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워싱턴 포스트>의 사설이 나온 후 아베총리는 "그런 상황이 있었던 것에 총리로서 사과하지만 강제는 없었다"고 말했다가 이에 미 국무부가 반박하자, 어쩔 줄 모르고 있다.
미 정가의 핵심 이슈는 아니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중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구나 미 의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지난 일요일 한인유권자센터의 김동석 소장은 뉴저지 초대 교회에서 지지서명 작업을 한다며 별 일 없으면 한번 방문해달라고 제안했다. 마침 이 곳 한인교회의 역할에 대해 궁금해하던 차여서 구경삼아 길을 나섰다.
초대 교회에 다니는 후배 부부의 차를 빌려타고 점심 무렵 예배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자원봉사자들이 탁자 위에 서명용지를 늘어놓고 서명을 받고있고, 김동석 소장은 누군가와 열심히 이야기 중이다.
김 소장은 자신과 이야기 나누던 여성을 소개해주는 데 'coalition 121(support 121.org)'의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에나멜 박이라는 분이다. 이 조직은 이번 결의안 통과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다. 에나멜 박은 뉴욕에서 전날 토론회에 참석했다가 서명 작업을 위해 이 곳까지 온 것이다.
한국어가 그리 유창한 분이 아니어서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도 영어와 한국어가 어지러이 왔다 갔다 하며 이루어진다. 한 쪽은 영어로 말하고 한 쪽은 한국어로 말하는 데 서로 알아듣는다. 이렇게도 소통하는구나 싶다.
"하루에만 18명 의원들 지지서명... 결의안 통과될 것"
-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되었다고 하는데 원래의 직업은 무엇인가?
"캠페인 리서처(선거 여론조사 전문가)이고, 필름 메이커, 디렉터이기도 하다."
- 근데 어떻게 이 일에 관여했나?
"원래는 지난 중간선거 때 버지니아 상원의원 봅의 선거운동에 참여했다가 그가 당선되어 워싱턴에 있었는데, 지난번 청문회 때 한 2주간 자원활동을 해주기로 했다가 그게 2달이 되고 이렇게 그냥 눌러앉게 되었다."
- 최근에 무슨 일을 하고 있나?
"결의안에 대한 의원들의 지지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 주 워싱턴에서 로비데이를 정해 의원들을 방문했는데 이날 하루에만 18명의 의원서명을 받았다. (오늘 현재 69명의 의원이 결의안에 서명키로 한 상태다.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의원 100명이 서명한다면 결의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하고 있다.) 고무적이다. 결의안 통과가 가능한 의원들 서명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군가가 열심히 카메라를 돌리고 있다. 점심시간이라 근처의 한식당으로 이동했다. 한국인이 아닌 이 남자는 식당에서도 열심히 카메라를 매만진다. 결국 궁금해서 물었다.
"누구냐?"
"아 지금 이 일과 관련된 다큐멘타리를 찍고 있는 사람이다."
"아하…."
에릭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 통과를 호소하는 동영상을 찍는다고 한다. 미국의 유명한 서바이벌 게임에서 우승한 한인 권율씨가 출연하는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 어떻게 일본군 위안부 관련 동영상을 찍게 됐나?
"영화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그 일로 에나멜 박과 알게 되었고,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는 방법으로 동영상을 찍게 됐다."
- 어떻게 권율을 찍게 되었나? 원래 아는 사이인가?
"아니다. 전혀 모른다. 얼마 전 LA에서 아시안 아메리칸들의 필름 페스티벌이 있었다. 그 곳에 마침 권율씨가 왔기에 제안했고 그가 수락해서 다음날 하루에 찍은 것이다."
권율씨는 이 일로 'coalition 121'의 멤버가 되었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있다. 혹시 못보신 분들은 미국인이 찍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동영상을 연결해 둔다.(http://www.youtube.com/watch?v=3GkS3ViToGA)
- 지금은 뭘 찍고 있는가?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위해 일하는 과정 전부를 담고 있다."
그의 명함에는 '참여는 힘이다'라고 적혀 있다. 에나멜 박이나 에릭 모두 독립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참여는 힘, 그 힘이 미국을 바꾼다
이렇게 이 곳 저 곳에서 미국 시민인 한인들이 결의안 통과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 힘이 다른 어느 압력보다 미국정가에는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번 청문회는 여러모로 미국 사회에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유례없는 <워싱턴 포스트>의 사설도 청문회의 영향 탓 아니겠느냐고 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이 문제에 나서는 것은 일본의 과거사 반성 문제로 동북아의 갈등이 계속되는 것을 원치 않고, 이를 통해 이 지역에서의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경위야 어찌되었든 이번 과정을 통해 일본이 그렇게 극구 부인해 왔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될 지 주목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나의 분수령은 조만간 예정된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이다. 미 의회가 아베총리의 미국방문 전까지는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미국 내 관련단체들은 아베총리의 미국방문에 맞추어 유력 신문에 광고를 실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또 광고게재를 위한 모금을 진행할 계획인데, 관심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