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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학들도 엇나간 신고식이 대학의 명성에 해를 입힐까 쉬쉬하지만 말고 자유로운 문화가 대학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사진은 한 대학의 입학식(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요즘 한 일간지에서 엇나간 대학생 신고식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강압과 폭력으로 얼룩진 대학생들의 신고식에 대한 기사가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성추행 수준으로까지 치달은 신고식 기사에는 입이 딱 벌어질 뿐이다.

이런 폭력적 집단행위가 성행하는 것은 무엇보다 문화적 요인이 크다.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한국사회가 언뜻 개인주의 문화로 변화한 것 같지만 사실 그것은 상대적인 두드러짐일뿐 한국은 다른 어떤 사회보다도 집단주의 문화의 성격이 강하다.

엇나간 집단주의 문화의 단면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의 다양성보다는 집단의 동질성이 강조되고 개인의 이익보다는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진다. 집단주의 문화의 이러한 특징은 생활 속 곳곳에서 드러난다.

여러 명이 같이 식사를 하러 가면 한, 두 가지 음식으로 통일할 것을 강요하고, 혼자만 다른 음식을 시키면 '별나다'는 이유로 핀잔을 듣기도 한다. 단합대회가 있으면 개인 사정이나 좋고 싫음에 상관없이 참여해야 하고, 죽을 정도가 아니면 2차, 3차까지 동행해야 한다.

집단주의나 개인주의 문화 모두 나름대로의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있고, 무엇보다 이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속성인지라 문화 자체의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그러나 집단주의 또는 개인주의 문화 이전에 인류 보편적으로 지켜져야 할 도덕적 원칙들이 있으며 그것은 어느 문화에서든 존중되어야 한다.

집단성을 확인하고 동질성을 강조하기 위해 행해지는 대학의 폭력적인 신고식은 집단적 가치를 핑계로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무시하고 모든 민주사회에서 보장되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젊은 사람들의 한 때 객기 어린 행동에 이런 거창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우리 사회가 개인의 권리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신고식을 주도하는 대학생들은 이미 법적으로 민주사회의 성인인데도 자신들의 행동이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거스르고 민주사회에서 보장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임을 모르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지나치게 강한 집단주의 때문이며 맹목적 집단주의가 강조되는 사회 속에서 이들이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폭력에 대한 민감성이 부족한 사회

다음으로 폭력적 대학 신고식이 성행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대체적으로 폭력 민감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사회나 폭력은 있고 요즘에는 전 세계에서 폭력이 더 심화되고 있다. 한국 사회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조폭영화가 인기를 얻고 초·중·고 학생들의 폭력도 상상을 넘어선 수준이 되었다. 이런 물리적인 폭력에 대해서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고 우려를 표한다.

그러나 폭력은 물리력을 동원한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모든 행위가 바로 폭력이다. 또한 폭력에 대한 민감성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 대해 자신의 자유와 권리가 유린되고 억압당했다고 생각하는 정도도 다르다. 결국 특정 상황을 폭력으로 인식하느냐 아니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주관적 인식과 해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짓궂은 농담 한마디도 상대에게는 심각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신고식의 경우도 개인에 따라 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받는 충격의 정도가 다를 것이다. 위계질서와 집단행동이 강조되는 가정이나 또래 집단에서 성장한 학생들은 선배들의 위계질서와 집단의식 강조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자신의 권리와 선택권을 존중받으면서 자란 학생들에게는 이런 강압적 상황은 커다란 폭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성추행성 신고식의 경우는 그 자체가 폭력이지만 자라온 환경에 따라서는 심한 정신적 충격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싫고 좋음을 표현할 수 없고 선배들의 명령을 무조건 따를 것을 강요하는 대학 신고식에서는 개인적 차이와 선택권은 집단주의라는 명분하에 철저히 무시된다.

집단주의나 폭력 민감성 부족 문제는 결국 다양성 존중 문제와 고리가 이어진다. 다시 말해 다양한 개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 사는 나라들에서는 다양성 포용이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인정된다. 개개인이 모두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으므로 개인 그 자체를 특정 문화의 대변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다양성 존중은 장애인이나 동성애자 같은 소수자 집단에 대한 비차별도 포함한다.

다양성 존중하는 교육 필요

물론 모든 사람이 이런 가치를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가정, 학교, 경찰, 회사 등 여러 사회 영역에서 다양성 존중 교육이 실시된다. 대부분은 인종차별과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나아가 이런 교육은 다양한 배경을 지닌 개인의 존재와 그에 따른 개인차를 인정하고 이러한 다양성을 집단을 위협하는 요소가 아닌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자원으로 이해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한국도 사실 다문화 사회다. 전통적인 해석에서 보면 대부분의 한국인이 '한국문화'라는 상위문화를 공유한다. 그러나 보다 진보한 문화에 대한 해석은 한 개인이 어떻게 세상을 보고, 생각하고, 해석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개개인의 성장환경, 소속집단, 직업 등에 따라 다른 문화를 가지게 됨을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결국 한국사회도 다문화 사회고 다양성 존중 교육이 필요하다. 오히려 집단주의 문화가 강해 개인의 개성이 집단주의 속에서 억압받기 때문에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

서구 학교에서는 학교 이념이나 정책에 다양성 존중과 차별금지를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인종, 문화, 언어, 나이, 종교, 성적 취향, 장애 여부를 불문하고 모두가 평등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다른 말로 하면 개인 그 자체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도 엇나간 신고식이 대학의 명성에 해를 입힐까 쉬쉬하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선택이 존중되고 억압적인 문화보다 자유로운 문화가 대학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태그:#집단주의문화, #문화다양성, #폭력민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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