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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대문시장의 한 자영업자(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저는 1980년부터 90년 말까지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lMF 때 회사 부도로 현재는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봉급생활자의 소득은 훤히 드러나 유리지갑이라고들 하고 거기에 비해 자영업자는 소득이 드러나지않아 상대적으로 봉급생활자들이 소득에서 많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에서도 일부 자영업자들이 세금포탈과 탈루가 많다고 공공연히 보도하는데, 여기서 제가 불만스러운 것은 사업체와 영세한 자영업을 뭉뚱그려 자영업자로 매도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부라고 표현하였지만 자영업자도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까지의 규모를 가지고 사업이냐 자영업이냐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겠지만 제가 생각하기로 사업한다고 하면, 사회통념상 생각하는 어느 정도의 규모에 종업원을 두고 운영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곳이면 그래도 누구한테 사업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모든 일을 다 해결해 나가야만 하는 구멍가게 수준의 영세한 곳을 자영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부라는 언론보도대로 누가 봐도 상당한 규모에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것이 눈에 보여도 사업이 아니라 조그마하게 자영업한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겸손이 선의의 겸손이라면 존경받을만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할 때 그 겸손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뜻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월임대료 내기도 버거울뿐더러 하루하루 먹고살기에 급급한데 세금을 포탈하고 탈루할 게 있어야 하지요.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1년 열두 달, 명절 외에는 쉬는 날 없이 문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어디 한번 가족과 나들이를 하고 싶어도 하지를 못하니 가족들에게 이만저만 미안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여 만족할 정도로 수익이 나면 그것을 위안으로 삼고 가족들에게 아빠노릇 못 하는 거 보상받는다 생각하며 힘든 줄 모르고 하지만 열심히 하는데도 불구하고 수익마저 시원찮으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한마디로 가게에 앉아있는 것이 창살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습니다.

저도 직장생활 할 때는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이 그런 소리를 하면 돈 어지간히 벌고 쉬어가면서 하라고 면박을 주었는데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심정을 알겠습니다. 어느 분야든지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지않으면 그 애로사항을 속속들이 알 수가 없습니다.

봉급생활 하시는 분들이야 법적으로 정해진 공휴일을 비롯해 후생복지차원의 휴일은 공식적으로 쉬는 날이고 쉰다고 해서 월급이 까지는 것도 아니니 부담없이 어디든 다녀올 수가 있지만 자영업은 쉰다고 건물주가 임대료 빼주는 것도 아니고 오는 손님에 목메다 보니 주말마다 문을 닫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큰 규모의 단체나 조직에 소속되어 경제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어려움이 닥치면 대책을 세워달라고 정부와 기업주를 상대로 자기 권리와 주장을 펼칠 수가 있지만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위해 어떤 업종을 선택하여 없는 돈 닥닥 긁어모아 가게를 차려 영업을 하다가 쫄딱 망하더라도 어디다 대놓고 하소연할 데도 없고 모든 것이 자기 책임으로 돌아옵니다.

옛말에 장사하는 사람은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줘야 된다, 장사하는 사람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직접 경험을 함으로써 그 말뜻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자영업 하시는 분들, 어렵다고 움추려들지 마시고 이럴 때일수록 더욱 희망을 가지고 힘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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