부분을 적절하게 화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은 아직 당의 입장은 정리되지 않았다면서, 토론회에 나왔던 의견들을 수렴해 의료법 개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애자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은 "발제자와 대체로 동의한다"고 말한 뒤 "그 동안 우리나라 의료와 관련해서 국민적인 요구가 '의료보장성 강화'와 '의료공공성 강화' 두 축이었다"며 "17대 국회 때 이 두 가지 과제와 관련해 일정부분 법을 개정하며 나름의 의미있는 진척이 있었지만, 공공의료에 쓰기로 한 4조3천억에 대해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법 개정과 관련해 "지금 대형병원들이 전부 대도시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이 개설되면 1차 의료기관을 포함해 병원은 점점 더 도시에 집중될 것"이라며 "농어촌 같은 경우 병원은 없어지게 되어 대다수 서민들이 의료서비스를 보장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토론자 끝으로 발언에 나선 이영찬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은 "보건복지부가 의료의 시장화를 염두에 두고 개정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며 "개정안에 대해 여러분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부족하면 국회에서도 반영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질의응답이 있었다.
본인을 '시민'이라고 밝힌 한 방청객은 "현재 의료법을 두고 갈등이 야기되고 있고,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왜 굳이 개정하려고 하는가, 좀 더 보류해서 더 의견수렴한 후 처리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이영찬 보건의료정책본부장에게 질문했다.
이에 이영찬 보건의료정책본부장은 "의료법 개정 일정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고 답변했다.
홍명옥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공의료 30% 확충, 4조3천억원 이행계획은 어디 갔느냐, 이번 의료법 개정과 관련해 가장 문제되는 것은 의료서비스를 국가발전 성장 동력으로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수혜자는 과연 누구냐, 국가투자는 전혀 없이 병원끼리의 경쟁을 통해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냐" 등 3가지 질문을 이영찬 보건의료정책본부장에게 던졌다.
이에 이영찬 보건의료정책본부장은 "우리나라 보건의료가 발달해 전 세계에서 첨단산업이 되면 그것과 관련해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규제를 완화해 경쟁력을 강화하면 의료의 질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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