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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진보진영의 대표적 지식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노무현 정부의 공과를 둘러싼 평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진보논쟁에 대해 구도설정 자체가 잘못되었다며 비판을 가했다.

지난 3월 30일에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백 교수는 최장집·손호철 교수를 포함한 진보진영 일각의 이른바 진보논쟁이 "보수진영에서 제일 좋아할 만한 구도를 설정해 놓고 거기에 말려들어가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가 실패했느냐 안 했느냐, 진보가 무능한가 아닌가와 같은 단순화된 논쟁구도의 설정 자체가 보수진영의 전략에 말려들어가는 꼴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1987년 이후 한국사회의 복잡한 양상과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그 맥락 속에서 평가해야 하는데, 진보진영이 덜렁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것이 맞느냐, 틀리냐는 단순구도 속에 함몰되어 있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보수진영이나 "보수인사들의 무능에 대해서 더 예리하게 지적하면서 논의구도를 끌고 가야 진보진영이 담론투쟁에서 더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백 교수는 "상당수의 진보적인 학자들이 보수적인 학자들보다 오히려 분단문제를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며 진보진영 일각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른바 진보적인 학자들조차 이 사회가 분단과는 기본적으로 특별한 관계가 없는 것으로 전제하면서 분단 안 된 사회의 척도로 진보와 보수를 따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NL(민족해방)계 지식인은 분단에 대한 의식은 첨예하지만 분단체제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고, PD(민중민주) 계열은 한국사회의 체제적인 성격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분단에 대한 의식은 미약하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사회현실에 대한 본질적인 구조를 포착하는 게 사회과학의 목표인데, 사회과학을 하는 지식인들이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분단체제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 자체가 분단체제의 위력이자 재생산 능력"이라며, 이에 대한 인식이 없는 진보 지식인들은 지적인 나태를 보여준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백 교수는 최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에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황석영 씨를 포함한 문인들의 정치참여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도 밝혔다.

황석영씨가 손학규씨에 대해 "대통령감으로서가 아니라 정치적 불쏘시개가 되겠다면 잘한 일이다"고 한 것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가 대선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 적극 개입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현명한가 아닌가를 따져보아야 한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원탁회의'를 포함하여 세간에서 제기되는 자신의 정치참여에 대한 시각에 대해서는 "6ㆍ15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한 현실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어떠한 모임도 주도하거나 참석하지 않는다"며 명백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황석영씨가 제기하고 있는 정치적 중도주의나, 정치권의 중도주의 논의가 자신의 '변혁적 중도주의'의 개념과 다르기는 하지만, 한반도의 통일과 분단체제의 극복을 위해서 장기적으로는 양 극단을 배제한 튼튼한 변혁적 중도주의 세력의 형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발표 시에 논란을 빚었던 박정희 공과론에 대해서는 "박정희 시대는 우리 역사에 끔찍한 시대였지만 박정희 시대에 대해서 인정할 건 인정하는 넉넉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진영이 보수진영의 문제제기 중에서 인정할 만한 정당한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며, 진보진영 자체의 약점에 대해 오히려 보수진영보다 앞장서서 더 예리한 비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진보진영의 자기성찰과 실사구시의 정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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