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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회사 사장님께 결혼 선물로 받은 웨딩촬영 앨범입니다. 볼때마다 늘 생각이 납니다.
다니던 회사 사장님께 결혼 선물로 받은 웨딩촬영 앨범입니다. 볼때마다 늘 생각이 납니다. ⓒ 전은화
예정된 퇴사날짜를 앞두고 결혼 준비로 무척 분주한 나날이었습니다. 남편은 그때 당시 중국에 있었고 결혼식 며칠 전에나 귀국을 한다고 하니, 웨딩촬영이고 뭐고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애가 탔습니다. 결국 웨딩촬영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남편이나 저나 벌어놓은 게 변변찮아서 그냥 아끼는 차원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복잡한 마음으로 퇴사 날짜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사장님께서 부르셨습니다.

"전은화씨, 어떻게 준비는 잘 되어가요?"
"그럭저럭 하나씩 하고는 있는데요. 신랑이 아직 중국에 있어서 쉽지가 않습니다."

"거 뭐냐, 웨딩사진은 언제 찍어요?"
"그거 그냥 안하기로 했습니다."

"아니, 그걸 왜 안 찍어요. 나중에 남는 건 사진밖에 없는데."
"그렇긴 한데요…"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합시다. 전은화씨 그동안 고생 많았는데 내가 결혼선물로 웨딩사진 비용 해줄 테니 그거 찍는 걸로 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하고, 또 뭐든 상의할 일 있으면 오빠처럼 생각하고 상의해요. 내가 여동생들 결혼시켜봐서 경험이 많으니까."

아 정말 어떻게 표현할 수 없이 감사했습니다. 사장님 말씀에 거역을 못하고 그렇게 하기로 한 후 퇴사를 했습니다. 결혼식 며칠 앞두고 귀국한 남편과 부랴부랴 웨딩촬영을 했고 결혼식도 잘 치렀습니다. 결혼식 때 회사에서 예쁜 화환도 하나 넣어주시고 참석하셔서 축하도 해주셨습니다.

"늘 번창하십시오"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 회사 창립일인데 퇴사한 지 6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은 꼭 회사 생각이 납니다. 두툼한 웨딩사진 앨범 꺼내 볼 때마다 사장님 생각도 많이 나고요. 그 사진 보면서 결혼할 당시의 마음을 새록새록 느끼곤 하는데 "이거 안 찍었으면 어쩔 뻔 했나"하는 마음이 사장님에 대한 감사함을 더 크게 만든답니다.

퇴사 후 딱 한번 회사 창립일에 축하 화분 보내드리고선 통 연락을 못 드려서 무척 죄송스럽습니다. 한참 어린 여직원이었던 제게 늘 존댓말로 예우를 갖추어주셨고 작은 실수는 살짝 눈도 감아 주셨고요. 회식 때 1차가 끝나면 슬며시 일어나셔서 불편함도 없애주셨던 '퍼펙트 사장님' 그저 늘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하시는 사업 더욱더 번창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딸#퇴사#사장#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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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동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와 생활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삶속에 만나는 여러 상황들과 김정들을 담아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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