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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백나무와 철쭉
측백나무와 철쭉 ⓒ 정현순
엄마가 돌아가신지 1년이 지났다. 그런데 왜 난 더 오래된 기분이 드는 건지. 우리 부부와 남동생 부부는 적당한 화원 앞에서 자동차를 세웠다. 엄마의 산소에 심을 나무를 사기 위해서. 1년이 지났으니 이젠 나무를 심어야 했다. 돌아가시고 처음으로 심는 나무라 우린 신중하게 골랐다.

측백나무와 철쭉나무 12그루를 사 가지고 엄마의 산소로 향했다. 차창 안으로 내리쬐는 햇살은 기분 좋게 따뜻했다. 한식날이 얼마 안 남아 혹시 고속도로가 막힐 줄 알았다. 그러나 길은 막히지 않았고 1시간 30분만에 엄마가 계신 경기도 용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 도착했다.

하늘은 새 파랗고 신선한 공기가 느껴졌다. 그곳에서도 완연한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산소에 올라가는 길목마다 싱싱하고 어린 쑥과 풀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주변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서 나무를 심고, 산소 앞에 있던 꽃도 갈아주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 일행이 산소로 올라가는 것을 보더니 먼저 와서 일을 보던 다른 가족이 우리에게 "혹시 향이 없으면 이거 갖다 쓰세요" 한다. 우린 가지고 왔다고,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정말 봄 날씨처럼 정겨운 사람들이다.

엄마가 생존에 계실 때 그곳에 오시면 꽃이 많은 그 아랫집을 보시면서 "저 집은 참 예쁘구나, 꽃들이 많아서…"라시며 "마치 집 앞마당에 와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럼 우린 "엄마 걱정 마셔, 우리들이 꽃 많이 심어줄게"라고 했었다.

산소에 도착한 우린 우선 산소 앞에 허옇게 빛이 바래있는 꽃부터 노랑 창포 꽃과 빨강 장미꽃으로 갈아 주었다. 그리곤 나무 심을 준비를 했다.

전날 비가 온 탓에 땅이 물렁물렁해서 나무심기에 아주 적당하니 좋았다. 남동생과 남편은 나무를 심을 구덩이를 팠다. 올케와 나는 그 구덩이에 나무들을 심었다.

측백나무와 철쭉을 모두 심고 올케가 말했다.

"어머니 이젠 좋으시죠? 나무 심으니깐 아늑한 것이 좋은데요. 그런데 어머니 철쭉은 올해 꽃이 필라나 모르겠네요. 하지만 내년에는 꼭 필 거예요. 그럼 어머니 앞마당에도 울긋불긋해서 어머니는 좋으시겠어요."

아래에서 올려다 본 모습
아래에서 올려다 본 모습 ⓒ 정현순
나무까지 다 심고 난 후 상차림을 시작했다. 봄철이라 봄 반찬도 섞어서 해왔다. 냉이를 넣고 끓인 된장국, 잡채, 묵은 김장김치, 봄이라 싱싱한 겉절이, 생선전, 시금치, 숙주나물, 고사리 등을 차리고 엄마한테 차례대로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하고 엄마 산소 앞에 음식을 펼쳐놓고 점심밥을 먹었다. 난 소주를 한잔 마시고 나서 괜스레 엄마께 너스레를 떨기시작 했다.

"엄마 우리들이 오랜만에 와서 수다 떠는 소리, 엄마도 좋으시죠? 언니가 아파서 이번에는 오지 못했어요. 언니도 왔으면 엄마도 좋았을 텐데."

그리곤 우린 그 앞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출발하기 전에 심어놓은 나무들한테, "얘들아, 오늘 정성들여서 심었으니깐 정말 잘 자라야 한다"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엄마, 우리 또 올게요"라고 인사하고, 아래 내려와서 엄마의 새집을 올려다봤다. 녹색의 측백나무와 철쭉이 엄마를 감싸고 서 있어서 한가운데 계신 엄마가 조금은 덜 쓸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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