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은 머리 감는 날>의 저자 우리 오를레브는 폴란드에서 태어난 유태인이다. 그는 1996년에 아동문학의 노벨문학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한스-크리스찬 안데르센 상을 받았다. 다다북스에서 나온 <화요일은 머리 감는 날>은 올해 1월 22일 출간 되었는데 그 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이미 출간된 바 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 미카엘은 화요일을 제일 싫어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화요일이 되면 머리를 감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세 살인 미카엘은 머리만 감으면 물에 빠져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화요일만 되면 아침부터 징징대기 시작해 머리감는 저녁시간엔 온 집안 식구들이 전쟁을 치러야 했다.
여덟 살 누나 다니엘라는 이런 동생이 불쌍했다. 아빠가 동생머리 감기지 않는 것이 어떠냐고 말해보지만 소용없다. 결국 소란스러운 화요일 저녁이면 다니엘라는 소파에 앉아 손가락으로 귀를 막고, 아빠는 밖으로 나갔다가 돌아오신다. 보다 못한 다니엘라는 미카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머리가 없으면 감지 않아도 되니, 엄마 몰래 머리를 박박 밀어 버리자는 것이다.
또 다시 화요일, 미카엘은 누나 손을 끌려 이발소로 향한다. 그런데 막상 이발소 대머리 아저씨가 다른 아이의 머리를 깎는 것을 보자, 미카엘은 울먹이며 누나에게 집에 가자고 조른다. 머리 감는 것이 대머리 되는 것 보다 났다는 것이다. 아마도 다니엘은 가위가 자신을 찌를 지도 모른다고 겁을 먹은 것 같다. 미카엘은 머리 감을 때 느끼는 공포보다 더 심한 공포였던 것 같다.
어쨌든 누나의 처방은 화요일의 마다 벌어진 소동을 잠재웠다. 그렇다고 미카엘이 머리 감을 때 더 이상 울지 않게 되었다는 게 아니다. 평소보다 소리가 작아졌다는 것이다. 엄마 와 아빠 그리고 누나는 미카엘이 네 살이 되어 처음으로 울지 않고 머리를 감는 날 선물을 한다. 하얀 보자기를 쓴 선물 앞에는 당근이 놓여 있다. 선물이 무엇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짐작이 가는 그림이다.
어린아이들 머리 감기는 일은 쉽지 않다. 아주 어릴 때는 그나마 품안에 안고 감길 수 있어, 아이도 덜 불안하고 감기는 엄마도 힘이 덜 든다. 아이가 자라 세 살쯤 되면, 더 이상 안아 머리를 감길 수 없어, 아이와 실랑이를 하게 된다. 아직 혼자 머리를 감을 수도 없고 엄마가 감겨주는 데로 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아이들이 여간 불편해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내 신체에 맡기는 행위는 불쾌하고 불안할 수 있다. 더욱이 아이들 머리 감기는 코와 눈, 때로는 귀까지 물이 들어가니, 즐거운 일일 수는 없다. 이 책에서는 이런 아이들의 심정을 잘 그리고 있다. 또한 동생의 심정을 가장 잘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어린 누나의 따뜻한 마음도 전해진다.
머리 감는 문제에 대해 다니엘라가 생각해낸 방법은 부모님들과 달랐다. 엄마는 머리감기를 싫어하는 미카엘을 위해 다른 방법을 시도하지 않고 울고불고 난리를 쳐도 매주 머리를 감겼다. 아빠는 화요일마다 벌어지는 시끄러운 소동을 피해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누나 다니엘라는 동생을 괴롭히는 머리감기에 대해, 화요일마다 벌어지는 소동을 잠재울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생각해 낸다. 엄마 몰래 머리를 박박 밀어버린다는 다소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동생이 괴로워하지만 않는다 면이야 뭐.
<화요일은 머리 감는 날>의 매력은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이야기이면서도 아이들에게는 심각한 문제인 머리 감기를 소재로 다루었다는 것과 동생이 괴로워하는 일을 해결해 주려는 누나의 따뜻한 마음에 있다. 세 살 아이부터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덧붙이는 글 | 화요일은 머리 감는 날/ 우리 오르레브 글/제키 글라익 그림/ 다다북스 펴냄
세 살부터 여덟살 아이들이 읽기에 좋은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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