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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한미FTA 최종 협상이 열리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경찰들이 대표단이 이동하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30일 오후 한미FTA 최종 협상이 열리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경찰들이 대표단이 이동하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누가 그런 루머를 퍼뜨렸나."

30일 오후 4시 서울 하얏트호텔 1층 기자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스티븐 노튼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미국쪽에서 한국 협상단에 협상을 하루 더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그런 적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일부 언론에서 협상 시한 연장설이 흘러나온 것에 대해서도, "누가 그런 루머를 퍼뜨렸느냐"며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협상 시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한미FTA 협상은 예정대로 진행되며, 데드라인(마감시한)은 오늘밤 12시"라고 그는 강조했다. '미국 시각이냐'는 질문에는 자신의 손목에 있는 시계바늘을 가리키며, "여러분과 같은 시각(한국 시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도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정섭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르지만 최종 확인한 결과 협상 시한은 3월 31일 오전 7시(미국시간 30일 오후 6시)"라며 "협상시한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협상장을 한때 뒤흔들었던 협상시한 연장설 소동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재확인하면서, 협상 시한 연장설은 한때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같은 해프닝은 오후 3시께 인터넷 매체인 <이데일리>에서 한미FTA 협상 시한 연장이라는 제목의 단신 기사를 띄우면서 시작됐다.

특히 이날 오후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 겸 대변인이 정례브리핑 과정에서 "미국측 사정에 따라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4월 1일에서 연기될 수도 있다"며 "자세한 상황은 4월 1일에 말하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이후 <연합뉴스> 등에서 이같은 내용을 전했고, 정부쪽 일부 관계자들은 "미국쪽에서 협상을 하루 더 연장해와 논의중"이라는 말이 전해졌다. 하지만 <오마이뉴스>가 나중에 확인해 나서자, "전해들은 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어 기자들 사이에 "청와대쪽에서 미국쪽의 연장 요청을 거부했다"는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협상단을 비롯해 협상 관계자들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어떠한 확인도 들을 수 없었다.

한미FTA 협상 막바지인 30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 마련된 협상장에서 나오는 대표단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한미FTA 협상 막바지인 30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 마련된 협상장에서 나오는 대표단에게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협상 시한이 뭐길래

하지만 이같은 소동은 1시간 뒤 청와대쪽과 미국쪽에서 공식 브리핑을 통해 부인하면서 일단락됐다. 따라서 운명의 한미FTA 협상은 오늘 밤 자정에 최종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협상 마감시각은 한국시각으로 3월 31일 오전 7시다. 이 시각이 나오게 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이 정해놓은 협상 일정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미 행정부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촉진권한(TPA)를 주고 있다. 의회는 행정부에 협상 전권인 TPA를 주고, 협상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대신 미 행정부가 제출한 협정문에 대해 찬반 투표만 실시한다.

미 행정부가 'TPA'를 가질 수 있는 시한이 오는 6월 30일이다. 7월 1일부터는 의회가 협상 과정에 일일이 간섭할 수 있게 돼 있다. 미국 정부 입장에선 가능한 6월말까지 정식 서명하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다.

또 TPA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협상이 타결되면 늦어도 시한 만료 90일 전에 이를 의회에 통보해야 한다. 따라서 협상 마감이 3월말까지로 된 것이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사이의 시간 차이와 공휴일 등이 끼어 있어, 실제 협상 마감 날짜에 혼동이 있을 수 있다.

미국 시각으로 6월 30일부터 3개월을 뒤로 세어보면, 협상 시한은 4월 2일이다. 바로 전날인 4월 1일은 일요일, 3월 31일은 토요일이다. '주5일제'로 미국 공무원들은 쉰다. 이 때문에 3월 30일이 협상시한이 됐다.

이것을 한국 시각으로 바꾸면 협상 타결 시한은 토요일인 3월 31일 오전 7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TPA와 같은 별도의 규정은 없다. 결국 미국 사정에 따라 협상 시한을 맞춘 셈이 된 것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 "미국 일정에 쫓기는 협상"이란 비난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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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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