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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협상 타결 전 참여연대 활동가들은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등에서 'FTA 체결 저지'를 주장하는 거리 농성을 벌였다(자료사진).
FTA 협상 타결 전 참여연대 활동가들은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공원 등에서 'FTA 체결 저지'를 주장하는 거리 농성을 벌였다(자료사진). ⓒ 참여연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2일 오후 최종 타결되자 협상에 반대하던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협상 무효화'를 주장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한미FTA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체결 비준 동의안을 쥐고 있는 국회를 향해 '비준 반대 투쟁'을 벌일 것임을 밝혔다.

이들은 각각 발표한 성명에서 "국민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한미FTA 협상이 굴욕적으로 타결됐다"면서 "현 정부는 이번 협상이 졸속이었음을 인정하고, '원천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낮은 수준 개방? 여론 호도 그만하라"

참여연대(공동대표 임종대·청화)는 이번 협상에 대해 "국민과 국회의 동의 없이 헌법뿐만 아니라 각종 제도와 법령을 일거에 변화시키고, 수세대에 걸친 국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중대한 선택을 독단적으로 강행했다"며 "국민의 민주적 선택권을 박탈한 '통상 쿠데타'이며, 이것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협상은 최종 타결까지 합리적 상식을 배반했고,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공격"이라며 "이 자체만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행위는 탄핵감이자,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저항권을 행사해야 하는 중대한 민주헌정질서 파괴행위"라고 비난했다.

정부가 "이번 한미FTA는 중저강도 수준"이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참여연대는 "정부의 퍼주기 협상 결과를 은폐하기 위한 여론호도를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투자서비스 시장에 대해 유보안 외의 모든 분야 개방, 지적재산권까지 비위반 제소(합법적인 정부 조치도 기대 이익을 침해할 경우 제소 대상이 됨)를 인정했다"며 "게다가 위생검역 기준을 바꿔가면서까지 '광우병 우려 쇠고기의 검역기준'을 미국 측 요구에 맞게 바꾸기로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이날 발표할 예정인 피해대책에 대해서도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 협상을 졸속 추진하면서, 애초 '호언장담'을 손바닥 뒤집듯 후퇴하지 않았느냐"며 "피해는 과소평가하고, 성과는 과대평가한 정부의 대책이 국민에게 실질적 대안이 될 리 만무하다"고 밝혔다.

민변, 국민투표 청원 이어 국정조사 요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백승헌·민변)은 성명을 통해 "수많은 국민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한미 FTA협상이 굴욕적으로 타결됐다"며 "우리는 졸속타결을 강행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의 아집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최소한의 정보 공개나 의견 수렴 없이 한미FTA와 같은 중차대한 결정을 독선적으로 밀어붙일 것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을 훼손했다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변은 협상 무효화와 국회 비준 반대 투쟁뿐만 아니라 협상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협상 체결에 관한 국민투표 청원, 국회를 통한 청문회 혹은 국정조사 요구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오늘은 한국농업 사형선고일"

이번 협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본 농업 분야의 반발도 거셌다. '한미FTA 농축수산비상대책위원회'는 "400만 농축수산인들은 이번 타결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며 국민투표 실시를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는 '쌀만은 지키지 않았느냐'며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지만, 쌀은 애당초 협상 의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쇠고기, 감귤, 낙농, 축산, 과수, 채소, 무역구제 등 농업부문에서 어느 하나 지킨 것 없는 농업말살 협상이며, 피땀으로 일군 '한강의 기적'을 고스란히 미국에 갖다 바친 경제예속협상에 불과했다"며 "오늘은 '한국농업 사형선고의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미FTA 체결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면서 "국회비준도 책임지지 못하는 임기만료의 대통령과 미국 사람이나 다름없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체결한 한미FTA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국민들이 한미FTA를 결정한다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허세욱 동지의 외침을 헛되게 하지 말라"

지난 1일 한미FTA에 반대하며 분신한 허세욱(54)씨가 중태에 빠진 가운데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는 "노무현 정권은 굴욕적인 한미FTA 체결에 대해 책임을 지고, 노동자와 민중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허세욱님의 한미FTA 중단의 외침은 이 땅 노동자, 민중들의 외침이며 피울음이었다"고 "그가 온 몸을 불사르며 지키고자 했던 것은 노동자와 민중의 생존권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무현 정권은 노동자·민중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각계각층의 절실한 요구를 외면한 채 밀어불이기식 협상을 강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는 처참하게 짓밟혔으며, 노동자·민중의 삶은 끝없이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허세욱님의 외침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서울지역 18만 조합원과 함께 민중의 생존권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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