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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최신예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9만7000t)가 25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되는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 참가를 위해 22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9번째 니미츠급(CVN) 항공모함으로 약 45억달러(한화 4조2천억원)의 막대한 건조비용이 들고 전투기 85대까지 적재가 가능하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반전평화단체들은 어렵사리 타결된 2·13 합의로 한반도에 평화분위기가 조성된 가운데 핵 항공모함까지 참여하는 전쟁훈련이 한반도 평화를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북측도 2·13 합의를 통한 외교적 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시되는 이번 전쟁연습에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핵 항공모함 자체에 숨어 있는 핵 위험성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필자는 주일미군 재배치계획이 한창이던 2005년 11월 요코스카 해군기지를 방문해 일본의 반핵평화단체 '피스테포'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대표를 만났다. 그에게서 넘겨받은 '항공모함 원자로의 실천적 기술정보'란 논문은 필자가 핵 항공모함과 핵 잠수함의 위험성에 눈을 뜬 계기가 되었다.

▲ 미국이 해외에 유일하게 배치한 모항 요코스카 해군기지 항공사진. 사진 오른쪽이 미 해군기지이고 왼쪽이 일본 해상자위대 기지다.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일본 도쿄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인 혼슈 가나가와현에 있다. 미 해군 7함대 모항이기도 한 이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작전계획 5077과 한반도 전면전 대비 계획인 작전계획 5027을 지원한다.

한반도 동해 쪽 공해상에서 24시간 북한의 미사일 기지를 관측하는 이지스 순양함(터티스위버호)도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출항한다. 1968년 1월 북한 해군 어뢰정에 나포당한 푸에블로호의 모항도 요코스카 해군기지였다. 일본해상자위대와 연간 60~70회 가량의 연합훈련도 실시한다.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미국 유일의 해외 모항기지로 2008년까지 항공모함 키티호크(경유)가 퇴역하면 핵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이곳에 배치된다. 이곳에 배치될 핵 항공모함은 세계 최대 군함으로 평가받는 니미츠급으로 후계함이 9척이나 된다. 니미츠급은 전장 330m, 폭 77m, 배수량 10만2천촌으로 F14전투기 80대 이상을 탑재할 수 있다.

니미츠급 핵 항공모함(CVN)의 동력 원자로는 웨스팅하우스제 가압수형 경수로이고 열출력 6백만 메가와트 이하로 된 원자로 2기가 탑재돼 있다. 니미츠급 원자로 연료로 사용되는 농축우라늄은 U235로 농축도는 95~97%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반전평화단체 '피스테포'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대표는 "천연 우라늄 U235의 농축도는 0.7%이고 상업용 발전소 농도는 2~6%인 반면 미 해군 핵 항모 원자로 연료인 U235의 농축도는 90% 이상으로 농축도가 극도로 높은 병기급 우라늄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원자폭탄이 핵분열이 잘 일어나는 우라늄 235를 95% 이상 농축 사용하는 것임을 비추어보면 위험성은 대단히 높다.

미 해군의 핵 항공모함의 위험성은 농축우라늄 농축도에 그치지 않는다. 니미츠급 핵 항공모함이 항구에 정박하려면 원자로가 정지하기 전까지 상당한 방사능 붕괴열이 발생한다. 이 붕괴열이 원자로심을 손상하지 않는 수준으로 떨어질 때까지 냉각수를 계속 순환시켜야 한다. 원자로가 정지하고 있는 상태라면 냉각수를 순환시키기 위해 원자력 이외의 전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박 중인 육상전력에 의존하게 된다.

만약 원자로의 노심에 남은 잔열이 제거되지 못하면 이로 인해 노심이 용융하게 되고 결국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된다.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대표는 "붕괴열이 원자로심에 손상을 주지 않는 단계까지 냉각수를 계속 순환시켜야 하는데, 만약 냉각이 정지되면 원자로심이 손상돼 용융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원자로 정지 시 냉각수 순환을 위한 별도의 전력이 공급되는 도중 "육상 전력이 정지되면 원자로심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방 세계에 원자로 기술을 전파한 미국이 원자로 건설을 중단한 것도 1979년 3월 발생한 펜실베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자로 용융 사고 때문이었다.

▲ 요코스카 해군기지에는 해상자위대 함대와 주일미군 이지스 순양함 등이 배치되어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과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보인다.
ⓒ 박신용철
2003년 3월 1일 샌디에이고에 니미츠급 핵 항공모함 모항화 건설이 결정되었을 때, 미 해군은 의회 보고를 통해 "최종 환경영향평가서에서 해군추진용 원자로 운전 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긴급사태에 대한 대책과 절차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미 해군은 핵 항공모함의 안전성 관련 정보를 기밀로 분류하고 있고 안전성을 지적하는 시민사회단체나 전문가들에게는 원자력규제위원회나 원자로 안전자문위원회의 심사결과를 명분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메바야시 히로미치 대표는 "미국 내와 달리 다른 주권국가에서는 전제 자체가 다르다"며 "미 해군 핵 항공모함이 모항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서 핵 항모 원자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일본은 조사권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998년 10월 부산 앞바다에서 미 핵잠수함 '라졸라(USS 701)가 한국 어선과 충돌해 배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고, 2002년 10월 2일 서해안 국제수역에서 미 핵잠수함 1척과 민간어선이 충돌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피해 어민들은 방사능오염조사는커녕 보상도 받지 못했다. 즉 미 해군에서 핵 항공모함의 원자로 사고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 않았거나, 통보했더라도 군 당국이 은폐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국방부와 한미연합사는 핵 추진 잠수함이 연합전시증원훈련(RSOI)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도 '국내에 드나들 때 방사능 조사를 하게 돼 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 위반 논란에 대해서도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선언 당사자가 아니고 핵 잠수함, 핵 항공모함은 핵무기가 아니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비핵화 선언 제2조)'는 말을 떠올려야 할 때다.

연합전시증원훈련이란

한미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은 한미연합사 주관 아래 전시 한반도에 증원될 미 증원군의 수용, 대기, 전방이동 및 통합 절차와 이를 지원하는 한국군의 전시지원, 상호군수지원, 동원, 연합 후방지역 조정관(CAC) 임무수행, 전투력 복원 절차 등을 컴퓨터 모의 아래 실시하는 지휘소 연습이다.

한국군은 국방부, 합참, 각 군 본부, 작전사급 이상 부대가 참가하고 미군은 연합사령부와 주한 미군사령부, 증원부대 등이 참가하여 1994년부터 연례적으로 실시하여 왔으며, 2000년도부터 미태평양사령부, 우주사령부, 수송사령부 등 참가부대가 확대되었고 2002년도에 독수리 연습과 연계, 지휘소연습과 야전 실기동훈련을 병행 실시하고 있다.

팀 스피리트(T/S)연습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전쟁도발을 억제하고, 한미안보협력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1976년부터 연례적으로 실시해 오던 한·미 연합 야외 기동연습이다. 이 연습은 대북 핵공격을 기본 전제로 실시되었고 1994년 북핵과 관련한 제네바합의 이후 중단되었다. 그 후 한미양국은 팀 스피리트 훈련을 연합전시증원연습과 독수리연습으로 나눠 봄과 가을에 실시했으나 2002년부터 두 훈련이 통합 실시되고 있어 팀 스피리트 훈련의 부활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박신용철

덧붙이는 글 | 신새벽의 새꿈꾸기(http://blog.naver.com/storyrange)도 운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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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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