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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ㆍ고베ㆍ교토> 여행기 표지
ⓒ 정구미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으로 떠난다는 것은 꽤 매력적인 일이다. 더군다나 그 여행이 국내가 아닌 전혀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색적인 공간을 여행함에 있어서 '시간'과 '돈' 말고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여러분의 여행을 즐겁게 이끌어줄 훌륭한 '정보'다. 물론 요즘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에는 약간의 검색만으로도 좋은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여행기와 여행 안내서들이 온ㆍ오프라인 상의 서점에서 판매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정리되고 다듬어진 누군가의 여행 경험과 정보를 접하고, 나아가 그것을 자신이 계획하는 여행에 반영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쏟아지는 여행관련 서적들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책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지난해 <한국ㆍ일본 이야기>를 펴내 독특한 스토리와 정감 가는 그림체로 주목받았던 만화가 노란구미(본명 정구미)가 자신의 친구와 직접 써낸 일본 여행기 <오사카ㆍ고베ㆍ교토>이다.

우리나라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의 대마도까지의 거리는 약 52km. 부산에서 고속선을 타고 이동한다면 약 3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리다. 여기에 김포에서 비행기를 타고 출발하여 일본 도쿄의 하네다 공항에 착륙하는 데는 불과 1시간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최근 일본 엔화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더 이상 일본은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 호되게 비싼 해외 여행지가 아니다.

때문에 그녀가 자신의 책에서 소개하는 맛 집과 즐길 거리들이 누구나 여유롭게 즐길 만한 것들이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일본에서 오래 생활했고 그곳을 잘 이해하는 그녀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오사카ㆍ고베ㆍ교토> 여행기 본문 내용 중 일부
ⓒ 정구미

특히 그녀의 이번 책에서 다른 일본관련 여행서적과 차별되는 부분은 바로 그녀의 아버지가 가이드로 등장하는 '교토편'이다. 재일교포 2세로 지난 30년간 교토에서 택시기사 이자 관광 가이드로 살아온 그녀의 아버지가 제공하는 교토 관광 정보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깔끔한 편집으로 다듬어져 독자들로 하여금 실제로 자신이 능숙한 가이드의 유쾌한 안내를 받으며 교토의 구석구석을 산책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한다.

다가오는 일본 여행 여름 시즌에는 교토의 어딘가에서 노란 책을 든 한국인 여행자들이 서로 마주쳐 반갑게 인사를 나누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문득 해본다.

사실 아는 것이 힘이요, 아는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느낀다고 한다. 전자는 프란시스 베이컨이라는 철학자가 남긴 말이고, 후자는 유홍준 문화채 청장이 자신의 저서에서 전통문화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널리 알려진 말이다. 하지만 저 말은 우리가 그저 '일상 탈출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여행에 있어서도 유효하다. 왜냐하면 똑같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여행을 간다하더라도 자신이 방문한 지역과 공간이 갖는 역사와 특수성을 조금 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 보다 더 세밀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여행지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사카ㆍ고베ㆍ교토>에 담긴 각 도시의 주요한 역사에 대한 만화들은 그저 먹고 즐기는 일본 여행이 아닌 우리가 잘 모르는 일본 각 도시의 문화재는 물론 의식주에 담긴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다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는 한 개인의 여행기가 잘 정리되고 다듬어졌을 때 한편의 훌륭한 '역사 기술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또한 만화와 글 그리고 사진이 함께 하는 다양한 여행기들이 앞으로 기획됨에 있어 그 각각의 전혀 다른 표현방식이 어떻게 융합되어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써 이번 노란구미의 <오사카ㆍ고베ㆍ교토>의 출간이 갖는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한다.

일본여행을 떠나시는 분들중 오사카ㆍ고베ㆍ교토 방면을 방문할 계획있으신 분들은 꼭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노란구미의 만화가를 아시나요?
제일교포 2.5세 만화가 정구미씨에 대한 짧은 소개

그녀는 재일 교포 2.5세로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지난 2002년에 홀연히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으로 건너와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에 입학했고 정확히 4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2006년에는 본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국ㆍ일본이야기'를 출판하며 정식으로 한국에서 만화가로 데뷔한다.

그리고 그 해 11월에는 '부천 만화박물관'에서 선정한 '이달의 만화가'로 지정되어 두 달 간 전시를 했고 '2006 대한민국 만화 대상'에서 스토리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뿐만 아니라 취업을 위해 고생하는 한국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돈까스 취업만화'를 미디어다음에서 공식 연재하면서 작품 활동 범위 역시 온ㆍ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넘나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홈페이지는 http://www.koomi.net / 고영철

인조이 오사카 : 교토.고베.나라 (2019)

세계여행정보센터 지음, 넥서스BOOKS(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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