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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들의 상장과 관련하여 논란이 많다. 보험사들로서는 국제적인 경쟁시대에 자본조달을 손쉽게 하기 위해 상장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보험사들이 올린 수익에 대한 기여도 평가를 어떻게 하느냐를 두고 보험사와 시민단체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일반원칙에 따라 당연히 그 수익금은 주주 몫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그것은 가입자들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받아 잘 운용해서 올린 수익보다 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불 차액에 따른 수익이 절대적이라는 근거를 댄다.

형식논리상으로는 보험사의 주장이 옳아 보이지만 60년대에서 80년대에 걸쳐 정부 주도로 경제발전을 이끌어온 한국경제 실정을 생각해 보면 마냥 형식논리만을 따지는 건 무리다. 80년대 이전까지 한국의 가정들은 맏아들을 최대한 지원해 주고, 맏아들이 가족 전체를 책임지는 방식이었다. 지난날 한국경제도 그런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이 자기 자신만의 힘으로 공정하게 성장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건 보험사뿐만 아니라 한국 대기업 전체에 해당하는 논리다.

공정한 게임을 논하려면 시장에서 공급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권한을 지녀야 한다. 집을 짓지도 않고 건설사들은 분양을 해왔다. 한국에서만 통하는 공급자에게 무조건 유리한 방식이다. 이제 이런 건 바뀌어 가고 있고,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보험시장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보험감독원)이 관리감독을 한다고는 하지만, 사실 보험사에 유리한 방식이었다. 최근 들어 소비자단체들이 만들어지고 재판까지 가며 문제제기를 하면서 보험사의 폭리구조가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이런 불합리한 점을 바로잡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공급자 문턱을 낮추는 것이다. 소수 기업에게만 기회를 준다면 아무리 감독관청이나 소비자단체들이 감시를 잘 하려 해도 한계가 있다.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는 외국기업이 들어오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나아가 국내에서도 소비자 이익에 더 충실한 보험사가 더 만들어지고, 기존 보험사들이 소비자 이익을 중심으로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 서는 보험사는 없을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현재 말 그대로 주주가 주인인 주식회사 형태 보험사와 달리, 가입자가 주인인 상호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는 상당수 보험사들이 상호회사다. 물론 상호회사는 가입자가 주인이기 때문에 국제경쟁력을 갖출 대규모 자본 유치에 불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 그런 단점에도 보험 정신에 충실하게 가입자를 위한 정책을 펼 수 있기 때문에 주식회사와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 보험사는 모두 주식회사다. 농협이나 신협 등에서 하는 공제조합은 형식상 상호회사 성격을 띠고 있고 감독원의 관리를 받지 않지만 사실 내용상으로는 보험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험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시민 모두에게 올바른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크고 작은 다양한 형태의 보험사들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사회적 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물론 더 중요한 건 시민들이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대해 올바른 관점을 세워나가는 것과 아울러 기존 보험사를 소비자 입장에 맞게 감시하거나 새 보험사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적정한 보험료는 수입의 8~12% 전후라고 말해 왔다. 월 소득 400만원인 가정이라면 월 40만원 정도가 보험료로 나간다는 뜻인데,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물론 여기에는 자동차보험이나 저축성보험을 제외한 순수보장성보험만이 포함된다.

포도에셋에서 지난해 재무상담을 받은 소득 2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 기혼가정의 지출분석을 해본 결과 보험료 부담은 그에 훨씬 못 미쳤다. 그러나 [표1]에서 보는 것처럼, 가계소득이 낮을수록 보험료 부담률이 높다.

그렇다고는 해도 소득 200만원대 가정도 10%에 못 미치는 9.8%이고, 400만원대 이상 가정으로 가면 6%대 이하로 떨어진다. 우리나라가 일본과 함께 보험 가입률이 가장 높은 나라인 점까지 감안하면, 보험업계에서 말하는 적정보험료 기준은 다소 높게 자리매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표1] 소득대비 보험료 비율(%)

 

가계소득(만원)

200이상

300이상

400이상

500이상

600이상

700이상

800~

1000

소득대비 보험료율(%)

9.8

8.2

6.8

6.1

6.0

4.9

5.4

 * 포도에셋 재무상담을 받은 3245 기혼가구 분석

ⓒ 포도에셋

그리고 이 수치는 재무상담을 통해 보험이 재조정되기 전 수치다. 재무상담을 거치면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보험에서도 재조정이 이뤄진다. 연고판매와 충동구매에 따른 중복과잉보장을 조정하여 전에 비해 저렴하고 보장이 더 좋은 새로운 보험들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 물론 보험이 없거나 지나치게 적게 가입한 가정은 새로 적정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료는 적절하게, 나머지 저축 여력은 장기저축으로

가계소득이 800만원대인 30대 전문직 가정의 재무상담 예를 통해 보험의 적정성을 살펴보자. 장삼순(36·가명)씨는 현재 두 살 난 자녀가 한 명 있고, 1년쯤 후에 자녀를 하나 더 낳을 예정이다. 그래서 부인도 전문직이지만 당분간은 소득활동을 못 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가계수지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소득 800만원대 가정에 보험료가 겨우 3만7000원뿐이었다. 아이를 위한 보험이다. 보험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굉장히 독한(?) 사람이라는 속설이 순간 떠올랐다. 그러나 장씨 설명은 그와 달랐다.

"지금까지 맘에 드는 보험설계사가 없었어요."

보험설계사가 맘에 들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설계사가 짜온 설계 내용이 맘에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이니만치 주변에서 아는 보험설계사들이 많이 찾아왔고, 스스로 외국계 보험사 설계서를 받아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같이 자신의 소득만 생각하고 부담스런 보험료만을 주장하더라는 것이다.

[표2] 비슷한 소득대 평균과 장삼순씨 비교

  

 

800~1000만원 소득

장삼순

소득

8,599,000

비율(%)

8,574,000

비율(%)

저축

1,509,334

18

3,500,000

41

보험료

392,700

5

37,000

0

부채상환

482,931

6

1,574,000

18

비소비성지출

2,384,965

28

5,111,000

60

소비성지출

3,712,035

43

2,399,000

28

남는 소득

2,502,000

29

1,064,000

12

 * 2006년 포도에셋의 재무상담을 받은 고객 자료 인용

ⓒ 포도에셋
그런데 장씨는 다른 가정에 비해 검소하고 알뜰한 편이다. [표2]에서 보는 것처럼 저축 비중이 41%로, 비슷한 소득대의 18%에 비해 월등히 높다. 또 남는 소득 비중도 낮다. 여기서 남는 소득은 모계좌에 남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가정에서 의식하지 못하고 새는 돈이기도 하다. 장씨는 그렇게 파악하지 못하는 소득도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다.

또 이 정도 소득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비싼 주택구입도 하지 않았다. 아직도 1억원대의 전세를 살고 있다. 장씨 같은 고객을 위해서라도 무리해서 대출 끼고 집 사는 것이 이익인 현실은 반드시 바로잡혀야 한다.

이런 장씨이기에 소득의 10% 가까운 보험료를 제시하는 설계서는 현실적이지 않게 보였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보험사나 설계사들이 고객의 입장보다는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과도한 보험설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적정 사망보험금이 어느 정도인지는 전문가와 입장에 따라 다르다. 연봉의 5~7배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럴 경우 장씨의 사망보험금은 5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생활비의 70%를 자녀가 성장할 때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 경우의 장씨 사망보험금 역시 최소 4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순부채+생활비×3년'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계산법으로 장씨의 사망보험 설계를 해보았다.

현재 생활비는 월 240만원 정도다. 물론 아이가 하나 더 생기면 조금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사망보험금은 1억원 정도면 된다. 거기에 10년만 보장되는 정기특약을 하나 더 추가했다. 추가된 정기특약보험료는 월 1만9000원이다. 적은 특약보험료로 10년 내에는 사망보험금이 두 배(2억원)로 되는 것이다. 적어도 10년 후에는 자녀들이 제법 커서 부인이 다시 소득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계된 장씨의 종신보험은 20년납 월 25만원이다.

납부기한을 10년으로 할 수도 있지만, 장씨가 20년 이상 충분히 소득활동을 할 수 있는데 굳이 납입기한을 과도하게 줄여 보험료 부담을 크게 할 필요는 없다. 보험설계사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에 많은 보험료가 들어오는 게 이익이겠지만, 고객입장은 그 반대다. 나머지 저축여력이 있다면 복리와 비과세 혜택이 있는 장기저축에 넣거나 투자상품을 구입하는 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 든 보험은 생명보험이다. 생명보험은 정액보상이다. 그러나 생활하다 보면 생명보험으로 보장되지 않거나 보장되긴 해도 치료비 등이 전액 다 보상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손해보험사 보험을 하나 추가했다.

암 등은 위 종신보험에서 상담 부분 보장되기 때문에 손해보험에서는 암치료비 등은 최저가입금액(300만원)으로 하고, 대신 치료비와 입원비 등은 되도록 보장금액(3천만원)을 높였다. 이 손해보험의 보험료는 월 2만8000원이다.

부인은 굳이 종신보험이 필요하지 않아 역시 손해보험만 가입했다. 그리고 나머지 저축여력은 위에서 언급한 복리와 비과세혜택을 보는 장기저축상품에 넣기로 했다.

보험금이 많으면 좋다. 그러나 그만큼 보험료도 많이 내야 한다. 기업이나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가계도 최적의 비용지출을 생각해야 한다. 가장 적정한 보험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금융상품에서 새는 돈을 잡아나가는 자각은 올바른 금융 문화가 만들어지는 밑거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메이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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