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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발표 기자회견에서 각 분과장이 배석한 가운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벌거숭이 임금님>이라는 안데르센 동화가 있다.

새 옷으로 몸치장하기를 좋아하는 임금님이 사기꾼의 계략에 속아 벌거벗고 거리행진을 벌인다. 사기꾼들은 "바보나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의 눈에는 안 보이는 옷감"이라며 임금님을 속였다. 임금님의 주변 사람들은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어느 누구도 옷감이 안 보인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진실을 밝힌 것은 눈맑은 어린 아이가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외치면서부터다. 거짓은 한순간에 들통이 나고, 진실은 밝혀지게 된다.

이 동화의 임금님을 '대통령'으로 바꾸면 한미FTA 타결 직후의 실체가 명확해진다.

고장난 계산기에 '서민'은 없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힌 대통령은 고장난 계산기로 협상의 손익계산을 맞춰본 모양이다. 한미FTA 타결로 농업과 제약은 물론 중소기업, 우리 산업의 허리부문에 해당하는 일반기계, 석유화학, 정밀화학 등이 궤멸적 타격을 받는다. 이는 한미FTA 목표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그러나 대통령의 고장난 계산기에서는 아무리 두드려도 이런 계산은 나오지 않는다. 덧셈(+) 단추만 작동하고, 뺄셈(-) 단추는 기능을 잃었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대통령의 계산기에는 대한민국 '서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은 '되로 받고 말로 주는 협상'을 했고 그 결과 미국은 잔칫집, 한국은 초상집이 된 줄도 모르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은 더 개방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현하면서 오기를 부리고 있는데, 국민의 통곡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고장난 계산기를 두드려 내놓은 대책 역시 서민의 아픈 곳을 치유해주지 못한다.

대통령 말대로 그렇게 협상결과에 자신이 있다면, 모든 자료를 숨김없이 공개하고 정말로 잘한 협상인지 따져본 뒤 국민투표로 결정하자.

대통령은 쇄국하는 사람에게는 이익이 안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무도 쇄국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또 시대착오적인 사람의 눈에는 이익이 안 보인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시대착오적이지 않았다. 눈 맑은 국민은 이미 외치고 있다. 벌거숭이 대통령이라고 말이다.

벌거벗고 행진하는 대통령은 스스로 휘황찬란한 비단으로 감싸여 있는 줄 알지만, 진실은 진실이다. 대통령의 눈에만 보이고 국민에게 보이지 않는 이상한 국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미FTA는 결국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심상정 기자는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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