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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묘기지권이란 다른 사람의 토지에 분묘(묘)를 설치한 자가 그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 묘지부분의 타인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쉽게 말해서 남의 땅에 묘를 설치한 사람이 자신의 묘를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해 남의 땅(묘가 설치된 부분)을 사용할 권리가 분묘기지권이다. 분묘기지권은 앞서 살펴 본 지상권과 유사한 권리이다. 남의 땅에 묘를 설치한 때에 성립하는 특수한 지상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분묘기지권은 언제 성립하는가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사 및 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데, 다음의 세 가지 경우에 성립한다.
① 토지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
② 자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후, 분묘에 관해서 별도의 특약이 없이 토지를 타인에게 처분한 경우.
③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후 20년 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기지(묘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
여기서 잠깐 시효취득에 대해서 살펴보자. '시효취득' 혹은 '취득시효'란 민법상의 개념이다. 취득시효란 어떤 사람이 마치 그가 권리자인 것처럼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사실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에, 그와 같은 권리행사에서 드러난 외관의 사실상태를 근거로 하여 그 사람이 과연 진실한 권리자이냐 아니냐를 묻지 않고서 처음부터 그가 권리자이었던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즉, 설사 어떤 사람이 진정한 소유자가 아닐지라도 오랜 기간 자신이 소유자인 것처럼 행세해 온 경우에는 그 사람을 소유자로 인정해 주는 것이 취득시효이다.
우리 민법에서는 부동산을 소유의 의사로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령 어떤 사람이 남의 부동산을 20년간 공공연히 그리고 평온하게 점유하여 왔다면 자기 명의로 소유권등기를 함으로써 그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분묘기지권은 어느 범위까지 인정되는가
분묘기지권이란 남의 토지에 분묘(묘)를 설치했을 때 그 분묘를 수호하고 봉사 및 제사를 하기 위해 묘지부분의 땅을 사용할 권리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남의 토지 전체에 대한 사용권한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령 유비의 토지 안에 관우가 분묘를 설치했는데, 관우에게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고 해보자. 이 때 관우에게 유비의 토지 전부를 사용할 권리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관우가 설치한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 하기위해 필요한 범위까지에만 분묘기지권이 인정된다.
그러면 분묘기지권은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인정될 것인가? 분묘기지권의 범위에 대해 대법원 판례는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분묘기지권은 묘지 자체뿐만 아니라 그 분묘의 수호 및 제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묘지 주위의 공지를 포함한 지역에까지 미치는 것이고 그 확실한 범위는 각 구체적인 경우에 개별적으로 정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범위는 묘지 그 자체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분묘의 수호 및 제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묘지 주위의 공지에 까지 확대된다. 그런데 가끔 묘지 주위에 사성(무덤 뒤를 반달형으로 두둑하게 둘러쌓은 둔덕)이 조성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대법원 판례는 분묘 주위에 사성이 조성되어 있다 하여 반드시 그 사성부분을 포함한 지역에까지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분묘는 봉분 그 자체가 공시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등기부에 등기하지 않아도 분묘기지권을 취득한다. 그래서 만일 분묘가 평장(平葬)되거나 암장(暗葬)된 경우에는 분묘기지권을 취득할 수 없다. 또한 장래의 묘소로서 설치하는 등 그 내부에 시신이 안장되어 있지 않은 것은 분묘라고 할 수 없다.
분묘기지권은 언제까지 존속하는가
유비의 땅에 분묘를 설치한 후 그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를 하고 있는 관우는 언제까지 유비의 땅을 사용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서 관우의 분묘기지권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분묘기지권의 존속기한은 당사자의 약정이 있으면 그 약정에 따라 결정된다. 즉, 토지소유자 유비와 분묘의 권리자 관우 사이에 약정한 기한이 있으면 그 기간동안 분묘기지권이 존속하게 된다.
그러면 분묘기지권의 존속기한에 대하여 토지소유자 유비와 분묘의 권리자 관우 사이에 특별한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존속기한에 대한 약정이 없는 경우에는 분묘의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 및 제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는 동안은 분묘기지권도 존속한다고 본다. 쉽게 말해서 분묘의 권리자 관우가 그 분묘를 관리하고 있는 동안에는 분묘기지권이 계속 존속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남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하면서 분묘기지권의 존속기한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은 그 분묘의 권리자가 분묘에 대한 관리를 계속하는 한 존속한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사실은 토지소유자에게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다.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경우 토지의 소유자가 입는 피해는 단지 묘지 면적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범위는 묘지주변에 한정된다. 즉, 분묘의 권리자 관우가 유비의 토지를 이용할 권리는 묘지주변으로 국한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토지소유자 유비가 입는 피해는 자신의 토지 전체에 미친다.
예를 들어 유비의 밭 한 가운데에다 관우가 분묘를 설치했다고 해보자. 토지소유자 유비가 그 밭에 농사를 짓는 경우라면 유비가 입는 피해는 묘지자체의 면적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 유비가 농사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그 밭을 이용하려고 할 때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 밭 전체가 쓸모없어진다.
건물을 짓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우선 밭 한 가운데 묘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건물을 짓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설사 묘지가 밭 귀퉁이에 있어서 겨우 건물을 짓는다 해도 그 건물의 가치나 용도가 제대로 발휘될 수가 없다. 주택을 지어본들 누가 무덤 옆에서 살려고 할 것이며 숙박시설을 지어본들 누가 무덤 옆에 있는 숙박시설에서 잠을 자려고 할 것인가? 밤에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제대로 잠이나 잘 수 있겠는가?
자신의 토지에 분묘가 설치되면 토지소유자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토지소유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다주는 분묘기지권이 분묘의 권리자가 그 분묘를 관리하는 동안은 계속 존속한다는 것이다. 토지소유자입장에서는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니다.
토지를 매입할 때는 반드시 분묘의 존재여부를 확인해야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는 경우 토지소유자가 입는 피해는 단지 묘지면적만이 아니다. 농사짓는 경우가 아니고는 대개 그 토지 자체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분묘기지권은 분묘가 관리되는 한 계속 존속한다. 그래서 토지를 매수할 때는 분묘가 있는지를 잘 살펴야한다. 만약에 분묘가 있는 토지라면 매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분묘가 있는 토지를 매입하더라도 분묘의 관리자와 협의하여 분묘를 이전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도 있다. 물론 그렇다. 분묘를 이전할 수 만 있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런데 분묘 이전에 관한 합의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대개 분묘의 권리자들은 분묘이전에 대해 굉장히 보수적이고 소극적이다. 분묘이전에 쉽사리 동의하지 않는다. 그 곳이 묘터로써 좋은 곳일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묘지가 소위 말하는 명당에 해당하는 곳일 경우에는 분묘 권리자들은 더욱더 분묘 이전에 합의해주지 않는다.
간혹 분묘 이전에 동의해주는 권리자들도 있지만 이전 비용을 터무니없이 많이 요구한다. 대개 거액이라 할만한 돈을 요구한다. 토지를 매입하면서 분묘문제를 정확하게 하지 않아 낭패를 보는 사례를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매입한 토지위에 분묘기지권이 성립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내 토지를 사용하는 것을 묵인하고 인내해야 한다. 그것도 잠시 동안이 아니라 분묘가 유지·관리되는 동안 계속해서 참고 인내해야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묘가 옆에 있다는 사실 때문에 나머지 부분의 토지도 농사를 짓는 것 외에는 딱히 이용할 길이 없어진다. 따라서 토지를 거래할 때는 분묘기지권의 존재여부를 잘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분묘기지권은 등기부에 나타나 있지 않으므로 반드시 현장으로 가서 분묘의 존재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일 매입하고자하는 토지에 분묘가 있을 때는 계약서에 분묘의 처리문제에 대해서 명백하게 언급해 두어야 한다. 가령 잔금 지급전까지 혹은 잔금지급 후 3개월 이내에 분묘를 이전하기로 한다든가 아니면 분묘의 이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매매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문구를 계약서에 기재해 두는 것이 좋다. 분묘문제를 분명하게 하지 않고 토지를 매입하면 나중에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된다. 매입한 토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든지 아니면 분묘이전에 따른 상당한 추가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누군가가 내 땅에 허락 없이 분묘를 설치하였다면
분묘는 이처럼 토지소유자 입장에게 목에 걸린 가시처럼 불편한 존재이다. 할 수만 있으면 제거해야할 대상인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내 토지에 허락 없이 분묘를 설치했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그 상태를 묵인해야 할까? 아니면 내 마음대로 분묘를 이전해도 되는 것일까?
위에서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후 20년 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기지(묘지)를 점유한 경우 분묘기지권을 취득한다고 하였다. 그러면 남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후 20년이 경과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될까?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는 토지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는 토지소유자가 관할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 분묘에 매장된 시체 또는 유골을 개장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즉, 토지소유자는 자신의 허락 없이 설치된 분묘에 대해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아 분묘를 다른 곳으로 이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토지소유자가 자신의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를 이전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미리 3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해 그 뜻을 분묘를 설치한 자 또는 연고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만일 분묘의 설치자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2개 이상의 일간신문에 2회 이상 그 뜻을 공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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