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위한 동물인가 동물을 위한 인간인가?
서울대학교 동물생명공학전공 14명의 교수진이 지은 <동물과 인간>(하종규외/ 현암사)은 '인간을 위한 동물'이라는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책의 뒷면 카피에서도 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자원으로서의 동물 가치와 효용에 관한 상세한 안내서!'
그렇다고 해서 동물보호주의 관점을 가진 이들이 인상을 찌푸릴만한 내용을 담은 책은 아니다. 이 책은 인간을 위한 동물에 대한 효용성과 기능성 그리고, 그를 둘러싼 과학적 지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거기에 대해 당위적인 척도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10장 '인간의 반려자, 동물'에서는 동물이 단지 인간의 자원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우리가 잊고 있었던 동물의 위대함을 알려주는 안내서로서 자리 잡기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아무래도 다수의 저자가 관여되어 있는 탓인지 총 11장에 이르는 각 장의 구성이 부드럽게 와 닿지는 않는다. 1장은 동물과 인간의 역사에 대한 개론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2장은 가축화가 이루어진 동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개론적인 이야기를 해주다가 3장에 와서는 생명현상과 생식에 대해 다룬다. 3장은 마치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를 다시 복습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자 그렇다고 그러한 장을 넣었다는 사실로서 이 책을 폄훼하고자 함은 아니다. 그만큼 기본적인 개론에 충실하려고 한 책이라고 보면 된다.
6장은 조류라는 항목으로 따로 분류했지만 지나치게 짧은 감이 있었고 그 이후의 장은 무던히 진행되어 나간다. 확실히 개론서로서는 무리가 없지만 뭔가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 이를 보완할 만한 책은 무엇이 있을까?
<개와 대화하는 법>(스탠리 코렌/ 박영철/ 보누스) '개'라는 주제에 국한되어 있기는 하지만 '동물과 인간'이라는 주제에 충분히 부합되는 책이다.
<개에 대하여>(스티븐 부디안스키/ 이상원/ 사이언스북스) <말에 대하여>(스티븐 부디안스키/ 김혜원/ 사이언스북스) 역시 주제가 한정되어 있지만 동물을 이해하는 인간이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볼 만한 책이다. 책의 부제에서 말하듯 '진화론과 동물행동으로 풀어 본 개(말)의 진실'이란 의미가 곳곳에 묻어 있으면서도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얘기가 책의 재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여기서 소개하는 책들 중 독자들이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이 고기는 먹지 마라?(육식터부의 문화사)>(프레데릭 J. 시문스/ 김병화/ 돌베개) '동물과 인간'이 자연과학적 입장에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얘기했다면 '이 고기는 먹지 마라?'는 문화 인류학적 관점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피력한 책이다.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말고기, 낙타고기, 개고기, 생선에 대한 각 문화권의 터부에 대해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고찰한 책인데 긴 분량에 다소 지루한 내용이 단점이다. 하지만 '동물과 인간'이라는 주제를 두고 본다면 빼 놓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