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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본고사 부활 기도는 매번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2005년 참교육학부모회, 함께하는시민모임, 전교조 회원들이 2005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앞에서 2008년 입시에서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를 부활하려고 한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대 본고사 부활 기도는 매번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2005년 참교육학부모회, 함께하는시민모임, 전교조 회원들이 2005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앞에서 2008년 입시에서 고교등급제와 본고사를 부활하려고 한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야 할 것 같다. '3불 정책'의 폐지는 절대로 안된다.

'3불 정책'의 폐지는 우리나라 교육의 포기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 발전위원회와 사립대학 총장들이 3불 정책(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 입학제 불가)의 폐지를 주장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는 교육문제를 자기의 이익만의 관점으로 본 아주 이기적인 발상이다. 고교등급제 때문에 억장이 무너지는 서민 학부모의 고통은 철저하게 외면한 처사이다. 우리나라 대학예산의 많은 부분을 독식하고 있는 서울대가 '3불 정책'은 교육경쟁력의 암초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어이가 없다. 그리고 본고사 부활! 참으로 황당하다. 아직도 본고사 타령인가? 20~30년 전으로 돌아가려는가? 참으로 어이없다. 교육을 반역사적으로 돌리려는 처사다.

'3불 정책'지속은 우리의 교육현실과 시민의식 수준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고교등급제를 보자. 고교등급제가 무엇인가? 바로 현대판 신분제이며 계급제나 마찬가지다. 지금 서울대를 정점으로 해서 벌어지고 있는 3불정책 폐지 주장은 일류대학으로 인해 야기되는 교육 문제점을 고등학교에 떠넘기려는 발상이다. 현재 고등학교가 평준화되어 있지만, 특성화고교(외고, 과학고, 자립형 사립고 등)가 많아 실질적인 평준화라고 볼 수 없는 상태이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해외로 유학을 가거나 우리나라의 교육체제를 외면하고 있다.그리고 상위 학생들은 과학고나 외고, 자립형 사립고에 진학을 하고 있다. 이들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은 연합고사를 통해 평준화 고교에 진학한다. 그리고 평준화 지역에 가지 못하는 학생은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농어촌이나 도시 근교에 있는 비평준화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을 한다. 모든 학생이 이런 식으로 등급화 된 점수에 따라 진학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이런 등급에 따라 진학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의 고등학교 입시상황이 이렇다.

고교등급제 허용, 교육만 황폐화시키는 게 아니다

그런데 평준화 해제를 전제로 한 고교등급제 허용은 고등학교 교육의 황폐화와 입시학원화는 불 보듯 뻔하다. 서울대 같은 자칭 '일류대' 때문에 공교육은 입시교육이 되었고, 황폐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고교등급제가 허용되면 결국 중학교도 입시 전쟁터로 바뀌게 되고 초등학교도 그렇게 될 것이다. 누구를 위한 고교등급제인가? 바로 대학을 위한 고교 등급제이고 부자들을 위한 고교 등급제이다. 시골이나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가 높은 등급을 받는 학교가 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수도권을 향한 개미 학부모들의 진군은 예측 가능한 결과이다. 결국 서울이라는 공룡을 괴물로 만들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것을 다 집어 삼키고도 굶주림에 허덕이는 무시무시한 현실이 발생할 것이다. 고교등급제를 주장하는 사람은 대부분 평준화 해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완전히 왜곡되어 있다. 소위 일류대에 집중되어 있는 고급인력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수능시험에 의해 등급화 된 학생들을 우수한 학생을 뽑아가는 현상(creaming)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계란 노른자만 숟가락으로 떠가는 아주 비교육적인 태도이다.

이런 비교육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싹쓸이 해 가지만 정작 서울대는 OECD국가 대학 중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고등학교 학생의 학업성취도는 OECD 국가 중에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대학 수준이 낮고 고등학교 학업성취 수준이 높은 것도, 고교 등급제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인가.

대학은 이제 반성해야 한다. 우수한 학생만 선발하려고 얇은 꾀를 부리지 말고 정도(正道)로 가야한다. 보통 학생을 선발해서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는 대학과 관련된 현실이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 일생동안 해야 할 공부를 다 하느라 지쳐서 정작 대학에 진학에서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잘못된 현상이다. 대학교에서 더 많은 학문연구를 해야 한다. 고등학생은 입시교육에 시달리고, 대학생은 취업시험에 시달리는 문제의 연결고리를 이제 끝내야 한다. 한글을 몰라도 대학만 들어가면 졸업하는 그런 대학교육은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대학은 노력하지 않으면서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으로 우수한 학생만 데려가려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대학의 의식 전환이 있어야 고등학교 학생들도 지식의 고른 섭취를 통해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현재 입시교육의 대안으로 대학의 평준화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고등학교의 평준화가 지금과 같은 학업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듯이 대학도 평준화에 의한 우수 인재의 양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

대학의 역량과 재원을 쓸데없는 곳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 우수한 학생을 뽑아다가 아프리카 중진국 수준으로 전략시키는 '일류대'는 더 이상 존재의 이유가 없다. 아니면 국립대학을 통폐합해야 한다. 그래서 광범위하고 다양한 고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의 평준화는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의미하고, 청소년들의 균형 잡힌 지식습득을 의미한다.

본고사 부활 발언은 아주 이기적인 발상이다.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성 확대는 좋은 말이다. 대학선발권의 자율이 가져온 결과가 바로 수시모집이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다양한 제도와 체제를 만들기는커녕 손쉽게 고교등급제를 통해 학생을 선발해 왔다. 본고사가 존재하던 과거 10년이나 20년의 교육문제를 생각해 본적은 있는지 의심스럽다. 본고사 때문에 모든 고등학교는 파행적인 수업과 엄청난 과외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본고사 부활은 사교육비의 천문학적인 증가를 가져올 것이고,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단순히 교육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화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영·수 과목 위주의 학생선발은 고등학교의 다양한 교육과정과 선택중심의 교육과정을 극도로 획일화시키고 심화시킬 것이다. 이런 교육이 가져오는 폐해는 고스란히 학부모의 몫이 되고, 학생들의 입시지옥은 한층 격화될 것이다. 본고사 부활을 주장하는 것은 과거회귀나 다름없다. 수많은 문제점들은 지니고 있는 입시제도를 다시 주장하는 의도는 바로 평준화 해제이다.

기여입학제 도입, 아직은 때가 아니다

본고사 부활은 단순한 입시제도의 변경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전면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학생들에게 과중한 입시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바로 교육자들이나 교육 행정가들이 해야 할 일이다. 더 많은 입시부담을 주는 입시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지 '일류대'라는 허위의식에 갇혀 아이들을 입시지옥으로 내모는 것은 어른으로서 할 짓이 못된다. 고등학교 때 최대한 많은 관찰과 탐구학습이 가능하도록 학생들에게 시간적 여유와 정신적 휴식을 주는 입시제도를 이제는 생각할 때이다.

기여입학제도의 도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의식 수준이나 시민의식 수준이 과연 이런 비경쟁적이고 편파적인 입시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대학은 기여 입학제도를 단순한 돈벌이와 특정학생의 입학을 위한 특별 입시제도로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건이 성숙된다면 기여입학제도의 도입은 가능한 하나의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잘못 활용되면 부와 계급의 세속을 담보해 주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대학이 공정성과 공인성을 확보하는 수준까지 성숙되었을 때, 기여입학제의 도입은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립대학이 주장할 내용은 전혀 아니다. 서울대의 교육비나 연구비는 우리나라 국립대학 예산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뭐가 부족하여 기여입학 제도까지 필요하단 말인가. 돈이 부족하여 서울대가 지금처럼 초라한 연구실적으로 세계에서 하위권 대학이 되었는가. 이것은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자칭 '최고'라는 자리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이다. 국·영·수 과목이 우수하다고 그 학생이 뛰어난 학생이라고 할 수 있는가?

다양성과 특수성이 받아들여지는 풍토에서 학생선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전제도 충족하지 못하는 학생선발은 문제가 많다. 서울대는 예산부족이나 설비부족을 탓해서는 안 된다. 서울대 이외의 많은 국립대는 서울대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예산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라고 생각해 보았는가?

지금 우리사회에는 '강남불패'라는 말이 나돈 지 오래되었다. 강남의 힘과 권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말이다. 기여입학 제도는 강남불패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것이다. 강남은 더 이상 국가와 사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진짜 공룡이 될 것이다.

서울대와 사립대학 총장들의 '3불정책 폐지' 발언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교육을 사익집단이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더 커다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교육문제는 교육적인 관점과 교육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교육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해 나의 이익보다는 사회와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노태영 기자는 현직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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