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의 대명사, 공무원 사회에도 칼바람이 불고 있다.
울산에서 불어온 매서운 바람은 대구를 거쳐 서울까지 불고있다. 바로 무능 공무원을 가려내기 위한 지자체의 3% 퇴출제다.
공사시험, 7·9급 공무원시험 등 '공' 자가 붙은 시험에 유난히 많은 응시자가 모여 상상초월의 경쟁률을 보이는 것은 '공무원=철밥통' 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취업이 어렵고 취업이 돼도 곧 회사를 나가야하는 사회상황이니, 응시자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문제는 '공무원=철밥통'이라는 오랜 공식이다. 일단 공무원이 되기만 하면 끝이다.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나온다. 개정이 되었다고는 하나 공무원 연금제도는 그 어느 보험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훌륭한 노후대비 수단이다.
공무원은 최선을 다해 공무를 다할 필요가 없다. 그저 인맥관리를 하며 조직에, 상사에 묻어가기만 하면 된다. 2006년 세계경제포럼 분석결과 국가 경쟁력이 24위인데 반해 공무원 사회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공공부문 경쟁력은 47위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가 경쟁력과 공공부문의 경쟁력이 갑절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 사회 개혁은 당연한 것이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쉽게 손을 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능 공무원의 퇴출제도는 시의적절한 것이라 생각한다.
'무조건 3%' 룰이 제비뽑기·인기투표 낳았다
하지만 경쟁력 없는 공무원 사회에서 갑자기 경쟁력 있는 제도를 시행하려고 하니 자연스레 잡음이 난다.
먼저 '3%'라는 수치가 제일 큰 문제다. 무조건 3%를 정하란다. 그 조직이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다. 해당 조직은 무조건 3%의 인원을 뽑아야만 한다.
잘하는 조직에 대해 인원을 늘리고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못하는 조직에 대해서는 무능한 공무원에 대해 경고를 하고 처벌을 하고 나아가 조직의 폐쇄도 하는 것이 순리다. 그러나 업무 성과에 상관없이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 똑같이 3%에 해당하는 사람을 뽑는다. 상황이 이러니 제비뽑기를 하고 인기투표를 하는 곳이 나오는 것이다.
'무능 공무원 퇴출'은 말 그대로 무능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해야한다. 가정을 해보자.
능력있는 조직을 A라하고, 무능력한 조직을 B라 해보자. 지금의 제도 하에서는 A조직 내에서 상대적으로 능력이 없는, 그러나 B조직에 있었다면 우수한 능력을 보였을 사람이 퇴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B조직 내에서 다수의 능력없는 사람들 중 가장 능력없는는 소수의 사람만을 퇴출 대상으로 선정해, 이 B조직은 제도 시행 후에도 무능력한 사람들로 구성된 무능한 집단일 수밖에 없다. 즉 3%라는 수치를 정한 자체부터 어리석은 시도였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이 기본적인 문제를 모르고 있었을까? 공무원 내부에 근무평가 체계가 확립되어있지 않으니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철밥통의 대명사인 공무원 집단을 개혁은 해야겠는데, 객관적으로 들이댈 잣대가 없어서 비롯된 문제다.
'공무원 집단은 분명 무능하다'라는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전제에 무조건적인 3%퇴출제를 시행한 것이다. 만약 이 전제에 그들 스스로 동의하지 못했다면, 다수의 능력 있는 사람이 3%의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유예기간을 두거나 장기적인 예고를 하지 않은 채 급작스런 제도 시행은 무사안일의 공무원 이미지를 깨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만약 이렇다면 행정당국은 소기의 성과(?)는 거둔 것이니, 지금이라도 제도를 현실적으로 보완하고 유예기간을 둬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
아마추어 퇴출제, 이제 프로가 돼라
인력자원을 최고의 무기로 생각하고 조직정비에 힘쓰는 일반 사기업의 눈에 이 정책은 정말 원시적이고 아마추어적인 정책이다.
공무원 사회가 무능하다는 스스로의 뼈저린 인식 하에 이 제도를 시행했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면 과감히 국내외의 대기업이나 선진국의 행정부에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 나아가 지자체가 외부 컨설팅업체에 효율적인 조직운영을 의뢰하는 것도 적극적인 조직 개선의 노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