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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렇게 몸에 좋을까? 아님 그렇게 맛있을까? 사위도 안주고 영감한테만 먹인다고 하니 말이다. 겨울동안 땅의 기운을 듬뿍 받고 자란 첫 부추가 그렇단다.
일단 생김새부터 시장과 마트에서 사시사철 나온 것과는 다르다. 크기만 컸지 축 처지고 가지런히 묶여있어 개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나약한 부추가 아니다. 작지만 파릇파릇 생기가 넘친다. 제각각의 크기는 인간의 인위적 손길이 아닌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랐구나 싶다.
안 그래도 영양부추, 거기에 대지의 기운까지 머금었으니 약부추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이 약부추를 만난 곳은 광주 대인시장. 26일, 충장로에서 택시를 타고 광주역으로 이동 중에 내렸다. 아주머니와 할머니들이 길가에서 나물과 채소들을 팔고 계시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마침 들러보려던 말바우 시장이 서지 않아 아쉽던 차 잘됐다 싶다. 보기만 해도 향이 느껴지는 쑥 한 바구니가 2천원. 몇 번을 끓여먹고도 남을 정도로 후한 인심이다. 안 살 수 없지. 쑥부쟁이도 2천원, 머위도 2천원이지만 맛객이 다니는 부천 원미시장의 두 배정도 된다. 부추는 흔해 지나칠 만한데 첫 부추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갑을 열었다.
소나무잎을 닮아 솔?
맛객은 어린시절 늘 먹고 자란 게 부추다. 우물가에 조그만 텃밭이 있었는데 겨울만 빼고는 언제든 베다 먹었다. 당시 부추라는 말 대신 '솔'이라 불렀다. 서울로 올라와 부추라는 말이 적응되지 않았고 그 크기에 놀라자빠졌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데다 개량종 부추였던 까닭이다.
지금은 보기도 힘들어진 토종 부추는 가늘고 크기도 솔잎의 모양 그대로다. 그래서 솔이라 불렀는지 모르겠다. 그 솔로 담근 김치는 솔지. 이젠 아련한 고향의 맛이 되었다.
이 아까운 부추를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다가 그냥 무치고 비벼먹기로 한다. 재료가 좋으니 무침에 별다른 비법이 뭐 있겠는가. 조선간장과 액젓에 마늘 조금 넣고 고춧가루와 참깨 조금 넣었다. 대파도 조금 들어갔다.
신맛과 잘 어울리는 부추니까 나름 손맛을 더한다고 매실원액을 조금 넣었다. 자화자찬 같아 쑥스럽지만 함께 먹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뜨겁다. 양념에 특별함이 있는 것 같다면서 무슨 양념이냐고 물어본다. 훗!
냄새가 절정인 막 지은 밥과 함께 먹어보고 또 비빔밥으로 먹어본다. 첫 순이라 그런지 부드럽기가 말도 못한다. 어쩜 이리도 부드러우면서 쫄깃할까? 식감만 좋은 게 아니다.
향긋함은 향긋함대로 매력 있고, 부추의 매운맛은 온데간데없이 단맛이 난다. 이래서 첫솔이라 아니 첫부추라 하나보다. 인정! 여기에 쑥국까지 더해지니 이 순간, 더 이상의 맛을 찾는다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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