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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매체인 <독립신문>은 25일 오전, 이 매체의 정창인 주필이 쓴 '한나라당은 이제 반역정당이다'를 머리기사로 실었다. 사진은 <독립신문>의 첫 화면.
인터넷매체인 <독립신문>은 25일 오전, 이 매체의 정창인 주필이 쓴 '한나라당은 이제 반역정당이다'를 머리기사로 실었다. 사진은 <독립신문>의 첫 화면. ⓒ <독립신문> 홈페이지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 움직임이 일자, '정통보수'임을 자처하는 우익세력들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다.

'보수 중의 보수'로 분류되는 인터넷매체인 <독립신문>은 25일, 정창인 주필이 쓴 '한나라당은 이제 반역정당이다'를 머릿기사로 실었다. 전 재향군인회 안보연구소 연구위원, 뉴라이트전국연합 정책위원, 친북반국가행위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이기도 한 정 주필은 북한 관련 TV토론 등에서 적극적으로 '반북 반김정일' 논리를 펼쳐 온 인물이다.

정 주필은 "<문화일보>에서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선회를 보도하였을 때 반신반의하면서도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막막하여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다"면서 "그동안 공안통으로 알려진 정형근 의원이 앞장서고 대북강경파의 대표역할을 하던 송영선이 빗장을 치면서 한나라당은 이제 대한민국의 헌법을 부정하는 반역의 정당으로 방향을 선회하였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김대중·노무현 반역 정권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주권이 위태한 지경에 이러렀을 때 우리 애국국민은 과감히 떨쳐 일어나 그들의 반역성을 고발하여 국가의 분위기를 바로잡았다"면서 "애국시민단체가 역전시킨 국가의 분위기를 한 발짝 더 앞으로 끌고 가야 마땅한 한나라당이 국민을 배신하고 북괴의 실체를 인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반역행보"라고 맹비판했다.

"국민은 새로운 대안 찾을 것"

'조갑제닷컴'도,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적(敵)이 된 한나라당-연방제를 합의하고 김정일에게 투항해버렸다'를 머리글로 올렸다.
'조갑제닷컴'도,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적(敵)이 된 한나라당-연방제를 합의하고 김정일에게 투항해버렸다'를 머리글로 올렸다. ⓒ 조갑제닷컴 홈페이지

또, 한나라당에 대해 '애국 국민을 배신한 배신정당', '이제 한나라당은 더 이상 애국국민을 대표하지 않는다', '민노당이나 열린우리당과 다름이 없는 반역정당' 등이라고 규정하면서 "아마 국민은 새로운 대안을 찾을 것이고 국민의 여망에 따라 새로운 애국정당이 출현할 것"이라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애써 돌려놓은 애국분위기를 반역정당으로 변한 한나라당이 그저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일 것"이라면서 "이제 한나라당은 지지할 대상이 아니라 투쟁의 대상으로 바뀌었다"고 글을 맺었다.

이 매체는 이밖에도 '표 동냥질 위한 정체성 포기와 반역모의', '독배에 취한 매춘부 같은 한나라' 등의 원색적인 제목으로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독립신문>처럼 극단적인 보수 계열로 분류되는 <조갑제닷컴>도,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적(敵)이 된 한나라당-연방제를 합의하고 김정일에게 투항해버렸다'를 머릿글로 올렸다. <조갑제닷컴>에는 정창인 주필 등 <독립신문>의 한나라당 비판 글들이 올려져 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역시 지난 19일 이 사이트에 올린 '한나라당을 깨부수겠습니다'라는 글에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내세울 수 있는 2007년 대통령 선거의 가장 좋은 구호는 '한나라당부터 깨부수겠습니다'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 "한나라당이 지금까지의 대북 비판적 자세를 버리고 완전히 남북한 좌파의 공작에 영합하고 뒤따라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한나라당을 깨부수어야 한다는 여론이 보수층에서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정갑 "정형근 방북 시도·북한 퇴짜는 한심스러운 일"

여러 차례의 대규모 시청앞 집회를 주도한 '서울시청파'의 상징, 서정갑 친북좌익척결 국민행동본부 본부장도 2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부분은 노무현 대통령의 대표적 실패사례 중 하나인데 한나라당이 이것을 인정한다면 미친 X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형근 의원이 방북하려다 퇴짜 맞은 것도 한심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결국 우리밖에 대안이 없다고 보면 큰 착오"아라면서 "우리가 당은 아니지만 정통보수세력들이 연합해서 '국민후보'를 낼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논란이 나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3일 <문화일보>의 '한나라 대북정책 수정공식화-전작권 한·미 합의 인정'기사였다. 이 기사는 "한나라당 '대북정책 패러다임 재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위원장 정형근 의원)는 이날(23일) 북한을 국가적 실체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준외교급 기관인 남북간 상호 대표부를 적극 설치하기로 하는 등 대북정책 기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이 태스크포스의 팀장인 송영선 의원이 "그동안 '퍼주기 공격에만 치중하고 통일비전을 제시 못해 수구·반통일 비판을 자초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파장이 커지자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TF팀이 여러 차례 회의를 한 것도 맞지만 어떠한 시안조차도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이 지도부에 보고된 바도 없고 어떠한 내용도 TF팀에서 합의된 바가 없다"고 보도 내용을 축소했다.

한나라당 강령은 이미 '호혜적 상호공존'... '집토끼'는 어떻게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대북정책 기조 수정에 대해 "북핵의 완전폐기 및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전제 하에 소극적.방어적 대북정책이 아니라 호혜적이고 상호공존 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도 적극적인 통일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대북정책 기조 수정에 대해 "북핵의 완전폐기 및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라는 전제 하에 소극적.방어적 대북정책이 아니라 호혜적이고 상호공존 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도 적극적인 통일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뉴라이트 쪽은 비판 일변도인 보수 매체들과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지호 자유주의 연대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한나라당은 작년에 당 강령을 바꿨기 때문에 변화라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한나라당의 구체적인 안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공식적인 입장을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라이트쪽은 다음 달 17일 '(가칭)2·13북핵합의 대토론회' 등을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신 대표의 말처럼 한나라당의 '대북기조 변화'는, 행동이 아니라 '당 강령'만을 기준으로 보면 새로울 게 없다. 이미 2006년 1월 9일 강령 전면개정을 통해, 대북정책을 '전략적 상호주의'에서 '호혜적 상호공존'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 강령 전문의 북한관련 조항은 이렇게 돼 있다.

새로운 한나라당은 자유민주체제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소극적ㆍ방어적인 대북정책에서 벗어나 호혜적 상호공존 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 적극적인 통일정책으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남북한의 공동발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역동적인 통일한반도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어 나간다.

국민적 공감대와 투명성을 확보한 가운데 진취적인 교류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여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촉진하여 한반도경제공동체를 구현한다. 북핵 문제에 단호히 대처하여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북한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며 한반도의 평화를 창출한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김형오 원내대표가 최근 '대북기조 변화'를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강 대표는 지난 15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북핵의 완전폐기 및 한반도 비핵화실현이라는 전제 하에 소극적·방어적 대북정책이 아니라 호혜적이고 상호공존 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도 적극적인 통일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지난해 초 당헌과 당강령 개정 등을 주도한 당혁신위의 간사였던 박형준 의원은 "당의 강령을 바꾸면서 대북정책기조를 바꾼 것이지만, 북핵문제가 이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라면서 "설득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가야 하는데, 갑자기 불쑥 나오게 되니까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강령 개정과정에서 있었어야 할 논란이 최근의 '북미수교'까지 언급되는 상황 변화를 통해 보수세력 내부의 파열음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인권' 문제 등을 갖고 진보 쪽을 공격해왔던 보수세력이, '부시가 김정일과 종전협정체결을 원한다'는 현재의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또 대북기조 변화를 선택한 한나라당이 '서울시청파'등 집토끼들을 계속 묶어둘 수 있을지도 대선구도에서 큰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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