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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집, 노리개에도
안경집, 노리개에도 ⓒ 김선태
수저집에도 새긴 수복
수저집에도 새긴 수복 ⓒ 김선태
우리 조상들은 과연 무엇을 바랐으며,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했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는 곳이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특별 기획전으로 '장수를 바라는 마음 수복(壽福) 전'을 마련하였다. 3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리는 특별기획전시회에는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간절히 수와 복을 바랐던가를 살필 수 있는 여러 가지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이미 민화전에서 수없이 보아 왔던 수복을 비는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는 수와 복을 백번씩을 쓰면서 모두 다른 서체, 다른 모양의 글자를 써서 정성을 다한 병풍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백번이란 숫자 100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 '백(百)'이란 숫자에는 '완전하다, 모두 다하였다'는 뜻을 담은 것이기에 정말 100글자인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란다.

이 전시장에 들어서서 차례로 살펴 가면서 '세상에 이런 곳에도 수와 복을 비는 염원을 담아 그리고 새겼을까?' 싶은 것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만든 물건이나 생산된 제품들이 기능성이나 멋진 디자인을 자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면, 그 당시에는 모든 물건에 수와 복을 비는 염원을 담는 것이 당연하고 가장 보편적인 것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흔히 5복을 이야기하지만 그 중에서 수와 복을 주제로 삼아 전시하는 것은 우리 조상들의 세상을 사는 지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5복을 갖춘 사람이라는 말을 하지만 이것은 한참 잘못된 말이 된다.

5복이란 이라면 (1)수(壽) : 장수하는 것 (2)부(富) : 물질적으로 넉넉하게 사는 것 (3) 강령(康寧) :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것 (4) 유호덕(攸好德) : 도덕을 지키기를 좋아하는 것 (5)고종명(考終命) : 제 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이 5복을 누린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잘 죽는 것이 5복 중의 하나라고 하기 때문에 죽기 전에는 잘 죽는다는 복을 갖추었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5복을 모두 비는 것이 당연한데 왜 수와 복만을 그렇게 빌었었을까? 다른 것들은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들(사람의 힘으로 어느 정도는 이룰 수 있는 일) 이지만 수(壽)만은 하늘에서 타고난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여기에서 우리 조상들의 바른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목숨은 하늘의 뜻에 따르지만 나머지의 복은 자기가 얼마나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이 될 수 있으므로 하늘에 빌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척하라는 뜻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벼갯잇의 모
벼갯잇의 모 ⓒ 김선태
그리하여 우리 조상들은 수를 비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서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물건에 수(壽)와 복(福)을 비는 글자를 새기고, 상징하는 물건이나 짐승이나 자연물의 그림<十長生>을 그려 넣는 정성을 다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간절히 바란 것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회갑, 회혼, 회방을 들 수 있다. 태어 난지 만 60년이 된 회갑, 결혼을 하여서 만 60년이 되는 회혼, 과거에 합격하여 방을 붙인 60년이 되는 회방이 그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도 회혼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수명이 길어 졌다지만, 30이 넘어서 결혼을 하여서 60주년을 맞자면 90세가 넘어야 하니 어디 흔하겠는가?

더구나 두 부부가 건강하여야 하고, 자녀가 모두 다 잘 장성하여야 하는 조건에 맞으려면 참 귀한 일일 것이다. 하물며 회방이라면 요즘 같으면 고시 정도에 합격을 한지 60주년을 말하는데 그것 또한 흔치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에서는 3회대(三回帶)를 하사 받은 분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3회갑을 다 치른 분이라는 것이다. 회갑(回甲), 회혼(回婚), 회방(回榜)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분이라니 참으로 부러운 삶을 살았던 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가장 염원한 수산(壽山 산처럼 길게 수를 누리고) 복해(福海 바다 같은 복을 누린다)을 새긴 온갖 물건들을 보면서 우리 자신의 수복은 물론이지만, 부모님의 수복을 빌어 드리고 자식들의 수복을 비는 것을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 한국일보 디지털특파원,개인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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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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