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의 한 농촌 마을에서 태어난 송 변호사는 변호사 시절 초기부터 농업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과 중국의 마늘협상 당시에는 행정소송을 맡았고 2005년에는 쌀 협상 관련 국정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후 농업관련 통상법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FTA에 관심을 두게 됐다.
이번 한미FTA 협상의 타결과 결렬을 결정짓는 마지막 고위급 회담에서도 농업분야는 주요한 의제에 올랐다. 특히 협상 막판 미국이 돌연 쌀을 들고 나오면서 협상이 더 꼬여가는 형국이다. 이미 정부는 여러 경로를 통해 '쌀은 지킨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중동 순방길에 오르기 전 한미FTA 협상의 핵심 쟁점인 쌀과 쇠고기 시장 개방 문제에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협상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쌀이 이번 한미FTA 협상의 타결과 결렬을 가르는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우리 정부가 마치 거사라도 치르듯 비장하게 밝혀 온 '쌀시장 사수' 논리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이번 한미FTA에서 미국이 쌀과 관련 한국에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송 변호사의 일관된 주장이다.
"미국이 이번 FTA를 통해 쌀 개방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쌀 개방 문제는 이미 지난 2004년 WTO의 틀 안에서 협상을 했습니다. FTA는 WTO의 틀 내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규정에 위반되는 FTA는 기본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죠. 어차피 2015년이면 한국 쌀시장이 개방되는 마당에 미국이 지금 한미FTA를 통해 개방을 들고 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결국 속내는 따로 있다고 봐야겠죠."
"쌀만 지키면 성공한 FTA라고?"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쌀을 지킨다'고 강조하는 것은 한미FTA 협상의 전략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송 변호사의 주장이다.
"쌀 시장은 막았다는 논리에 국민들이 속지 말아야 해요. 다른 중요한 쟁점을 포기하면서 쌀은 지킨다고 하면 한국이 FTA를 통해 추구해야 할 다른 본질적인 이익들을 놓치고 맙니다. 지금 쌀이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 자체가 우리 협상단의 직무유기의 결과입니다. 쌀은 애초부터 협상 대상이 아닌데 왜 쌀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고 자꾸 쌀 이야기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송 변호사는 그런데도 미국이 지속적으로 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이유를 쌀이 아니라 쇠고기나 다른 농산물에서 찾는다. 그래서 그는 우리 정부가 '쌀은 지키겠다'고 강조하면서 마치 '쌀만 지키면 성공한 FTA가 된다'는 식으로 문제를 호도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FTA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 정부의 협상태도를 보면 참 안타까워요. 벌써부터 쌀을 제외한 품목 대부분의 농산물에 대해서는 관세를 철폐하는 쪽으로 방향이 흐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쌀은 지켰으니 다른 것은 내줘도 좋다는 식이죠. 이게 이번 협상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