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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한국측 김종훈 수석대표(왼쪽)와 미국측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캐런 바티야 부대표
한미 FTA 한국측 김종훈 수석대표(왼쪽)와 미국측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캐런 바티야 부대표 ⓒ 오마이뉴스

"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쌀 양허(개방)안과 같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면, 협상이 결렬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단호하게 임할 것을 분명히 밝힌다. 또 협상 시한에 따라 무리하게 협상을 타결 짓지도 않을 것이다."

26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하얏트 호텔 1층 기자회견장.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김종훈 수석대표의 얼굴 표정은 굳어 있었다. 김 대표는 "오늘 협상은 진지하고, 긴장감속에 진행됐다"면서 "한미 양쪽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분위기였다"고 말을 뗐다.

그는 이어 "좀처럼 양쪽의 의견차이 좁혀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체적인 차원에서 이익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지만, 첫날인 만큼 (협상 타결)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강경한 발언이 곧 이어졌다. 그는 우선 "국익을 극대화한다는 목표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쌀 양허(개방)안과 같이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면, 협상이 결렬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단호하게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굳은 표정의 김종훈 대표, "협상 결렬되는 상황이 올수도"

또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비판해 온 미국쪽 협상 시한에 따른 무리한 협상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협상을 타결 짓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협상 시한까지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이는 이날 진행됐던 농업 분과를 비롯해, 자동차 등 양국간 핵심 쟁점의 의견 접근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날 협상은 양국의 통상장관급이 직접 나서고 있다. 한국쪽에선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쪽에선 캐런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협상을 각각 지휘하고 있다.

한국쪽 최대 관심사항인 미국의 반덤핑 완화 등 무역구제에 대해서, "우리 업계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부분에 대해서도, 미국쪽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한국에 요구하는 내용을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미국쪽은 국내 자동차 시장의 관세철폐 이외에 배기량 기준의 세제 개편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도, 협정문에 진전된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밝은 표정의 바티야 부대표, "힘든 협상이었다"

한국쪽 요구사항에 대해 미국쪽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당초 쌀 문제를 장관급 협상에 거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협상 첫날인 농업분과 테이블에 쌀 문제가 공식 안건으로 올라왔는지에 대해선 한미 모두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농업분과장인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낙농품과 과일류, 육류 등 민감 품목에 대해 논의했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쌀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구체적인 언급 자체를 꺼렸다.

한편 미국쪽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캐런 바티야 부대표도 기자들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김종훈 수석대표의 브리핑에 앞서 가진 자리였다.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선 바티야 부대표는 "지난 워싱턴의 수석대표 회담에 이어 분과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매우 힘든 협상(very very hard)의 연속"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내일에도 주요 쟁점에 대한 실무급과 고위급의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하고, 기자들로부터 별다른 질문은 받지 않았다.

한미FTA 끝장 협상 첫날, '협상을 깰수도 있다'는 김 대표의 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국산업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압박의 강도를 줄이지 않을 태세다. 그만큼 양국간 협상의 긴장감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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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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