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의 북한 동결자금 해제절차가 제6차 6자회담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동결자금의 대북 송금이 지연됨에 따라 회담이 난항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대북 송금이 지연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와 관련하여 대체로 세 가지의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북한의 외국계 은행인 대동신용은행이 북한 자금과 외국인 자금이 섞일 것을 우려하여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모종의 갈등이 있다는 설(21일자 AP 통신,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6자회담 러시아 수석대표의 발언), 마카오 당국이 미 매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설 등이다.
그러나 민간 은행에 불과한 대동신용은행이 북한·미국·중국 등이 첨예하게 집중하고 있는 국제적 사안에 대해 딴지를 걸 수 있으리라고는 쉽게 생각하기 힘들다. 그리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차원에서 대북 금융제재 해제가 결정되었는데, 마카오 당국이 미국 매파의 눈치를 보느라 동결 해제를 방해하고 있다고도 보기 힘들 것이다.
한편, 23일자 <중국금융망> 뉴스에 보도된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과 진찬롱 교수의 인터뷰는 위의 두 번째 설에 더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1962년생인 진찬롱 교수는 상하이 푸단대학과 중국사회과학원을 거쳐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중미관계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중국의 국영 상업은행인 중국은행(Bank of China)이 BDA의 북한자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의 진위 여부와 관련하여 진 교수는 "이 소식은 러시아측 수석대표 로슈코프에 의해 나온 것일 뿐"이라면서 "현재까지 중국·미국·북한에 의해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 기자가 질문을 바꿔 "중국은행이 접수를 거절한 데에는 어떤 '배경'이 있느냐?"며 우회적으로 의견을 묻자, 그는 미국의 이중전략이 문제의 발단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부분에 관한 그의 발언을 전문 그대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는 며칠 전에 대북 금융문제가 조만간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북·미) 쌍방은 최종적으로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의 일치를 보았으며, 또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에 있는 북한 자금 2500만 달러에 대한 동결을 해제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미국 재무부는 14일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에 대한 처리방침을 확정하면서, 미국 금융기관들이 이 은행과 상업적 교류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였다. 그러므로 미국은 대북 금융문제를 처리하면서 이중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3월 15일 오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 친강은 이 소식과 관련한 답변을 하면서, 중국 중앙정부는 마카오특구정부가 방코델타아시아은행 문제와 관련하여 법에 의거하여 적절히 처리하는 것을 지지하되 그것은 마땅히 마카오특구의 금융과 사회안전에 유리한 방향이어야 한다고 답변하였다. 그는 또 중국측은 각 당사국들에게, 대북 금융문제를 해결할 때에 마카오 경제의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진 교수의 답변을 정리하면, 미국이 북한 자금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마카오 은행과 미국 금융기관의 거래를 금지함으로써 마카오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였고 이에 대해 중국측도 불만의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중국은행의 이체 거부와 이 문제가 직접 관계가 있다고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중국은행이 북한자금의 이체를 거부한 데에는 미국의 이중전략과 그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하나의 '배경'이 되었다고 함으로써 두 문제가 관련이 있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위와 같이 현재까지 나타난 정황으로 볼 때에는, 대북금융제재 해체과정에서 발생한 미·중 간의 알력관계가 대북 송금을 지연시킨 가장 표면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어떤 의도로 중국을 자극했는지 하는 점은 향후 관심 있게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