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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잎을 말라 죽게 하는 재선충이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부산 장산이 때 아닌 수난을 당했다. 해운대구청에서 재선충 방제 대책의 하나로 재송동 세명아파트 뒤편에서 성불사로 가는 길의 중간까지 임도를 놓은 것이다.

▲ 장산 어디에나 사람들의 발길로 자연스레 난 길들이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답보의 즐거움을 준다.
ⓒ 안경숙

▲ 사람들의 발길로 난 길은 지워지고 임도가 들어섰다. 재송동 세명아파트에서 성불사 가는 길 중간까지 불도저로 닦은 임도.
ⓒ 안경숙

이 때문에 옥천사를 들머리로 해 장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사람들의 발길로 자연스레 나 있던 산길 대신 콘크리트를 발라놓은 길에 당황하게 된다. 애당초 임도를 낼 때도 세명아파트 주민 등 장산을 아끼는 사람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 등산화를 신고 콘크리트길을 걷는 느낌은 유쾌하지 않다. 산을 찾은 한 아주머니가 콘크리트를 피해 흙길을 따라 걷고 있다.
ⓒ 안경숙

이에 대해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반대여론이 있기는 했지만, 방제작업을 하려면 차가 들어가야 하므로 새로 길을 냈다"고 설명하면서 임도가 산불방지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필자가 산을 찾은 날에도 해운대구청에서 고용한 사람들이 재선충 방제 작업을 하는 모습이 장산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 해운대구청에서 고용한 이들이 재선충에 걸린 나무를 잘라서 따로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피해목들을 약제로 훈증처리한 다음 분쇄해 재선충 방지에 활용한다.
ⓒ 안경숙

재선충 방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취한 대책이라고는 하지만, 멀쩡한 나무를 자르고 콘크리트를 발라버린 길을 걷는 기분이 상쾌할 수는 없다. 울퉁불퉁 크고 작은 돌들이 박힌 산길을 걸어 정상에 오르려던 발걸음은 여느 때와 달리 무거워졌다.

산을 내려오며 임도 확장이 재선충 방제를 위한 가장 손쉬운 대책이 아니라 충분히 고심한 끝에 나온 불가피한 결정이었기를 바라는 심정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제신문 시민기자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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